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소송계약서 들여다보니
사내하청 소송계약서 들여다보니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0.11.0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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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원청사인 현대차를 상대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집단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 사내하청 근로자와 수임 변호인단 사이에 체결한 소송위임계약 중 일부 내용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소송에 참여한 사내하청 근로자가 금속노조를 탈퇴하거나 불법파견투쟁과 관련한 지침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위임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이다. 사실 이 조항은 일부 완화된 수정본이다. 당초 계약서는 ‘금속노조 탈퇴나 불법파견투쟁 지침 위반 시 위약금 500만원을 지급한다’고 돼 있었다. 금속노조 게시판 등에는 이 조항을 빗대 ‘노예계약’이라는 성토글이 들끓었다. 변호인단은 부랴부랴 계약서를 고치며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고 했다.

논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금속노조 게시판에는 수정된 계약 내용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위약금과 계약해지 조항에 대해 전면 재수정을 요구하는 현장노동조직 유인물도 나왔다.

지난달 말에는 8개 사내하청업체 사장단이 서울과 울산지방변호사협회에 소송계약서의 문제점에 대해 청원서를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법률전문가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집단소송 특성상 소송을 원활하게 진행하려고 계약 당사자 사이에 강한 결속을 유지하는 특별조항을 넣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번 계약서는 예속에 가까운 강제조항이 들어 있어 문제가 된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위임인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불공정 계약이고, 반사회질서를 조장할 소지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변호사의 본분은 소송의뢰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대변하는 것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의 권리구제에만 집중해야 할 변호인단이 노조 투쟁 지침을 계약서에 담아 의뢰인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은 책임 있는 변호인의 행동으로 보기 힘들다. 금속노조 조직 강화를 위한 족쇄라는 비난이 이런 이유로 나온다. 이 소송은 현대차와 사내하청 근로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 국내 비정규직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송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궁금한 시기다.

/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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