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태 논설실장이 만난 열정어린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⑦
박문태 논설실장이 만난 열정어린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⑦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3.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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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한국 경제학’을 여러나라 학생에 강의
조재호 교수는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제학 전공이다. 미국에서 공부했으면 전공분야의 영어 강의는 기본으로 여길지 모르나 개인차가 많다.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를 하였으면 그만큼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시간에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아울러 전공분야가 이과계열이면 인문·사회계열에 비해 영어표현의 다양성에서 조금 단순한 편에 속한다.

경제학 분야도 크게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으로 나뉘고, 미시경제학(계량경제학)으로 들어가면 이과계열처럼 영어는 조금 단순해지지만 이과수학적(理科數學的) 배경이 없으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조 교수는 거시경제학 배경이어서 영어사용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유창해야 한다. 이런 배경이 있어서 ‘한국경제학’강의를 영어로 하고 있다. 외국 학생(3명), 한국 학생 1명에게 이상적인 면대면(面對面) 강의를 하고 있다.

중국(蘇州大學)에서 교환 학생으로 온 허가군(許佳君), 고상홍(顧祥紅), 패열(貝悅)과 오스트레일리아에 약 7개월간 어학연수를 다녀온 서영경(徐永京) 등이 한국경제학을 수강하고 있다. 이 학생들 모두 영어로 경제학 공부를 하면서 일거양득이라고 한다. 경제학 공부도 하고 영어공부도 한단다.

조 교수는 지금도 방학 때면 일본에 가서 일본 학생들에게 영어로 경제학 강의를 한다. 일화 한 토막, 일본에서 미국 교수들과 함께 경제학 강의를 하였는데 일본학생들의 강의평가에서 조 교수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지금도 계속하고 있고, 미국교수들은 평가가 좋지 않아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미국 본토 발음보다는 가끔 한자로 보충이 되는 조교수의 한국식 발음(?)의 강의가 훨씬 재미있고 따라가기가 편했다는 것이다. 멀고도 가까운 일본이다.

중국학생들의 조 교수에 대한 소감 한마디, 강의시간에 유머가 많아서 이해하기 쉽다고 한다. 조 교수가 미국에서 공부한 배경이 유머를 준비하는 데에서 나타난다. 또한 중국의 젓가락 사용이 한국과 다른 점에서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중국은 나무로 되어 가벼운데 한국은 쇠로 되어 무겁고 잘 미끄러져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한다. 울산대학교 기숙사에 있으면서 우리 학생들과 섞여 젓가락을 사용하며 어려움을 겪는가 보다.

조 교수가 일본학생들을 가르치며 관찰한 바에 따르면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교수에게 질문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까다로운 질문을 하여 교수에게 밉보일까봐, 지나치게 어른에게 겸손하여 그러한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비록 졸면서라도 강의 시간 끝까지 남아서 수업을 마친다고 한다.

울산대학교 학생들 중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서슴없이(?) 질문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한다. 조 교수의 겸손과 솔직함은 면담에 그대로 나온다. 매 학기 영어로 강의를 하니까 외국에 출장을 가서도 바로 영어가 불편 없이 나오고, 교수 자신의 영어가 점점 늘어간다고 한다. 사실,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처음 3,4일은 더듬거릴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이런 귀찮은 일이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앞으로 더욱 더 영어와 중국어가 세계화(globalization)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특히 비즈니스(business) 계통에서는 우리의 영어교육 강조가 늦은 감조차 있다고 한다. 하여간 울산대학교에는 16개국에서 온 약 250명의 외국학생들이 주로 공과대학에서 우리말로, 일부는 영어로 공부하고 있다. 울산대학교 영어강좌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2008학년도 봄 학기에는 울산대학교에서 33명의 교수가 영어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조 교수는 1997년부터 우리말은 한 번도 쓰지 않고 영어로만 충실히 해왔다. 게다가 동료교수들을 위한 희생봉사가 자발적으로 행해져 이런 면담의 추천을 받았다. 그의 부인은 교수사회에 더 봉사적이라고 한다. Yes,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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