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팬이 있어야 존재하는 것”
“프로는 팬이 있어야 존재하는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7.1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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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울산현대가 월드컵 휴식기를 마치고 지난 일요일 홈에서 성남을 상대로 전·후반 화끈한 공세를 주고 받았다. 비록 0-1로 승부에서는 패했지만 다른 의미의 소득을 찾을 수 있는 경기였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다채로운 이벤트로 팬들의 호응을 얻어내며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든 것이다.

구단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남아공월드컵의 열기를 잇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경기 전에는 E석 입장문 한편이 떠들썩했다. 울산의 월드컵 3인방 중 한명인 오범석의 모습을 보기 위한 팬들의 행렬이 늘어섰다.

울산은 경기를 앞두고 월드컵응원 티셔츠를 가지고 온 팬들에게 울산의 유니폼과 유사한 푸른색 응원복을 지급하기로 했다. 선수들이 입고 있는 것과 비슷한 문양이 박힌 푸른색 응원복을 지급함으로써 일체감을 갖게 해 팬층 확보를 노린다는 전략이었다. 응원복 전달시 오 선수의 사인을 곁들여 더 가까이 다가선다는 계획이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준비한 50벌의 응원복이 순식간에 동이 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경기장 안에서도 긍정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7천여 팬들은 더운 날씨에도 1층 응원석에 밀집해 모여 앉아 3만명 못지 않은 뜨거운 응원 열기를 보여줬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과 처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많아 앞으로의 관중 확대를 기대케 했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밤 10시에나 끝나는 경기를 직접 찾아 관람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이날은 케이블티비 생중계가 있어 직접 뜨거운 경기장의 열기를 느끼겠다고 작정하지 않은 이상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경기를 보기 위해 자녀들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팬들을 위해 선수들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화답했다. 강력한 압박과 스피디한 공격으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등 관중들에게 직접 보는 축구의 묘미를 선사했다.

종료 후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하던 팬 한명에게서 이런 말이 들렸다.

“졌어도 화끈하게 밀어 붙이니 재미가 있구만. 시간 가는 줄 몰랐어.”

김호곤 울산 감독이 바라는 바와 맞아 떨어지는 말이다. 김 감독은 평소 “팬이 있어야 구단도 있다”고 주장해왔다. 취임일성으로 성적과 관중몰이 두가지 모두를 성공하겠다고 밝힌 그다. 이날 해답이 나왔다. 지더라도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명승부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가족 단위 입장객 몰이가 그것이다. 오는 31일이면 대전과의 홈경기가 열린다. 토요일 저녁시간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기에 부담 없는 관전이 가능하다. 월드컵 열기를 문수축구장에 옮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구단은 앞으로 2주간의 준비 과정이 남은 1년 농사를 좌우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관중 몰이에 최선을 다해 볼 때다. 프로는 팬이 있어야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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