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성고등학교 김익곤 교장
-지난해 서울대 합격생은 1명이었다. 올해 5명이 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소위 말하는 ‘특단의 대책’이란 게 있었는지.
“서울대 합격생들만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따로 세울 수는 없습니다. 재능 있는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그들에게 상담과 격려를 계속한 것이 전부입니다. 꼭 지적하라면 이번에 합격한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학력향상 계획을 마련해 지도해 왔다는 사실 정도 입니다. 학교 자체적으로 마련한 논술교육이 큰 효과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인문, 자연계별로 각각 5명의 교사들이 참여해 2년간 일주일에 3시간씩 지도했습니다. 3학년 때는 논술지도와 통합교과 논술, 대학별 심층면접 연습을 병행시켰습니다.”
- 평준화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명문대 합격은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평준화 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서울대학교에 대거 입학시키기는 어렵습니다.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로 우수자원이 다 빠져 나가고 나머지 인적 자원을 받아 대학진학 준비를 시키는 울산 일반고교 입장에선 서울대에 5명 정도 합격시키는 게 한계 아닐까요. 좀 더 우수자원이 배정되고 교사의 열정과 체계적인 지도가 뒷받침되면 좀더 추가될 순 있겠지요. 서울에 있는 인문계고교 중 서울대에 한 명도 합격시키지 못하는 학교가 부지기수란 사실을 생각하면 올해 우리는 잘 한 겁니다.”
-개인적으로 현 대학입시제도에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고등학교 생활이 3년이라고 하지만 11월 중순에 수능시험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대학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2년 8개월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짧은 기간에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범위는 너무 넓습니다. 내신성적 신경 쓰랴 수능시험 준비하랴 게다가 입학사정관제까지 대비해야 하고 봉사활동까지 해야하는 형편입니다. 시험자체를 좀 더 단순화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대학마다 전형방법이 다르면 다양성이 있어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을 잘 모르는 소립니다. 시험방법이 다른 서너 군데 대학을 겨냥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학생들의 부담을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다. 학생들이 내신 성적이나 수능 중 어느 하나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도록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태로 학생들에게 독서나 과학탐구 등 자기개발을 요구하는 것은 무립니다. 그럴 시간이 있어야죠.”
-입학사정관제를 어떻게 보시는지.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는 동의합니다. 학업성적은 다소 떨어지지만 특별한 재능과 창의성을 지닌 우수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추세를 보면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또 그 선발비율도 높이고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수험생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많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매우 뛰어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수능이나 내신 준비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이 이 제도인데 언제부턴가 ‘공부 안하고 그냥 통과하는 시험’ 정도로 잘못 인식돼 있습니다.”
-울산에서 올해 다학군제를 처음 시행했습니다. 학성고 지원 경쟁률이 8대1을 넘었다는데 올해는 좋은 인적 자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일단 우리학교 경쟁률이 높다는 소릴 들으니 기분은 좋습니다. 평준화 된지 10년이나 됐지만 학생이나 학부형들에게 인식되는 체감 온도가 그 정도라니 과거 ‘학성고’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그러나 희망 배정지원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자원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실상은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무턱대고 지원하다 보니 경쟁률이 높아져 오히려 성적 좋은 학생들이 밀려 나가는 역 작용이 생깁니다. 경우에 따라선 최상위권 학생들이 전혀 배정되지 않을 수도 있죠. 그 예로 지금 2학년 재학생은 최상위권이 없는 배정이 돼 내년도 대학입시에서는 벌써 고전(苦戰)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배정은 상위권 학생들로 구성된 2대1 정도의 비율인데 그건 제 욕심입니다.”
-교사 임용시험이 어려워 많은 사범대 졸업자들이 취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들을 사교육에 흡수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난해 우리 교육청 교사 임용을 살펴보면 200명 모집에 5000명이 넘는 사범대 졸멉생들이 응시했습니다. 임용고시 감독관으로 현장에 나가보면 가슴 아픕니다. 한 교실에 가득한 지원자 중에서 한 두 명만 합격하고 나머지는 또 시험준비를 해야 되지 않습니까. 이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대단한 낭빕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대개가 교사 아니면 할 게 없어요. 교사가 되기 위해 전공과 교직과목을 이수한 사람들이니까요. 이런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정책당국과 기성세대의 책임입니다. 임용 범위를 넓히거나 이들을 인턴 교사로 뽑아서 방과 후 학교나 수준별 수업에 투입하면 좋겠지만 국가 예산도 문제고 타 대학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기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개인교습이나 학원같은 사교육기관의 교사 자격을 사범대 출신이나 교사 자격증을 갖춘 사람들로 한정하고 수강비나 수강시설 기준을 준 교육기관으로 제도화 하면 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되고 사교육비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겁니다.”
- 요즘 사교육 억제를 위한 여러 가지 정부시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교육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것 중 하나가 방과 후 학교입니다. 그것이 공교육을 활성화 시키고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좋은 방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를 아무리 화려하게 개설해 놔도 사교육이 완전히 없어지겠습니까. 제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인데 그 보이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정책으로 잠재울 수 있겠습니까. 전국에 있는 대학을 모두 서울대학교로 이름을 바꾸면 사람들은 아마 또 원조격인 관악 서울대학교를 찾아 갈 겁니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습니다. 사견입니다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횡행하는 그런 고액과외가 아니면 보통학생들이 적정 수준의 비용을 내고 모자라는 과목을 보충할 순 있어야 합니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준 교육기관이면 더욱 좋죠.
- 같은 학급에 최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는 현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평준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 상태에서는 수준별 수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에서 좀 더 세분화 된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고 경우에 따라선 무학년제 수업까지 실시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이를 시행키 전에 수업에 따른 교사 수급 및 여유교실 확보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런 조치를 취하면 상황을 많이 개선할 순 있겠죠.”
/ 글=정종식 기자
/ 사진=정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