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신석기 및 청동기 시대에 한반도 남부의 주요 생활 근거지였음은 그간 발굴된 유적·유물로 여러 차례 증명된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유물까지 거듭 발견되면서 이 지역이 고대사회의 단순한 생활 근거지에서 벗어나 한반도 동남 문화의 주축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초 중구 약사동에서 발굴된 신라시대 저수지 제방축조 흔적과 8월10일 북구 강동 화암 유적지에서 발굴된 대형 토기는 울산이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 걸쳐 주요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 간 기록이나 학설을 통해 제기돼 오던 ‘고대 울산 문화권’에 대한 실질적 증거가 하나 둘 밝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고래와 관련된 신석기시대 유물이 울산에서 발굴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당시의 생활상을 추측할 수 있는 연장이나 도구가 발굴된 경우는 더러 있었으나 포경과 직접 관련된 유물이 나온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한국문물 연구원이 울산의 포경역사를 1~2천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도 모를 사실 하나를 17일 발표했다. 울산 남구 황성동 울산 신항만 부두공사 현장에서 고래 뼈가 무더기로 나왔는데 그 중 사슴 앞 다리 뼈를 갈아 만든 것으로 보이는 화살촉이 박힌 고래 등뼈와 어깨뼈가 각각 1점씩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화살촉은 신석기 전기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시기를 지금부터 약 6천년 전인 신석기 말에서 청동기 초로 보는 만큼 울산의 실질적 포경 역사는 기원전 약 7천년부터 시작됐다는 가설이 성립되는 것이다.
울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앞서 한반도의 문명·문화를 이끌었던 지역임에 틀림없다. 으레 그러려니 했던 것 보다 훨씬 뛰어난 문화유산을 곳곳에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전면적인 문화유산 확인 작업과 보존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