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2의 ‘황화’에 대비해야
현대차, 제2의 ‘황화’에 대비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3.03 2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아가 지난 달 말 밴쿠버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트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다음 날,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 열도 얼어붙다’란 보도를 내 보냈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일본을 ‘노 골드’ 늪에서 구해 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아사다 마오 마저 은메달에 머물자 일본 전국이 충격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이 이날 충격에 빠진 것은 실상 이 ‘노 골드’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혼다자동차의 리콜 사태도 이 충격에 한 몫 했다. 지금 미국 하원은 혼다자동차 회장이 직접 청문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청문회 출석이 바깥에서 보기만큼 그리 간단치 않다는데 혼다의 고민이 깔려 있다. 청문회에 불려 나간 ‘혼다 차 대표’가 하원에서 당하는 곤욕은 둘째 치고 자칫 위증죄로 고발당하면 국제 외교 분쟁으로 비화될 만큼 심각한 사태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은 최근 들어 바깥으로부터 암담할 정도의 충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일본이 한참 잘 나가던 시절에 외부로부터 오는 충격때문에 ‘열도가 얼어 붙은 적’이 약 백 여 년 전에도 한번 있었다. 소위 ‘황화(yellow peril)’라고 일컬어지는 사건이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해 기고만장해 있던 일본은 1898년 뜻하지 않은 사태로 말미암아 전국이 충격에 빠졌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일본에게 청일 전쟁 승전의 댓가로 청국으로부터 받은 요동반도를 다시 돌려주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의 강권에 못 이겨 요동반도를 되돌려주는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청국은 요동반도를 돌려받고 대신에 러시아에 만주철도 부설권을 넘겨줬다. 그로부터 백여 년이 지난 지난해부터 일본은 또 다시 제2의 ‘황화’를 맛보고 있는 중이다.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리콜을 해야 하고 이번 세계 빙상대회에선 금메달이 전멸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어제 새 전기자동차 모델을 공개하면서 다음 달에 시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8? 15 광복절을 기점으로 상용화 할 계획임도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가 갈 길은 험난하다. 일본 혼다자동차도 한 때 우리와 똑 같은 길을 걸어 왔다.

백 여년 전에는 수백만 명의 전사자를 내 가며 전쟁에서 이겼지만 백인들의 시샘에 그들의 꿈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아직 보랏빛 꿈속에 젖어 있다. 아니 어쩌면 지금 잘 팔려 나가는 소형차 뒤를 이어 전기차도 북미 전역을 누빌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잠시 태평양을 건너 온 ‘미국발 자동차’스나미를 용케도 지금은 일본 열도가 막아 주고 있지만 다음 차례 언젠가는 제2의 ‘황화’를 맛 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며칠 전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힐러리 미 국무장관은 “ 김연아, 그 애는 뭔가 특별한 게 있어”라고 했다. 백인들, 특히 미국인은 특별한 게 없으면 언제든지 한방 먹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현대차! 제2의 ‘황화’를 조심하라.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