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불과 즉신불
등신불과 즉신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7.2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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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고등학교 시절에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을 읽었다. 그때는 등신불이 과연 있을 법한 일인가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필자의 나이 70을 넘기면서 다시 등신불이 머리에 떠올랐다. 필자의 고향 사람으로 1년 후배인 윤 호진스님을 만난 것이 계기였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등신불’이라하면 신라의 왕자 김교각 ‘지장왕보살’을 들고 있다.

그는 중국 안휘성 구화산 화성사에 24세 때 가부좌(跏趺坐)를 틀었는데 그 후 75년만인 99세에 열반하면서 ‘등신불’이 되었다고 전한다.

지금도 화성사 육신전에 생불(生佛)로 모셔져 있다니 자연과학도로서는 그저 의아할 따름이다.

구화산지(誌)에 의하면 김교각 스님은 죽고 나서 3년 후에도 얼굴이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신체에 아무 변화도 없었다고 한다.

불경에 김교각 스님이 지장보살의 전생이라 기록되어 있으므로, 그의 제자들은 삼중의 석탑을 짓고 그 등신불을 석탑 안에 안치했었다.

중국의 안휘성의 구화산 화성사에만 현재 15존(尊)의 ‘육신불’이 금분(金粉)이 입혀져 안치되어 있다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최고의 육신불은 김교각 ‘지장왕보살’(등신불)보다 약 15년 전에 열반한 중국 광동성, 남화선사의 선(禪)불교의 창시자 혜능대사의 육신불을 꼽는다.

왜, 어떻게 이러한 등신불(육신불)이 생길 수 있는지, 현대의 자연과학으로는 아직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없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장시간에 걸쳐 돈독하게 수행을 쌓은 사람은 그 신체에 확실히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등신불과는 약간 다른 ‘즉신불’(卽身佛)이라는 것이 있다. ‘즉신불’이란 승려가 즉신불이 되려고 토굴(土窟)에 일부러 들어가 명상하다가, 그대로 미이라가 된 것을 말한다.

즉신불은 불교의 수행 중에서도 가장 가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배경에 있는 것은 입정(入定)이라는 개념이다.

본래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지만, 죽지 않고 영원의 생명을 얻으려는 생각이 짙다. ‘즉신불’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즉신불이 되기 위해서 어떤 입정승려는 신체의 수분을 줄이기 위해 옻나무로 만든 차를 마시거나 비소가 함유한 물을 마신다.

신체에 수분이 50%이하로 감소하면 잘 부패하지 않는다. 사람이 살아있을 때 거의 먹지 않고 기아상태로 오래 계속하면 죽어도 미이라화 되기 쉽다.

현재 일본에서의 18존(尊)의 즉신불은, 대개 이 방법에 따르는 것이다.

이것은 죽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고행이어서 도중에 단념한 승려도 상당히 있다고 한다.

또, 사후(死後)에 시체가 부패하여 즉신불이 되지못한 승려도 많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즉신불이 되려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입정을 금지하는 규정을 정하고, 또 입정을 돕는 행위가 형법 202조의 자살방조죄에 해당 돼 금지되고 있다.

즉 일본승려는 즉신불이 되기도 어렵게 되었다.

/ 임자 건강과학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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