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새의 불륜
원앙새의 불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9.2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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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우리나라 구식 결혼식장에 어김없이 대령하는 것이 한 쌍의 원앙새다. 원앙새를 결혼식장에 대령하는 것은 두 사람의 결혼이 원앙새처럼 일생동안 해로하며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였다.

지금까지 필자도 원앙새의 부부는 매년 똑 같이 일시적으로 떨어져 사는 일이 있어도 일생 동안 내내 부부로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책을 접하고서야 원앙새도 사람을 본받아(?)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현대에 들어와서 동물의 생태학이나 행동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이 원앙새를 연구한 결과 자기들도 매우 의아했다고 한다.

그들은 현대적인 DNA 지문법에 의한 감정으로 원앙새 부부가 기르는 새끼들과의 친자(親子)관계를 확실히 판정함으로써 원앙새의 부부관계를 밝힌 것이다.

원앙새는 번식기가 가까워오면 원앙의 수컷은 암컷을 물색하여 짝을 이루고 자기들만의 구역을 가지고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조류(鳥類)다.

암컷은 대개 4~7월에 9~12개의 알을 낳고 1개월 정도 품는다. 병아리는 알에서 깨자마자 나무에서 지상으로 날아 내린다. 그 후 40일~45일 정도면 독립한다.

처음엔 원앙새의 부부는 새끼를 낳고 양육하며 열심히 살아나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암컷은 지금의 남편보다 훌륭하고 매력이 넘치는 다른 수컷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동요되어 그만 불륜을 저지르고 만다.

일시적인 불륜이 아니라 제2의 애인이나 첩의 행세를 한다니 영락없이 사람을 닮았다. 알지도 못하는 주인에게 몸을 바칠 뿐 아니라 자신의 새끼도 아닌데 남의 새끼를 기특하게도 열심히 기른다.

이러한 암컷의 혼외정사로 남편이외의 정자를 가진 암컷 원앙새가 약 10%에 이른다고 한다.

학자들은 왜 원앙새가 이런 행동을 할까하여 연구를 계속했다. 그 답은 불륜의 상대가 지금의 남편 원앙새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털의 색깔이 아름답고 날아가는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은 왜 처음부터 이 우수한 수컷과 짝이 되지 못했던가? 암컷의 말을 빌리자면 이유는 “결혼 시점에서는 남편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마치 사람과 같다.

결혼한 후에 더 우수한 주인을 만났다. 다만 그 우수한 수컷이 이미 다른 암컷과 부부가 되어 있어서 정식 부부로는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러한 원앙새는 사람으로 치면 제2의 처가 되든가 애인이 되는 것이다.

인간 사회이면 도의적 판단을 내릴 테지만 새의 세계에서 암컷이 정절(貞節)을 지키다가는 멸종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멸종을 면하기 위해서는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는 불륜이라는 것이다.

즉 우수한 수컷은 체력이 있는 한 암컷의 교미에 응하고 있다. 또 암컷으로 말하자면 암컷은 유전적으로 우수한 수컷을 선택하여 혼외정사로서도 우수한 자손을 남겨 종족의 번영을 이루려는 것이다.

실제로 우수한 수컷의 유전자를 획득한 암컷의 새끼들의 생존율은 선택되지 못한 새끼보다도 생존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했다.

원앙새 암컷의 불륜의 목적은 인간의 불륜의 목적과는 달리 우수한 수컷의 유전자를 확립, 선택지로 하여 우수한 자손을 남긴다는 장시간의 세월 속에서 진화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우리나라 결혼풍습도 대부분이 원앙새가 없는 신식으로 하고 있으니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 임자 건강과학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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