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 전환은 인재양성 위한 최선의 선택”
“자율형 사립고 전환은 인재양성 위한 최선의 선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4.2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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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재단 배려… 정부보조금 없는 부담 감수 결정
입학전형·신설 교육과정 개발·시설 증축 등 고려
▲ 울산 성신고등학교 강대갑 교장.

< 울산 성신고등학교 강대갑 교장 인터뷰>

울산이 고교 평준화를 시작한 이래 비평준화에 대한 욕구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울산과학고, 외고 등이 설립됐다. 그러나 모두 공립 고등학교들이다. 이를 역설적으로 말하면 사학(私學)들은 이런 현상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재단이 부담해야 할 재정적 지원과 성공 가능성 때문이다. 울산 성신고는 지역 인재양성이라는 건학 이념에 맞춰 이런 부담감을 감수하면서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강대갑 교장을 만나 봤다. < 편집자 주 >

-성신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 이유는.

우선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서입니다. 설립자의 건학 이념이기도 하고요. 설립자이신 고(故)김상수 성신양회 전 회장님께서 성신고를 설립할 때 100억 가까운 사재를 투입했습니다. 당시 웬만한 사학도 20~30억 정도만 투입하던 시절에 서너배나 많은 재원을 투입한 셈이죠.

그 만큼 성신학원 설립자는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봐야죠. 자기 돈 아까운 사람 어디 있습니까. 이번에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면 재단이 최소한 2~3억은 다시 출연해야 됩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숫자상의 계산이고 실제론 5~6억 이상이 필요 할 겁니다. 지역 인재에 대한 애정 없으면 이런 결정을 쉽게 못 내리죠.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면 일반계 고등학교와의 차이점과 해야 할 일은.

우선 후기 일반계 고등학교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학생을 배정 받는 일이 없어집니다. 일반계 고교보다 먼저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습니다.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면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고1) 중 교과 이수단위의 50%이상을 제외하고 학생들은 자기가 희망하는 진학 계열에 맞춰 중요 과목을 집중 이수 할 수 있는 맞춤식 교육을 실시 할 수 있습니다.

자율형 사립고 준비를 위해 TF팀을 운영 중에 있고, 또 인재 선발을 위해서 입학전형과 함께 교육과정 개발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일단 결정이 되면 다양한 방법으로 공고할 예정입니다.

-전환할 때 재단이 부담을 느끼지 않았는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로 전환함으로써 정부의 보조금이 전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앞에서 말했듯이 재단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많은 사학(私學)들이 자율형으로의 전환을 꺼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 ‘성신학원재단’이 큰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우리도 자율형으로 전화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자율형 사립고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단이 현재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 외에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흔쾌히 전환에 동의해 주신 재단 측에 감사드립니다.

-등록금이 일반계의 3배에 이른다는데 학생 모집을 어떻게 할 예정인지.

이 문제에 대해 고심했습니다. 남녀 공학으로 문제를 해결할 예정입니다. 비율은 50대 50으로 하고요. 처음엔 70대 30으로 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반반씩 모집 하는게 인재 양성에도 효과적이고 충원하는데도 효율적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장 보기엔 등록금이 비싸다고 느끼는 학부모도 계시겠지만 사교육비 지출까지 감안하면 그리 과다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에 입학하면 사교육비가 전혀 필요 없다고 치면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호응할 겁니다.

5월과 7월로 예정해 두고 있는 설명회에서 이런 점을 부각시킬 예정입니다. 그동안 우리 학교는 우수한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도서관과 기숙사를 리모델링 했고 우수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홍보한다면 학부모님께서 부담해야 하는 3배의 등록금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겁니다.

-전환 후 운영 복안은.

현재 우리 학교는 수학·과학 교과 교실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유교실이 많아 효율적으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전환이 되면 우선 전체 학생들이 교실을 찾아가는 전 과목 교과 교실제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수월성 교육과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전문 교과 과목을 대폭 늘릴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그동안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개설하기 힘들었던 ‘고급수학’같은 수학과목도 개설이 가능합니다. 추가된 전문교과 과목시수 만큼 학생들이 받아야 하는 전체 시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율형 사립고의 최대 장점은 학교장이 교육과정과 학사운영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의 교육이념과 자율형 사립고에 주어진 자율성을 조율해야 합니다. 이런 특색 정도는 갖춰야 지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대 심리를 충족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설 확충은 어떻게 할 예정인지.

개교이후 처음으로 남녀공학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여학생 수용에 필요한 화장실과 탈의실, 보건실 등의 시설이 제일 먼저 보완 돼야 합니다. 전 과목 교과 교실제에 필요한 홈베이스, 교과목 특성에 맞는 과목별 교실 등의 시설도 추가로 증설할 예정입니다. 또 여학생들이 입학할 경우에 대비해 기숙사도 신설해야 합니다. 결국 예산 문제가 거론 될 수밖에 없는데 재단 측과 시 교육청이 도와 줄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장거리 통학생의 편의를 위해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수용 가능 인원은 120명입니다.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된 후 학생들 추가 수용 문제, 기숙사 증축 문제 등을 두고 계속 논의하고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노력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자율형 사립고 전환 이 후 첫 교장으로써 부담감도 적지 않을 텐데.

그렇습니다. 정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입장에서 큰 부담을 솔직히 느낍니다. 주위에서는 “뭐 하려고 벌집을 쑤시느냐? 그냥 조용히 퇴직하도록 하지”라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록 정년은 다 됐지만 ‘마지막 역작이다’라고 생각하고 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제가 씨를 뿌려 싹을 틔우면 후배들이 잘 가꾸고 다듬어 전국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를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신고 학생지도 원칙이 ‘답다’교육이라는데.

저는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고, 또한 학생도 중학생은 중학생다워야 하고 고등학생은 고등학생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답다’는 것은 우선 ‘내적인 면’과 ‘외적인 면’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적인 면으로 따지면 고등학생이 ‘답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고 지식과 교양을 쌓아서 실력 있고 예절바른 학생이 되는 것입니다. 외적인 면에서는 고등학생답게 용모가 단정하고 예절 발라야 할 것입니다.

가끔 성신고를 두고 지나치게 입시 지향적이 아니냐고 평가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그런 관점은 우리 학교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인성 교육이 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좋은 인재가 양성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고등학생다운 인성 교육을 통해 실력 있는 학생을 길러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합격률이 학교수준을 결정한다고 보는가.

교육의 이상론으로 따진다면 서울대 합격률로 학교의 수준을 평가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가 서울대 합격률로 그 학교의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현재 국가 차원에서 서울대 개혁 방안이 다각도로 검토가 되고 있는 줄로 압니다. 이 역시 우리 교육의 현실이 서울대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데에 따른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 풍토가 서울대 합격률에 따라 명문고 여부를 저울질 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고등학교들이 서울대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합니다.

/ 글 = 정종식 기자

/ 사진 = 최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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