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점거는 헤게모니 쟁탈전
현대차 점거는 헤게모니 쟁탈전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0.11.2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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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부터 시작된 현대차 사내하청 직원들의 파업과 울산 1공장 점거농성이 아직도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사태의 직간접당사자인 금속노조와 산하 기구인 현대차지부, 비정규직지회가 의견차를 좁혀 특별교섭안을 마련했지만 사측과의 입장차를 좁히긴 힘들어 보인다. 노조 내부에서는 이번 교섭안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강성파의 목소리가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다. 사측은 불법농성을 풀기 전에는 대화에 나설 수 없다며 원칙론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는 파업사태에는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또 다른 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말이 새어 나오고 있다. 현대차 자체적인 해결 노력을 방해하는 일련의 현상들이 감지돼 온 탓이다.

최근 이경훈 현대차지부장과 금속노조위원장, 비정규직지회장 등 3자는 긴급회동을 하고 회사와의 대화 문제를 논의했으나 내부 갈등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28일 이상수 비정규직 지회장이 최종 교섭안을 공개한 기자회견 또한 애초 지난 26일로 예정했다가 내부 사정으로 미뤄진 뒤 내용을 수정해 이틀 뒤 열린 것이다.

특히 이경훈 지부장이 점거현장을 찾았다가 일부 냉대어린 시선을 받았다는 점은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중재역할로 동분서주하는 이 지부장으로서는 황당하고도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지부장이 시종일관 농성중인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눈과 귀를 열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파업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는 전례를 찾기 힘든 묘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당사자는 공장을 불법점거하고, 금속노조는 공장 밖에서 연일 지원사격을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실체를 숨긴 채 점거자들을 독려하며 독자적인 강경드라이브를 구축하고 있다. 노동계의 또 다른 ‘헤게모니 쟁탈전’이 전개되는 것 같다.

지금 공장을 점거 중인 400여명(추정)이 만약 노동 세력들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이용된다면 이건 매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양산될 지 모를 일이다. “늦을 때가 가장 빠를 때다”는 지혜를 상기해야 한다. 노사 모두 뼈아픈 삭풍이 불기 전에 현명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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