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왕국’서 치료 1등국으로
‘B형 간염 왕국’서 치료 1등국으로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0.02.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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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간이식 수술 실패확률 1천분의 1

드라마에 나타난 위험성 “드라마일 뿐”
드라마를 즐겨보는 마니아라면 요즘 SBS드라마 3편에서 ‘간이식’을 예로든 이야기가 제법 익숙할 법하다. 간이식 후 ‘코마’상태, 고가의 수술비용, 가족이 아닌 타인의 간이라도 가능하다는 등등.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라면 ‘간이식’에 대해 반은 박사가 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드라마에서 전달된 ‘간이식’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얼마나 정확할까? 궁금점에 대해 울산대학교 장기이식센터 나양원 교수(사진)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봤다.

간이식 수술은 뇌사자 간 이식과 생체 간 이식이 있다. 뇌사자 간 이식의 경우 기증자가 뇌사 판정을 받아야 수혜자가 선정되고, 수술 시점을 정하는데 다른 장기의 수혜 병원 및 뇌사자 관리 병원과의 조율이 필요하므로 이식 전 수술 준비 시간에 제한이 있다.

하지만 생체 간 이식의 경우 공여자가 준비되어 있어 수술 시점을 정하기 용의하므로 사전 준비 시간이 충분하다. 드라마에서 간이식 수술 사례를 드는 것은 모두 생체 간 이식수술을 말한다.

◆혈액형이 맞고 제공자가 건강하면 누구나 가능=‘그대 웃어요’에서 정길(강석우분)은 간암 말기인 만복(최불암분)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 주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타인의 간을 이식해도 괜찮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괜찮다”이다.

나양원 교수는 생체 간이식의 경우 세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혈액형이 같고 둘째, 제공자 건강상태가 검사를 통해 양호할 경우 셋째, 제공자와 수혜자 간 크기가 맞는다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도 선뜻 ‘간이식’에 나서지 못하는 데, 일반인(순수 기증자)이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는 것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즉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게 ‘간 기증’이라는 것이다.

◆간 이식 수술 후 부작용 1000분의 1=건강한 사람의 간은 2분의 1정를 잘라내도 2~4주면 원래 크기로 재생된다. 이처럼 간 세포는 재생력이 뛰어나다. 나양원 교수는 간 기증자나 이식환자 등의 ‘수술실패’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수술에서 절대라는 말이 없는 것처럼 예외적인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아침드라마 ‘망설이지마’에서처럼 여자 주인공 수현(이태임분)이 간을 기증한 후 코마상태에 빠지는 확률은 1000분의 1일 정도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우리나라 ‘간이식 수술’의 경지는 두 사람의 간을 떼어내 한 사람에게 이식할 정도로 섬세하고 정확한 수술실력을 자랑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 외국에서 배우러 올 정도”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1988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이 비교적 늦게 시작됐지만 당시 ‘B형간염 왕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가 현재 B형간염 퇴치의 수준에 오르기 까지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간이식 수술’은 아산병원에서 독보적이고, 서울대·삼성의료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간 이식 수술 비용 3천만원선=간 이식 수술비용은 본인부담이 2천500~3천만원 정도 든다. 병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을 산출한다면 3천만원선이다. 드라마 ‘천번만번 사랑해’에서 여주인공이 아버지 간이식 수술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 대리모가 된 사연으로 적절하다. 간이식 수술은 고도의 수술력이 요구된다.

수술시간은 10~16시간 걸리는 데, 큰 혈관 5개와 수십개 작은 혈관을 잇는다.

기증자의 간은 혈관도 같이 잘리기 때문에 간이 재생됐더라도 또다시 기증할 수는 없다. 잘린 혈관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작용 합병증 우려 평생관리 모드로=간 이식은 합병증 및 부작용이 많다. 일반적인 전신 마취를 통한 수술을 받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이외에 간 이식과 관련된 대표적인 합병증이 올 수 있다.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로 인한 약물남용과 신장기능의 저하가 올 수 있다. 또 초기 회복기엔 출혈과 담즙누출 등에 유의해야 한다.

/ 정인준 기자

1천여가지 효소생산

‘인체 화학공장’ 기능

‘간’ 이란? 급성이면 치료쉽고 만성이면 어려워…

간의 무게는 약 1~1.5㎏이나 되며, 오른쪽 횡격막 아래의 복부에 위치하여 늑골의 보호를 받고 있다. 간의 세포 수는 2천억~2천5백억 개나 되며 무수한 기능을 수행한다.

간소엽이 모여 만들어진 간은 크게 좌엽과 우엽으로 나뉘며 우엽이 좌엽보다 훨씬 크고 두껍다.

간은 인체가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 저장, 전환시키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탄수화물, 단백질, 핵산, 알코올의 대사로부터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꾸고, 쓸개즙을 생산하고 영양소를 저장하고 해독 작용을 하며 배설 및 방어 작용을 한다.

간은 우리 몸의 모든 기능에 관여해 5백 가지도 넘는 일을 하며 1천 가지 이상의 효소를 생산해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화학반응에 관여한다.

간은 한 마디로 ‘인체의 화학공장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간의 질병은 ‘급성’이면 치료하기 쉽고 ‘만성’이면 치료하기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급성 간염이 치료하기 쉽고 양성이다. 급성 간염은 원인별로 바이러스성 간염, 알코올성 간염, 중독성 간염이 있다. 간 질환 중 현재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은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이다.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간의 일부가 죽어 그 자리에 섬유가 생겨 딱딱하게 굳어지는 간경변이 있다.

그 외에 간에 암이 발생한 경우나 간의 일부가 세균이나 아메바에 의해 화농되어 버리는 간농양,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지방간도 간에 나타나는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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