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있는가
누가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있는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3.1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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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일간신문이 관련된 ‘6·2지방선거 여론조사 비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야당이 한나라당을 향해 비난 공세를 퍼붓자 여당은 중앙당 차원의 조사를 벌여 당 소속 관련자들을 적절하게 조치하겠다고 한다. 여당 일각에선 이번 일에 관련된 한나라당 소속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올해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할 것이란 소리도 들린다. 진상조사를 거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겐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리겠다는 이야기다.

지난 7일, 이번 사건과 관련된 언론사 대표가 검찰에 연행된 이후 펼쳐진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작금의 상황은 지나친 여론 몰이이거나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사건이 처음 보도되기 시작한 8일, 세간의 관심은 주로 해당 언론사 간부 중 누가 검찰에 연행됐느냐에 집중됐다. 동시에 이번 여론조사 사건에 연루된 지방 선출직들이 몇 명이며 누구냐가 큰 관심사엿다. 그러나 9일에 접어들면서 언론사 쪽 이야기가 쑥 들어가는 대신 선출직 관련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비판이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은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 얘기가 공론화 된 상태다. 아예 “돈을 달라고 한 언론사도 나쁘지만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뒷돈을 건넨 한나라당 기초단체장과 시·구 의원이 더 나쁘다”는 여론이 조성돼 있다. 사건을 주도했던 언론사는 빠지고 ‘동조했던’ 지방 선출직 인사들이 뭇매를 맞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여론조사 사건과 관련된 여당 소속 지방 선출직이 몇 명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 4명이라는 설(說)도 있고 7명이란 이야기도 있으며 9명이란 추측도 나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의 유무죄(有無罪)를 가리는 배심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우선 유의해야 할 점은 이들 전원이 일단 무죄라는 가정하에 개인의 범법 여부를 따져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들 전부가 유죄냐 아니면 무죄냐 또 일부는 무죄이고 나머지는 유죄이냐의 판단 여부는 나중에 이어질 과정에서 결정될 사안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사실 확인이나 정황 점검도 없이 모두를 유죄로 몰아붙이는 여론몰이식 비판은 지나친 일이다. 검찰도 관련된 언론사 관계자 일부만 구속했다. 여당 관련자들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그런데 관련 의혹자들을 향해 ‘여론 조작’이란 용어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성급하고 무분별한 행동이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선 추측성 언급이나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그로 인해 관련자 중 일부는 정치적 생명이 단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또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도록 하기 위해, 돈을 건넸다면 그 당사자는 지역 정치권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반면에 그런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여론조사가 잘 실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순수하게 협조했다면 경우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 만일 이번 사건을 일으킨 언론사가 이들을 찾아와서 “여론 조사를 하긴 해야겠는데 비용이 문제다. 조사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했다고 치자. 이 때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협조’를 했다면 당사자가 아무리 정당성을 내 세워도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 돈을 건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나라당 울산시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관련 사실이 드러나면 엄벌하겠다. 그러나 억울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억울한 사람이냐 아니냐는 돈을 건넸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돈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건넨 돈의 성격을 확실하게 규명하는 일이다.

여론 조사와 전혀 무관한 사람이 여론몰이 식 비난에 휩쓸려 정치생명이 단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열 사람의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단 한사람이라도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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