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숲 헤치니 좁은 산길나와 200여가지 희귀 산나물 지천에
우거진 숲 헤치니 좁은 산길나와 200여가지 희귀 산나물 지천에
  • 권아주 기자
  • 승인 2010.06.17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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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울주군 삼남면 산나물길

 

도시화된 울산에서 아직까지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은 어디일까. 울주군 삼동면 금곡마을 근처가 그중 하나다.

그 한 예로 이 마을 근처의 산과 계곡에는 울산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산나물이 서식한다고 한다. 알려진 종류로만 200여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만 자란다는 희귀한 나물도 지천이다.

(최근 산나물을 무차별 채취해 멸종시키는 행위가 잇따라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습니다.)

들어서기 전에는 길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비좁은 산길에 들어서니 초여름 날씨에도 소름이 돋을 정도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었다.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초목들이 비좁은 길가로 늘어져 아치형 터널을 이룰 정도다. 길 옆으로 계곡이 졸졸거렸다. 초입부터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겨내고 있었다.

산길은 어찌보면 으슥하고 축축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런 곳이 나물이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이라 한다. 딱 한눈에 봐도 다른 산에서 볼수 없는 여러 가지 종류의 초목이 얽혀있었다. 함께 간 숲 해설가 방양희씨는 대부분 먹을 수 있는 산나물이라고 했다. 흔히 나물은 풀이라고만 생각하지만, 그는 나무의 잎이 나물인 것도 많다고 설명했다.

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생강냄새가 나서 생강나무라 불리는 산동백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었다. 산동백나무는 어혈을 풀어줘 산모에게 좋고 칼슘이 많아 골다공증에도 좋다고 한다. 잎을 말려 차로 우려내 먹고, 삶아서 쌈으로 싸먹기도 한다. 그 주변으로 천연염색에 쓰이는 붉나무, 독특한 꽃모양이 눈길을 끄는 박쥐나무가 보였다.

몇 발자국만 떼면 또 다른 종류의 나물들이 눈에 띄었다. 줄딸기와 두릅, 뽕나무, 고추나무, 국수나무, 어름, 병꽃나무, 초피, 비목 등이 지천이었다. 새큼한 맛이 나는 줄딸기는 소독 효과가 있어 위에 좋고, 뽕나무 잎은 당뇨에 좋다고 한다. 주로 차로 마신다. 향긋한 레몬향이 나는 비목은 잎을 비벼 즙을 내 몸에 바르면 모기가 붙지 않는다. 선학초는 무좀을 방지할 수 있어 옛 선조들은 짚신에 깔아 신고 다녔다. 그래서 짚신나물이라고도 불린다.

몸에 유익한 나물도 많지만 독이 되는 것도 있었다. 뿌리가 사약 재료로 쓰였다는 천남성이란 독초도 보였고, 한동안 혓바닥이 얼얼해지는 종류도 있었다. 특히 두 가지의 색깔을 지닌 나물은 독초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계곡을 따라 30여분을 올라가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가파른 산길이 아닌 평지를 볼 수 있었다. 산나물 농장고 해도 될만 했다. 깨끗한 환경에서만 사는 얼레기, 다래순 등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길 근처의 계곡에서는 1급수에 사는 다슬기도 찾을 수 있었다. 이맘때 밤이면 깨끗한 환경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숲이 된다고 한다.

/ 권아주 기자

 

    비옥한 땅에 풍부한 나물

    아흔 넘는 어르신도 정정

    울산 제1호 숲 해설가 방양희 씨

“금곡마을에는 아흔이 넘은 어르신들도 정정합니다. 평온한데다가 땅이 좋은지 농사가 잘 돼 먹을거리 걱정없는 마을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다 매일같이 마을 근처에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까지 캐 드셨으니 당연한 것이겠죠.”

11년 전, 귀농하면서 이 마을에 정착한 방양희씨(48)는 산나물 길 탐방을 함께 나서면서 이같이 마을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금곡마을은 울산에서 유일한 장수마을이다. 특히 비옥한 땅에서 나는 산나물 자랑을 이어나갔다.

“우리 땅에서 나는 나물을 먹는 것이 최고의 보약입니다.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다들어있기 때문이죠. 다양한 종류를 적당히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데 독초도 소량만 섭취하면 약이되고, 약초도 많은 양을 먹으면 독이 됩니다. 옛 어르신들은 이를 잘 알고 이용했죠. 지금의 마을 어르신들도 이 지역의 풍부한 나물을 계절에 맞게 드시셔 장수하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방양희씨는 숲 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산림청에서 인증한 숲 연구소의 전문가 과정을 거친 울산 제1호 숲 해설가이다. 숲 해설가로 활동하면서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숲과 친해지는 방법을 가르치는 들살이 생태 놀이터를 이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최근 동호회 단위로 산을 헤집고 다니며 나물을 캐는 행위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보물처럼 남아있는 이 길을 소개하는 것을 껄끄러워했다.

“예전처럼 산과 들에서 나물을 찾기 힘듭니다. 사람들이 과한 욕심을 부린 탓이죠. 먹을 만큼만 적당히 나물을 캐고, 나무에서 자라는 나물은 칼로 베지 말고 손으로 꺾어야 합니다. 모두가 이런 인식을 함께 한다면 산나물은 절대 멸종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남겨 놓으면 다음 해에도 다시 그만큼 자라나니까요. 교육받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내용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박쥐나무와 얼레기와 같은 희귀식물의 쌉싸름한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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