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은 부자를 모른다
투기꾼은 부자를 모른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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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가지고 싶어 욕심을 부리면 처음 가졌던 것 마저 잃게 된다.

부자가 3대를 넘기기 힘들다 하여 생긴 ‘부불삼대(富不三代)’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부는 권력을 훔쳐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재산가들이 권세를 탐하는 이유도 이에서 비롯된다.

가진 재산을 몽땅 쏟아 부어 얻은 권세는 10년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결국 패가 망신으로 끝난다.

경북 경주 교동 최부자집 얘기는 세간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

300년 동안 9대 진사 12대 만석꾼을 했다는 내용하며 가훈이 엄격하면서도 사회규범을 존중하도록 돼있었다는 얘기도 들을 만큼 들어서 다 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으로 봐 최씨 집안의 여섯 가지 가훈 중 ‘재산은 만석 이상하지 마라’ ‘흉년에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마라’고 한 부분은 다시 거론해 보고 싶다.

이명박 정부의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중 모 여성 후보자가 전국 각지에 40건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말썽이 돼 결국 사퇴하고 말았다.

이 후보자의 발언 중 “암이 아니라고 판명되자 남편이 기념으로 오피스텔을 사줬다”고 부동산 구입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온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그 쪽 세계는 어떤 세상이길래 “암에 걸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부동산을 선물하는가?

절대 농지 구입배경에 대해 질문하는 야당의원에게 “IMF 당시에는 외지인의 농지구입이 완화돼 살수 있었다”고 하는 다른 여성 후보자의 답변도 기가 막히기는 마찬가지다. 절대 농지는 농업생산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고 해당 지역에 살지 않는 외지인은 구입할 수 없다. 간단히 말해 농촌에 사는 농민들끼리만 사고 팔 수 있는 땅이다. 기준시가 4억 6천만 원 짜리 땅을 그것도 IMF기간 동안에 매입했다면 더 거론할 가치도 없는 사안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를 뜻한다.

로마의 황제와 귀족들은 평민보다 앞서 솔선수범과 절제된 행동으로 국가의 초석을 다졌다. 포에니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세를 신설, 재산이 더 많은 원로원들이 더 많은 세금 부담을 감수했다. 이것을 본 평민들은 앞 다퉈 세금을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급속한 산업화의 결과로 현대식 상층집단이 발생했다.

그러나 한국의 상층은 오히려 ‘오블리제 없는 노블리스’ 즉 의무를 망각한 상류 신분집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1600년부터 1900년대 중반까지 만석꾼 집안을 유지했던 경주 최부자 가문은 마지막까지도 권위와 존엄을 잃지 않았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던 것은 차치하고 전 재산을 교육에 헌납해 지금껏 가문의 명예를 유지하게 한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1950년 마지막 부자 최준은 전 재산을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구 대구대학 재단설립에 기부하고 스스로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졌다. 지금 최부자집 후손들이 과거의 부귀영화를 역사 속에 묻어버리고 갑남을녀로 살아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재산은 분뇨와 같아서 한곳에 모아 두면 악취가 나 견딜 수 없고 골고루 사방에 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 최준이 어느 날 노스님에게서 받은 금언을 최씨집 후손들이 명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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