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의 교사와 학부모
자본주의 사회의 교사와 학부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8.1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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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고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고 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고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고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 참된 교육의 시작입니다.”

이것은 최근 TV에서 자주 보는 공익광고에 나오는 말이다. 근래에 우리 사회 양식 있는 이들의 집단적 교육 소망을 이토록 절절히 들려주는 말도 드물 것이다.

‘부모야말로 가장 위대한 교사’라는 오래 된 잠언은 이런 전제 위에서 의미를 갖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학부모’는 원칙적으로 교육을 말해서는 안 될 존재가 아닌가 한다.

다만 세상의 거친 이기심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공격적으로 맞서 내 아이를 지켜 내기 위해서 잠시잠깐 필요한 입장일 수는 있겠지만…….

지난 몇 천 년 동안 인간 지성사에서 인간의 이기심은 항상 위험한 영역으로만 치부되고 경계의 대상이 되어왔다. 건전한 자본주의 논리는 이런 인간의 이기심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갖는 창조적 동력을 인정하고 적절히 활용하자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협적 방식인 상호 교환의 전제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끝없는 경쟁은 어떤 경우에도 조장하거나 부추길 일이 아니다.

건강한 자본주의란 상대를 밟고 올라서는 삶이 아니라 서로가 만족한 길을 찾는 타협으로서 교환의 가치를 중시한다. 경쟁 일변도 승자독식 체제는 결코 인류의 지향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둘러보면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점점 무한경쟁의 논리 속에 승자독식의 양극화 사회로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가운데 학부모는 자식에게 타협을 가르치기 어렵다. 아니 가르칠 여유가 없다. 따라서 학부모의 이와 같은 자기 방어적 태도를 무조건 나무라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지난해 초중고생의 자살률이 전년도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는 보도 앞에서, 공익광고 문안에 지적된 학부모의 입장은 적어도 공적인 교육 논리에 있어서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학부모의 입장을 가장 충실히 대변해 주는 이들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바로 교사 집단이다. 교사들이야말로 입버릇처럼 학생들에게 멀리 보지 말고 앞만 보라고 하며, 함께 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남보다 앞서 가라고 부추긴다. 그리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야말로 학부모의 입장을 가장 충실히 대변해 주는 이들이 바로 교사들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아마도 우리 사회의 설익은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교사들은 교육 공급자인 자신들의 고객인 학부모의 입장을 가장 성실히 이해하고 대변해 주는 것이 바로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한 까닭이 아닌가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라이벌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라거나, 심하게는 ‘5분 더 공부하면 마누라 몸매가 바뀐다’거니 하는 극단적 내용의 급훈들은 거의 모두 교사들의 발상에서 나온 것들이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교사들이야말로 그 사회의 공적인 교육 정책 담론의 줄기를 이루어야 할 사람들이다. 교사들을 제외하고는 그 사회의 교육 문제를 공적으로 논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에 관한 공적 담론에 전혀 진척이 없는 것은 공적 교육 담론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교사들이 모두 공적 교육 담론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될 학부모 입장으로 옮겨가버린 까닭이 아닌가 한다. 이 사회의 비극이다.

/ 서상호 울산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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