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대학발전을 위한 전략과 실천(19)
《제30화》 대학발전을 위한 전략과 실천(19)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11.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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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곳에서 대학의 수월성 제고를 위한 전략을 제시하며 스스로의 다짐도 새롭게 하였다. 투입(input)단계에서 우수한 교수의 충원 및 확보, 능률적인 행정직원의 확보, 우수한 학생, 풍부한 재원(財源), 현대적 시설, 최신의 학술정보를 우선 꼽았다. 이들 중 대학경영의 실제에서는 풍부한 재원의 확보가 핵심이 된다. 이 점은 외국의 유명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재원확보를 위해 총장은 정부, 기업체, 재단, 동창, 자선가 등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얻기 위한 모금 활동을 다각도(多角度)로 해야 한다.

모금활동의 다각도는 주어진 여건에 따라 다 다르다. 우리의 경우 국립이냐 사립이냐가 큰 변수가 되고, 같은 국립이어도 총장의 역량과는 다르게 한국적 제약(制約)이 따른다. 사립의 경우는 출발부터 더 큰 제약을 받고, 반대로 더 큰 신뢰를 받아 학교발전의 도약을 이룰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이 총장의 열정과는 다르게 단기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운명적인 경우가 문제가 된다.

울산대학교의 경우, 정주영 명예회장의 울산대학교 발전에 관한 믿음이 큰 각도를 차지한다. 그 믿음을 공고히 하는 것은 총장의 적극성과 자신감, 당연히 이에 따른 철저한 책임감이 크게 작용한다. 비록 내가 독일의 롬멜 장군처럼 사막 전투의 영웅이 아니지만 울산대학교 발전을 위한 롬멜식의 창의적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노력했다.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적 리더십의 하나가 롬멜도 훗날의 전략사가(戰略史家)들이 비판하는 ‘명령계통의 건너뛰기’이었다. 롬멜이 아프리카의 전투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이탈리아와의 연합작전에서 작전상의 국가 간 소통의 문제), 독일에 있는 히틀러에게 직접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울산대학교의 발전을 위한 전략적 구도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위치와 최종 결정을 위한 우회적 건너뛰기는 당시의 울산대학교 체제와 총장으로 임명된 나의 배경으로 보면 당연하고 또한 자연스럽기도 했다.

항상 담담한 마음을 갖으라는 정 명예회장께서 아산 도서관 준공식을 마치고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실 때는 흡족해 하시는 표정이 역력했다. 모처럼의 울산대학교 방문에 도서관 옥상까지 올라가 울산대학 캠퍼스 전경을 훑어보시면서 울산대학교 정문 옆에 있는 교지확보와 5개의 건물신축을 총장인 나에게 지시하였는데 이것은 앞으로의 재원확보, 시설확충 등을 위한 개교 이래 최대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사회 분위기는 ‘민주화’를 앞세우는 반정부 시위가 여기저기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고, 이것의 일부가 학교로 들어올 때는 상당히 변질되어 있었다. 변질의 형태는 법의 테두리는 차치하고 우리의 전통적 예의범절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폭거에서 쉽게 관찰될 수 있다. 아산도서관 준공식에 정 명예회장이 참석하는 상황을 알게 된 소위 운동권 학생들이 정문으로 나가는 길을 갑자기 봉쇄하고 있었다. 정 명예회장께 직접 항의, 요구할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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