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곤충 복원, 생태계 유지·보전의 핵심”
“멸종위기 곤충 복원, 생태계 유지·보전의 핵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2.0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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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측면 유용한 생물자원 ‘곤충’
두점박이 사슴벌레, 지표생물로 활용
울산대공원 나비원 방남식 생태환경반장

울산대공원 나비원은 지난해 경북 이남지역에서는 이미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꼬리명주나비 복원에 성공한데 이어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종 1급인 두점박이 사슴벌레를 제주도에서 채집해 와 복원 중에 있다. 곤충이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무엇인지 굳이 제주도에서 멸종위기 동물을 들여와 복원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사슴벌레 복원을 주도하고 있는 울산대공원 나비원 방남식 생태환경반장을 만나 봤다. <편집자 주>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의 80%이상이 곤충입니다. 학자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대략 80만 종에서 300만종 이상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2만 여종 이상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부 종은 멸종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1990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곤충 중에서 특별히 보호가 필요한 20종을 선정해 필요 정도에 따라 보호1급 5종, 보호2급 15종으로 나눠 보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복원을 시도하고 있는 두점박이 사슴벌레도 보호1급입니다” 방 반장은 곤충의 중요성과 희귀종의 보전을 거듭 강조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곤충을 보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현대과학 수준은 생물을 단순히 생물로써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물자원의 하나로 인식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해 있습니다. 따라서 종(種) 다양성이 우수한 곤충은 그 어떤 생물보다도 이용가치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곤충들의 다양한 유전자를 활용해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을 생산하거나 고영양의 먹거리를 생산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신물질을 개발해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 곤충이란 생태계의 다른 구성요소를 통해 인간들이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곤충 보호의 한 이유가 됩니다. 그들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좋다고 확신하고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겁니다. 인간들이 서로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데도 일조(一助)합니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잠자리 얘기를 하는데 자식이 그 곤충을 모르면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겠습니까.

-곤충이하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생태계의 기본 틀을 지탱하는 중간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식물들을 섭식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식물이 공존할 수 있도록 식물의 수량을 조절해 줍니다. 동시에 살아 있는 식물 뿐 만 아니라 죽은 식물이나 동물의 사체, 배설믈을 먹어 분해함으로써 생태계 내의 물질 순환에 많은 영향을 주죠.

즉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1차 소비자로 작은 육식 동물 등 2, 3차 소비자를 위한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만일 곤충이 왕성한 번식 속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생태계는 벌써 무너지고 말았을 겁니다. 요즘은 단순히 이런 생태계의 구성원 차원을 넘어 생물자원으로 활용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곤충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정도는.

곤충이라면 아직도 위생곤충이나 농업해충과 같이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해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이런 생각이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해방후 농경 중심의 사회에서 겪은 곤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자라는 세대들도 부모들로부터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을 전달 받음으로써 아직도 ‘해충’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비원을 찾아오는 시민들이 곤충을 하나의 생물로 이해하기보다 단순한 관람의 수단으로 생각하시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비는 오전 10~12시에 가장 활동이 왕성한 반면에 햇빛이 없는 흐린 날이나 해가 짧은 동절기에는 활동이 현저히 떨어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비원을 찾으시는 시민들께서 방문하신 그 시간에 나비가 날지 않으면 무조건 운영이 잘못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죠.

-최근 나비원이 두점박이 사슴벌레를 복원 중이라는데 그 것의 가치성은.

두점박이 사슴벌레는 국내에 서식하는 16종의 사슴벌레 중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서식하는 아열대 곤충의 특징을 가진 벌렙니다. 이들은 생태적으로 목본 식물을 분해하는 분해자로써 우거진 활엽수림지대에서 유기질이 활발히 순환되도록 해 숲이 풍요롭게 유지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라 이들의 서식분포가 변화할 경우 생태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 생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국내에서 서식하고 있는 다른 사슴벌레들과 달리 광택이 있는 황갈색을 띠고 있어 매우 아름답습니다. 따라서 장수풍뎅이처럼 종의 복원에 필요한 기술이 확고해 지면 친근한 애완동물로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인 이윤을 창출 할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그 종(種)을 택한 이유는.

우선 사육이 용이 합니다. 멸종위기 곤충들을 복원하려면 일단 개체수를 늘여야 하는데 대부분의 멸종위기 곤충들은 복원기관의 자연환경과 서로 맞지 않아 복원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최근 울산도 제주도와 비슷한 기후대를 형성하고 있어 두점박이 사슴벌레가 울산지역 자연환경에 적응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보호 1등급이기 때문에 울산이 두점박이 사슴벌레 사육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받게 돼 지역의 위상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환경부로부터 국고지원을 받아 연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죠.

- 현재 복원 정도는.

제주도 현지에서 암수 2쌍을 확보해 사육 중인데 이들로 부터 산란을 받아 30마리의 유충을 얻은 뒤 수 개월내에 성충으로 키울 예정입니다.

실내에서 사육할 경우 암컷 1개체 당 30~50개의 알을 낳습니다. 이를 통해 30마리 정도의 유충을 얻는 것이죠. 물론 이 중에는 수컷도 섞여 있을 것이므로 대략 절반이 암컷이라고 가정하면 15마리의 유충이 자라서 한 마리 당 또 30 여개 이상의 알을 낳는 것이죠.

- 복원과정에 어려움은 없는지.

멸종위기에 처한 곤충을 복원, 증식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의 분류적, 생태적 특성뿐만 아니라 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환경을 깊이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멸종위기에 처한 곤충들의 대부분은 극소수 만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자료 축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탭니다. 두점박이 사슴벌레도 마찬가집니다. 국내에는 두점박이 사슴벌레에 대한 연구자료가 전무하다시피 해 이들의 사육체게를 수치화하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또 이들이 제주도에만 서식하는 종(種)이기 때문에 필요한 개체 확보를 위해 여러번 현지에 가서 개체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도 겪었죠.

-전문가가 곤충보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아직도 일반인들이 곤충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그리 향상되지 못한 것 입니다. 따라서 이런 일반인들의 인식전환에 전문가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 나비관 같은 전시시설을 활용해 곤충에 대한 지식을 확대, 보급해야죠. 또 일반인들의 인식이 전환될 때까지 자연환경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유지, 보전하는 것도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 글=정종식 기자

/ 사진=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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