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헌산·백운산 사이 고개넘어 언양장 가던 길
고헌산·백운산 사이 고개넘어 언양장 가던 길
  • 염시명 기자
  • 승인 2010.05.2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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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령 고갯길
▲ 70여년전 목재와 숯을 실어나르던 산판길. 지금은 숲이 우거져 자연림 상태를 보이고 있다.

▲ 전나무와 낙엽송이 우거진 인공조림지 사이에 난 소호령 임도. 이 곳은 오래전 장꾼들이 왕복 6시간 가까이 걸어 언양장에 다녀 오던 길을 개조한 길이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에 있는 소호령길을 가면 가장 겸허한 시절을 눈물겨운 경로를 경험할수 있다. 또 이 길은 자연림과 인공림을 번갈아 경험할수 있고, 자취가 사라져 가는 옛 산판길을 이해할수 있다.

고헌산과 백운산 사이에 난 소호령길은 엄밀히 얘기하면 3가닥이다. 언젠인지 알수 없을 만큼 오래전부터 다녔던 언양장길이 있고 30년전 그 길을 개량해 만든 임도가 있다. 그리고 70년전 목재와 숯을 제조해 실어나르던 산판길이 있다.

우선 임도부터 살피면 이 길은 화물차가 다닐수 있게 고불고불하게 나있다. 소호마을이 있는 해발 450m에서 소호령이라 불리는 해발 700m 고개를 넘어간다. 길이는 4.5km 가량이다. 고개를 넘어가면 두동면 차리마을 저수지가 나온다.

예전 소호에서 언양장으로 가려면 이 고개를 넘었다. 그때는 걸어서 다녔으므로 고불고불하지 않고 고개를 향해 거의 직선이었다. 임도와 옛 장길이 겹쳐있는 길 좌우에는 40년생 잣나무와 낙엽송이 우거져 있다. 겨울에 이 길을 걸으면 잣나무의 푸른 잎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보통 눈이 쌓여있어 설경이 이어진다.

그 다음 설명할 길은 산판길인데, 아직 이 길은 전인미답과 같은 자연림 속에 있다. 이 길도 소호마을에서 시작해 소호령 바로 아래에 이른다.

오랫동안 사람이 드나들지 않았기 때문인지 다양한 식생과 동물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또 예전 ‘제에무시’(제너럴 모터스 캄퍼니란 뜻의 GMC를 지칭)라 불리던 트럭이 다닐때 애써 쌓은 석축과 숯가마 흔적이 남아 있다.

이 길은 하절기에 탐방하는 것이 제격일 것이다. 신록이 물든 지난 22일 사단법인 아이누리 문화연구소 팀이 김득용(55) 소호주민자치위원장)의 안내로 이 길을 답사했다. 이 길에는 모처럼 밟은 현지 주민도 놀랄만큼 다양한 식생이 번져있었다.

이곳 주민들이 모래참이라 부르는 상수리나무, 부업참이라 부르는 굴참 등이 빽빽하다. 곤봉 재료로 쓰이는 층층나무도 있다. 층층나무는 연륜에 따라 가지가 층을 이루는데, 다른 나무와 경쟁하면서 자라는 숲속에서는 그 층이 뚜렷치 않다고 설명했다.

껍질을 조금 벗기면 노란 속살이 드러나는 행정피나무는 약초에 쓰인다고 했다. 고로쇠나무는 너덜이 생겨난 곳에는 어김없이 자라고 있었다.

나물류는 지천에 널렸다. 개발나물(주민들은 개다바리나물이라 부름)은 생김새가 개의 발처럼 생겼다. 수백평에 군락을 이뤄 녹색의 평원을 이루고 있었다.

들물순나무는 키 큰 나무인데도 나물이 생산되는 특이한 종이었다. 5월 중순쯤 나무에서 나는 새 순을 꺾어 밥을 지을때 함께 삶아 먹는다고 했다.

아이누리 탐방단은 좋은 나물이 앞으로 이 길을 방문한 사람에게 선택적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가을이면 도토리가 지천”이라고 하는 길에는 곳곳에 흙이 뒤집혀져 있는데 이곳은 멧돼지와 오소리가 땅속에 싹이 트고있는 도토리나 지렁이 등을 먹기 위한 흔적이라고 했다.

그렇게 길을 오르다 보면 2시간여만에 치술령의 대성사에 이른다. 보살 한 명과 콘테이너 2채가 전부인 작은 암자지만 그 앞으로 펼쳐진 100여평의 오가피밭은 도착한 이들에게 또하나의 볼거리다.

/ 염시명 기자

소호마을 주민자치위원장 김덕용 씨

“60년대 소풀 먹이던 ‘생활의 길’

지금은 자연림 무성한 ‘생태의 길’”

“제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1960년대에 언양장길과 산판길은 소풀을 먹이러 다니고 장도 보러다니던 길입니다.”

소호마을 김덕용(55) 주민자치위원장은 소호령 둘레길을 조성하기 위해 산판길을 찾아나선 탐사원들에게 걷고 있는 길에 대한 옛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당시만해도 시골의 으뜸가는 재산은 소였는데 산판길은 그런 소의 풀을 먹이고 나무를 하기 위해 등교 전·후로 친구들과 함께 매일같이 두 차례 오르던 길”이라며 “100여마리나 되는 동네의 소들이 풀을 다 뜯어 먹고, 동네 아이들이 한가득 나무를 해 지게를 지고 내려갔기 때문에 나무나 풀이 남아나질 않아 민둥산 같은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지금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밀림이라고 해도 될만큼 독특한 자연환경이 조성됐다”라며 “곳곳에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개발나물이나 고비나물은 우리나라 어느곳이라도 쉽사리 보기 힘든 나물과 식물이기 때문에 생태체험을 하고자 하는 방문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위원장은 또 “생태체험길인 산판길 끝에 마주하는 임도는 30년 전 독일 사람들이 이곳에 와 함께 조성했던 것으로 여러 가지 낙엽송을 비롯해 잣나무 등이 가지런히 열을 맞춰 서 있다”며 “*km에 달하는 임도를 걸어 내려 오거나 오르면 타지역과는 다른 산새에 반할 수밖에 없다”고 장담했다.

이와 함께 김씨는 “소호마을에는 ‘소호에 들어오면 두번 운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들어올 때 어찌살지 걱정돼 울고, 떠날 때 나가기 싫어 운다는 뜻으로 그만큼 소호마을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며 “아름다운 산새가 이 말을 만들었고 또한 소호마을 사람들을 자연에 순응하고 정서를 순박하게 만드는 원천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만큼 많은 울산시민들이 소호를 찾아 이같은 느낌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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