이처럼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는 파업사태에는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또 다른 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말이 새어 나오고 있다. 현대차 자체적인 해결 노력을 방해하는 일련의 현상들이 감지돼 온 탓이다.
최근 이경훈 현대차지부장과 금속노조위원장, 비정규직지회장 등 3자는 긴급회동을 하고 회사와의 대화 문제를 논의했으나 내부 갈등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28일 이상수 비정규직 지회장이 최종 교섭안을 공개한 기자회견 또한 애초 지난 26일로 예정했다가 내부 사정으로 미뤄진 뒤 내용을 수정해 이틀 뒤 열린 것이다.
특히 이경훈 지부장이 점거현장을 찾았다가 일부 냉대어린 시선을 받았다는 점은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중재역할로 동분서주하는 이 지부장으로서는 황당하고도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지부장이 시종일관 농성중인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눈과 귀를 열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파업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는 전례를 찾기 힘든 묘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당사자는 공장을 불법점거하고, 금속노조는 공장 밖에서 연일 지원사격을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실체를 숨긴 채 점거자들을 독려하며 독자적인 강경드라이브를 구축하고 있다. 노동계의 또 다른 ‘헤게모니 쟁탈전’이 전개되는 것 같다.
지금 공장을 점거 중인 400여명(추정)이 만약 노동 세력들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이용된다면 이건 매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양산될 지 모를 일이다. “늦을 때가 가장 빠를 때다”는 지혜를 상기해야 한다. 노사 모두 뼈아픈 삭풍이 불기 전에 현명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 권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