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람 행세하기
미국사람 행세하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2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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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검정머리 외국사람(미국 시민권자)이 한국 사람을 농간했다는 말이 나왔다. 알고 보니 김경준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BBK 주가 조작을 교묘하게 하고 남에게 덮어씌우거나 최소한 물귀신작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가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 명문대학을 나왔으니 영어 정도는 괜찮을 만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시민권을 열매 따듯이 땄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여권이 있었을 것이고, 미국 운전면허증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김경준이 한국에서 사업을 한답시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돌아다녔을 터이니 한국 사람을 바보로 여기고 교통규칙을 위반했을 때 어떻게 했으리라고는 쉽게 짐작이 간다.

어떤 사람이 미국 유학을 가서 수년을 보내고 학위 없이 한국에 돌아와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있었다. 회화에 능통하고 문법도 밝아서 학원 학생들한테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었다. 이 사람이 어느 날 서울 시내에서 신호 위반을 하여 교통경찰한테 딱지를 떼이려는 순간, 머리를 스쳐가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마침 다시 유학을 가려고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갖고 다니던 여권과 미국운전 면허증이 있었다.

교통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운전면허증을 보여 달라는 교통순경의 말에 이 사람은 못 알아듣는 척(shrug)하면서 미국여권과 미국 운전면허증을 보여주며 그의 유창한 영어로 여유 있게 미처 몰랐다는 변명을 하며 웃음을 보냈다. 교통순경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한편 부끄러움도 보이며 그냥 가라는 손짓을 하더란다. 그는 속으로 ‘어휴, 살았다. 벌금도 물지 않고-’하면서 자신이 순발력 있고, 한국 사람은 영어 못하면 괜히 주눅 든다고 비웃었다.

나쁜 짓은 쉽게 중독되기 마련, 이 사람이 다음에도 같은 행동을 하니 잘 통하더라는 것이었다. 아마 서 너 번은 통했을까 하루는 또 교통순경한테 걸렸는데 예의 방식대로 여권과 미국운전면허증을 보여주며 영어로 말을 하니까 이 교통순경은 정확한 영국식 발음으로 ‘이 여권은 만료된 여권이며, 미국시민권자 여권도 아니고 한국 여권이며 학생비자로 유학한 여권입니다. 운전면허증도 미국의 주마다 다르니 한국에서 함부로 제시하면 오해를 삽니다. 자, 이제 우리말로 하시죠.’하더란다. 이 사람 기겁을 하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며 용서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한국의 영어 실력이 이쯤으로 향상 되었다. 김경준 따위의 혀 짧은 한국말 발음에 농락당할 사람, 울산에 없다. 영어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철저하게 연습할 수 있도록 ‘영어활용을 위한 구조개선’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해야 할 때이다.

솔직히 말해 대학이나 중·고등학교의 영어 교육에서 영어 문학교육, 구체적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엘리엇의 시(詩)를 가르치기 보다는 분야별 기본 영어(가정생활대화, 무역영어, 뉴스에 나오는 일기 예보 영어, 여행영어, 전공별 질문하고 대답하기의 직정생활 공통영어 등)를 가르쳐야 한다. 문학교육은 문학전공자들에게만 가르치는 것이다. 영시(英詩)를 전공한 피천득 선생님한테 오래 전에 ‘배면주차 하지 마세요.’를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합니까? 라고 질문한일이 있다. ‘Don’t back in’이라고 답했다.이 말은 모텔마다 주차장에 박아놓은 생활영어로 영시(英詩)엔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To be or not to be’를 써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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