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물고문 암각화에 물타기를 하는가
누가 물고문 암각화에 물타기를 하는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8.1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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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자 한겨레에 “반구대암각화 바로 알아야...”칼럼이 나간 후 글 뒤에 댓글들이 막 붙기 시작했다. 내용인즉 죽었다던 암각화가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게 아니라 글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다. 뭔가 있구나 싶어 살피다가 모 인터넷신문에서도 이런 투의 글을 만났다,

그간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내 주장의 뒤 끝은 9일자 유승민씨의 반론으로 이어졌다. 미술사를 강의한다는 그도 역시 나의 논조를 도무지 이해 못하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내가 근거 없이 ‘반구대 암각화 훼손이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암각화가 수십년 동안 물 속을 드나드는데 가까이 살고있는 필자도 애가 탄다. 자나깨나 암각화 형상에만 매달려 문화상품을 만든지도 어언 십수년, 눈을 감고도 그 형상이 보일 정도라 할까. 나의 주장은 당연히 암각화를 물 속에서 건져내는 일이다. 다만 일부학자들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는건 암각화를 제대로 살리는 데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에서 글을 쓴 건데 유씨가 그걸 이해 못하는 것 같다.

울산시가 암각화 보존 용역을 수행하자 부쩍 학자들의 주장들이 많아졌다. 가령 이런 얘기다. 출처도 불분명한 사진을 언론사에 제공하고 암각화가 다 망가졌다는데 어느 가슴이 철렁하지 않겠는가. 그걸 암각화 현장을 200번이나 다녀왔다던 암각화 박사가 주장했다고 언론이 그대로 받아 썼다고 하자. 아무렴 암각화를 쳐다보고 사는 필자에게도 무슨 생각이 있을 게 아닌가. 그걸 1면 머릿기사로 올린 지역신문를 찾았다. 이런저런 자료를 제시하며 따졌더니 사실 암각화는 언제 봐도 어렵다며 학자의 주장이니 믿어야지 시간에 쫓겨 달리 검증할 방도가 없단다.

학자들의 주장 가운데 따지고 싶은 건 다음과 같다. 지난달 20일 전후로 주요언론에 한국전통문화학교 김호석 교수가 제공한 1982년 사진은 필자가 보건데 촬영년도가 전혀 다르다. 이 정도면 사진전문가가 애써 찍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다. 거의 햇볕도 들지 않는 북향인 암각화 형상을 아무 때나 가서 선명히 찍을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 나의 글에 반론을 제기하며 김 교수에 대한 믿음이 누구보다도 지대한 유씨가 안다면 놀라겠지만 기왕 말이 나왔으니 이 사진의 출처를 김 교수가 직접 밝혀 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김 교수는 지난 2008년 모 중앙지에 암각화 훼손실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자료를 제공했다. 백여 군데 훼손사례를 탁본에 표시했는데 특히 강조된 훼손부분이라며 세 곳을 지목했다. 암각화 주암면 좌측하단의 허리 잘린 상어, 중앙상단의 노루 등 위 삼각 절개부, 그리고 우측하단의 머리와 발 아래가 달아난 호랑이가 그것이다.

이를 2008년에 찍은 훼손부위라며 석장의 사진과 대조해 놓았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다 멀쩡한 것들이다. 2008년이라면 그가 1982년 사진과 대조하며 암각화가 몽땅 망가졌다고 주장한 시기가 아닌가. 그런데 이 곳 모두 암각화 발견 당시의 형상과 거의 같다는 건 암각화 발견자 문명대 교수가 펴낸 보고서 사진과 대조하면 금방 드러난다. 나머지 훼손부위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필자가 알고 있는 진짜 훼손된 곳은 표시조차 없다.

그리고 지난달 7일 또 다른 중앙지에 암각화 훼손을 주장한 김 교수의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에서 그는 암각화가 연구학자들의 잘못으로 흑회색에서 황토색으로 바뀌었단다. 무분별한 탁본을 하느라 검게 변했다는 말은 들어도 황토색으로 변했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암각화 색상이야 촬영기법에 따라 얼마든지 변한다. 그래서 형상만 살폈더니 2009년 사진의 형상도 멀쩡하다. 2008년에 이미 시커멓게 물때를 뒤집어 쓰고 망가졌다고 그 뒤 언론에 대서특필 하지 않았는가. 어째서 그게 노랗게 살아 있을 수 있는가.

문제가 된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암각화 훼손 검증이란 별게 아니라 신문에 난 김 교수의 주장을 모아 검토했을 뿐이다. 그래도 할 말이 왜 없겠는가. 무슨 기계를 들이대고 정밀조사하면 암각화에 구멍이 뻥뻥 뚤려 있다고 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물 속에 있다보면 피부가 좀 물러지고 주름도 생긴다. 시커멓게 때도 묻는다. 그래도 그렇지 뭘 모를 거라며 눈과 코와 입이 뭉그러졌다고 겁박하지 말자. 신문을 보는 독자의 시각에서 그게 학자들의 과잉진단이 아니고 무언가.

유씨의 글을 재반론하느라 구체적인 말들이 많았다. 과연 어느 주장이 진정성이 있는건지 그 진정성에 누가 물타기를 하는 건지 길고 짧은 건 대어 보면 안다. 그의 말마따나 처참하게 물고문 당하는 암각화를 사이에 두고 시시비비를 따져야하는 인간의 꼴도 우습기는 마찬가지지만.

/ 서창원 울산지역홍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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