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마련한 논술교육 큰 효과 평준화 위해 수준별 수업 강화해야"
“자체 마련한 논술교육 큰 효과 평준화 위해 수준별 수업 강화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2.1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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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알려진 2010학년도 울산지역 서울대학교 최종합격자는 지난해 보다 3명 늘어난 76명이다. 특히 울산과학고와 현대 청운고를 제외한 일반계고교 출신 합격자 수가 지난해 48명에서 올해 60명으로 늘었다. 합격자 분포도 고르게 나타나 일반계고 30곳 중에서 23개교가 1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또 지난해는 5명 이상 합격자를 낸 일반계고가 1곳이었던 반면에 올해는 5곳으로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를 두고 고교평준화가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올해 5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낸 학성고 김익곤 교장을 만나 봤다. <편집자 주>

학성고등학교 김익곤 교장

-지난해 서울대 합격생은 1명이었다. 올해 5명이 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소위 말하는 ‘특단의 대책’이란 게 있었는지.

“서울대 합격생들만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따로 세울 수는 없습니다. 재능 있는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그들에게 상담과 격려를 계속한 것이 전부입니다. 꼭 지적하라면 이번에 합격한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학력향상 계획을 마련해 지도해 왔다는 사실 정도 입니다. 학교 자체적으로 마련한 논술교육이 큰 효과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인문, 자연계별로 각각 5명의 교사들이 참여해 2년간 일주일에 3시간씩 지도했습니다. 3학년 때는 논술지도와 통합교과 논술, 대학별 심층면접 연습을 병행시켰습니다.”

- 평준화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명문대 합격은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평준화 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서울대학교에 대거 입학시키기는 어렵습니다.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로 우수자원이 다 빠져 나가고 나머지 인적 자원을 받아 대학진학 준비를 시키는 울산 일반고교 입장에선 서울대에 5명 정도 합격시키는 게 한계 아닐까요. 좀 더 우수자원이 배정되고 교사의 열정과 체계적인 지도가 뒷받침되면 좀더 추가될 순 있겠지요. 서울에 있는 인문계고교 중 서울대에 한 명도 합격시키지 못하는 학교가 부지기수란 사실을 생각하면 올해 우리는 잘 한 겁니다.”

-개인적으로 현 대학입시제도에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고등학교 생활이 3년이라고 하지만 11월 중순에 수능시험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대학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2년 8개월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짧은 기간에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범위는 너무 넓습니다. 내신성적 신경 쓰랴 수능시험 준비하랴 게다가 입학사정관제까지 대비해야 하고 봉사활동까지 해야하는 형편입니다. 시험자체를 좀 더 단순화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대학마다 전형방법이 다르면 다양성이 있어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을 잘 모르는 소립니다. 시험방법이 다른 서너 군데 대학을 겨냥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학생들의 부담을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다. 학생들이 내신 성적이나 수능 중 어느 하나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도록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태로 학생들에게 독서나 과학탐구 등 자기개발을 요구하는 것은 무립니다. 그럴 시간이 있어야죠.”

-입학사정관제를 어떻게 보시는지.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는 동의합니다. 학업성적은 다소 떨어지지만 특별한 재능과 창의성을 지닌 우수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추세를 보면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또 그 선발비율도 높이고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수험생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많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매우 뛰어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수능이나 내신 준비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이 이 제도인데 언제부턴가 ‘공부 안하고 그냥 통과하는 시험’ 정도로 잘못 인식돼 있습니다.”

-울산에서 올해 다학군제를 처음 시행했습니다. 학성고 지원 경쟁률이 8대1을 넘었다는데 올해는 좋은 인적 자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일단 우리학교 경쟁률이 높다는 소릴 들으니 기분은 좋습니다. 평준화 된지 10년이나 됐지만 학생이나 학부형들에게 인식되는 체감 온도가 그 정도라니 과거 ‘학성고’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그러나 희망 배정지원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자원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실상은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무턱대고 지원하다 보니 경쟁률이 높아져 오히려 성적 좋은 학생들이 밀려 나가는 역 작용이 생깁니다. 경우에 따라선 최상위권 학생들이 전혀 배정되지 않을 수도 있죠. 그 예로 지금 2학년 재학생은 최상위권이 없는 배정이 돼 내년도 대학입시에서는 벌써 고전(苦戰)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배정은 상위권 학생들로 구성된 2대1 정도의 비율인데 그건 제 욕심입니다.”

-교사 임용시험이 어려워 많은 사범대 졸업자들이 취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들을 사교육에 흡수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난해 우리 교육청 교사 임용을 살펴보면 200명 모집에 5000명이 넘는 사범대 졸멉생들이 응시했습니다. 임용고시 감독관으로 현장에 나가보면 가슴 아픕니다. 한 교실에 가득한 지원자 중에서 한 두 명만 합격하고 나머지는 또 시험준비를 해야 되지 않습니까. 이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대단한 낭빕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대개가 교사 아니면 할 게 없어요. 교사가 되기 위해 전공과 교직과목을 이수한 사람들이니까요. 이런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정책당국과 기성세대의 책임입니다. 임용 범위를 넓히거나 이들을 인턴 교사로 뽑아서 방과 후 학교나 수준별 수업에 투입하면 좋겠지만 국가 예산도 문제고 타 대학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기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개인교습이나 학원같은 사교육기관의 교사 자격을 사범대 출신이나 교사 자격증을 갖춘 사람들로 한정하고 수강비나 수강시설 기준을 준 교육기관으로 제도화 하면 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되고 사교육비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겁니다.”

- 요즘 사교육 억제를 위한 여러 가지 정부시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교육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것 중 하나가 방과 후 학교입니다. 그것이 공교육을 활성화 시키고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좋은 방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를 아무리 화려하게 개설해 놔도 사교육이 완전히 없어지겠습니까. 제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인데 그 보이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정책으로 잠재울 수 있겠습니까. 전국에 있는 대학을 모두 서울대학교로 이름을 바꾸면 사람들은 아마 또 원조격인 관악 서울대학교를 찾아 갈 겁니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습니다. 사견입니다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횡행하는 그런 고액과외가 아니면 보통학생들이 적정 수준의 비용을 내고 모자라는 과목을 보충할 순 있어야 합니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준 교육기관이면 더욱 좋죠.

- 같은 학급에 최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는 현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평준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 상태에서는 수준별 수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에서 좀 더 세분화 된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고 경우에 따라선 무학년제 수업까지 실시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이를 시행키 전에 수업에 따른 교사 수급 및 여유교실 확보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런 조치를 취하면 상황을 많이 개선할 순 있겠죠.”

/ 글=정종식 기자

/ 사진=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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