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길에 이어져 끝이 없으나…
길은 길에 이어져 끝이 없으나…
  • 염시명 기자
  • 승인 2010.09.3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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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연재를 마치며
지난해 10월 16일 ‘사연호 호반길’을 시작으로 1년여에 걸쳐 매주 연재했던 기획특집 ‘길은 道다’를 마친다.

지금까지 46개소의 길을 탐방했다.

첫 회에 나갔던 사연호 호반길에서는 푸른 보석을 발견했다.산길 아래 펼쳐진 사연호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며 청량한 느낌을 주었다.

또 이 길은 사연마을이 수몰된 뒤 해발 100m 산 허리에 난 길이다. 호수는 수몰민들의 슬픔이 담긴 것처럼 애련했다.

답사한 길 대부분은 지역민들이 장을 보거나 마을과 마을을 잇는 통로 구실을 했다. 길은 또 강변을 끼거나 계곡과 해안을 따라 나 있었다.

무룡산과 동대산 능선을 흐르듯 이어진 ‘달령재’, 고헌산과 백운산 사이를 넘나들던 소호령 고갯길, 우리나라 제1호 사유림임도인 소호령길, 동구 주전벚꽃길, 동구 마골산 능선을 걷는 ‘범밭재’ 등이 그런 길이었다.

또 울산의 중심지에 남아있는 주작대로는 울산의 역사와 함께 했다. 서양인들이 광장을 중심으로 소통했다면 동양은 길이 대신했고, 울산은 주작대로가 그 역할을 했다.

동헌을 중심으로 이뤄진 ‘T’자형 길에는 울산의 생활이 고스란히 남아 전해졌고, 이는 90년대까지도 울산의 구도심으로 이어져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남구 삼산이 신도심으로 급성장하며 쇠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통시장을 살려내기 위한 지역민들의 노력도 읽혀졌다.

길을 탐방하며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작성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계곡을 끼거나 해안을 끼고 걷는 길 또한 등산로나 산책로로 정비된 경우가 많아 산책하듯 거닐 수 있는 길들이 대부분이었다.

원형이 많이 변형돼 찾기 어려운 길도 적지 않았다. 울주군 보삼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계곡길과 일반길을 두 차례에 걸쳐 다뤘으나 인근 용암사 곁으로 하늘공원의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턱에 작업차량들과 소음, 흙탕물 등으로 인해 걷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이중 계곡길은 비가 온 뒤에 계곡을 따라 올랐던 터라 수량이 풍부하고 유속 또한 빨라 수차례 미끄러지기도 했다.

임도와 소호령길이라는 명칭으로 두 차례 연재됐던 소호령길 가운데 산판길은 70년전 목재와 숯을 제조해 날랐던 길이라는 지역민들의 안내에 따라 올랐지만 지금은 대부분 숲으로 덮여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완전히 사라지거나 아스팔트가 깔려 옛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길, 새롭게 조성돼 시민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길도 많았다. 동구 주전벚꽃길이나 북구의 달령제, 북구 대안동 신흥사길, 강동 해안길 등은 아스팔트가 깔려 차로도 시원스럽게 달리며 절경을 느껴볼 수 있었다.

중구 성안옛길은 과거 잃어버렸던 일부 산길을 찾아 등산로와 농로 등과 어우러진 길이다. 밭과 논이 함께 공존해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복원됐으며, 동구 봉대산길은 마사토와 모래, 자갈 등으로 이뤄져 맨발로도 걸을 수 있도록 새롭게 꾸며졌다.

그러나 중구 원유곡동의 예수바위길의 경우에는 일부만 남아 있을 뿐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기가 어려운 구간도 많아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본지가 시작한 ‘길은 도다’ 특집을 하는 중간에 제주 올레길이 소개되면서 길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울산에도 중구 성안옛길과 강동 아리랑길 등이 새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울산지역에는 찾지 못한 길들이 즐비하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이 없다’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싯귀는 어느 곳에나 진리다.

본지의 길 탐방 걸음은 지금 머물지만 새로운 시각과 열정이 담겨지는 대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기로 한다.

/ 대표집필= 염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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