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헌납 공언의 실천이 늦어지면서 다음과 같은 촌극이 벌어진다.
숭례문이 불타고 당선인으로서 숭례문 옆에서 방송취재 인터뷰에 얼굴이 비추어질 때 ‘대통령 선거 때 공언했던 재산헌납을 당장 실행하여 숭례문 복원에 사용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국민의 성금으로 온 국민이 참여하는 모습으로 국보 1호를 다시 찾도록 하겠다’라고 말했으면 얼마나 멋이 있었을까(장 진 편집국장). 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기자양반의 말, ‘당선인 주변에 똑똑하고 머리 좋은 박사 교수들 다 모여 있는데 그런 아이디어 하나 안 내고 뭣들 하는 거지?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두 대통령이 합작으로 복원해도 좋고… ’가 터져 나온다.
재산 헌납한다고 공언했을 때 ‘그 액수가 얼마나 되었을까, 추정되었을까’가 화제로 떠올랐다. 약 300억원, 400억원? 그 돈에 맞는 숭례문을 짓고 ‘선진화’라고 이름도 바꾸면 어떨까? 그거 짜고서 불을 냈다고 소문 낼 소리를 하네. 그럴 리가 있나? 그러니까 이런 억측 듣지 않으려면 빨리 헌납하도록 해야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 록 ‘뒷간(화장실) 갈 때 마음하고, 뒷간에서 나올 때 마음은 달라지는 법이여’라고 비웃는 말이 나온다.
컴퓨터로 돈을 번 빌 게이츠가 어마 어마한 돈을 미국 사회에 헌납하였다. 지금 70대의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는 6.25 전란 통에는 구호물자로 연명하며 살았다. 구호물자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먹을 것, 입을 것을 공짜로 주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미국 국기와 링컨 비슷한 할아버지 얼굴이 새겨진 자루와 상자들이 따라다녔다. 물론 당시에는 막일할 거리도 없어서 구걸하여 먹어도 크게 부끄러울 것이 없던 시대였다. 하여간 구호물자 습성이 몸에 배이면 빌 게이츠가 그만한 돈을 그냥 기부한다고 할 때, ‘왜 대한민국, Korea를 빼고…’가 무의식적으로 떠오른다. 지금 우리나라의 일꾼 30대부터 50대까지는 구호물자 습성이 없다. 그들은 ‘양반은 추워도 곁불은 쬐지 않는다’가 부모로부터 길러진 자존심으로 채워져 있다. 여기서 ‘곁불’은 본래의 의미와는 약간 다르다. 이들에게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아도 모든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말이 그렇게 크게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는 재산헌납이 실천될 때, 허구한 날 밥상머리에서 자식과 손자에게 우리 대통령이 자랑스럽다고 얘기 할 것이다. 이래서 재산 헌납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효과는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