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싱크탱크 역할, 독창적 정책발굴”
“지역 싱크탱크 역할, 독창적 정책발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1.2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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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전체 ‘토양 생태지도’ 구상<br/ ><br/ >신산업 창출해야 지속발전 가능<br/ ><br/ >언양권 ‘청동기 유적’ 발굴 필요

울산발전연구원 서근태 원장

2001년 개원한 울산발전 연구원이 올해 10년차를 맞는다. 국가가 아직 IMF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기에 설립된 이 연구기관은 울산시의 출연금에만 의존한 채 지금껏 버텨오고 있다. 선발 주자인 서울, 경기, 부산 등의 발전연구원이 설립될 때 지역 상공계나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의 100억 원 가까운 기금을 지원 받아 개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열악한 조건하에서 출발한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 동안 울산발전연구원이 쌓은 성과는 주목할 만 한 것이다. 울산을 ‘생태도시(에코폴리스)’로 만들자는 기획안을 마련했고 태화강 생태조성계획도 이곳에서 입안해 울산시로 넘겨줬다. 울산 중장기발전계획안과 울산의 미래도시 발전 모델을 ‘국제도시’‘세계도시’로 설정한 것도 울산발전연구원의 두뇌집단(씽크탱크)이다. 하지만 발전연구원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만만찮다. 인적· 재정적 뒷받침이 절대 부족한 점, 연구원들이 상호협조 체제를 형성치 못하고 있는 점, 정책대안들이 참신성이 부족한 점 등은 앞으로 울산발전연구원과 울산시가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울산발전 연구원 직원들에게 참신성이 부족하다며 질타했다는 서근태 원장을 만나 봤다. <편집자 주>

-개인적으로 울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두 가집니다. 하나는 울산항입니다. 앞으로 울상항은 상상치 못할 정도로 큰 역할을 할 겁니다. 환동해 경제권에서는 오로지 울산항만 중국 특히 러시아와의 교역을 감당해 낼 수 있거든요.

항구란 건 서로 주고받을 물량이 있어야 번창합니다. 그런데 동해안에 묵호, 삼척, 포항 항들은 러시아나 중국에 줄게 없어요. 울산은 자동차, 기계, 조선, 석유화학 등 그 쪽에서 필요한 것을 무진장 줄 수 있잖습니까. 반면에 가져 올 것도 많고요. 원유, 지하자원, 천연가스, 곡물 등을 들여 올수 있죠.

언양을 중심으로 문화 관광사업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선사, 청동기 유물이 울산만큼 많이 매장돼 있는 곳도 드뭅니다. 언양 고속전철 역세권쪽에 가 보세요. 고분(古墳)이 널려 있습니다. 이곳에 ‘현장 박물관’하나를 건립해 반구대 암각화, 언양 고인돌과 연결하면 신석기, 청동기를 한 눈에 볼 수있는 관광 자원이 되죠.

-올해 울산발전연구원 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씀이 있다는데.

우리가 지니고 있는 단점 중 하나는 지금까지 개인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져 왔다는 사실입니다. 직원들이 연봉·계약제로 조직돼 있어서 개별성과 쌓기에 집착하는 경향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 이제부터 일부 연구자들이 연구 과제를 독점하기보다 모두가 연구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안배할 계획입니다.

가끔 연구기간이 지체된 것도 이런 상호 협조가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봅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잖습니까. 지역의 두뇌집단(씽크탱크)으로서 독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대안을 발굴하라고 말했습니다.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참신하고 획기적인 대안을 내 놔야지 다른 곳에서 이미 개발한 것을 조금 변형해 나열하는 방식은 안 됩니다. 울산의 유일한 정책연구기관이라면 그 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항상 현장 방문을 강조하신다고 들었는데.

우리 연구원은 울산시에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발굴하는 곳입니다. 연구원에서 만든 연구 결과가 울산시에 활용될 수 없다면 그 연구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를 위해선 연구대상인 현장을 반드시 방문하고 거기서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는게 가장 좋습니다. 왜냐하면 울산시가 요구하는 대부분의 과제는 울산지역 현안과 관련이 있거든요. 연구실에 앉아서 문헌이나 자료를 토대로 제시하는 대안은 현장 사정과 다른 경우기 많습니다.

- 울산시는 수질과 대기오염 개선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환경 쪽에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태화강의 기적’이라고 할 만큼 수질은 개선됐습니다. 대기질도 크게 좋아졌고요. 문제는 토양오염인데 그 부분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습니다. 울산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토양 생태 지도’를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공단 안에 들어가서 일일이 확인하고 연구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선뜻 허락하겠습니까.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울산이 발전하기 위해 향후 나가야 할 방향은.

산업과 환경이 조화를 이뤄야 하고 역사·문화 도시로 품격을 높여야 하며 도시와 농촌 그리고 사회 계층 간의 조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울산 주력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기존 산업과 연관된 첨단 신산업을 창출해야죠. 그래야 성장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개발과 환경이 공존하는 쾌적한 환경도시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제 울산도 개발 못지않게 자연 환경을 중요시하는 도시 아닙니까.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발전상을 국제화에 두는 겁니다. 이제 국내에서 제조한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정도론 미래가 없습니다. 도시가 국제화 돼야죠. 울산 길거리에 외국인이 들끓고 음식점 어디서나 그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국제적 관문이 돼야 합니다.

- 울산의 문화· 관광사업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우선 시민과 기업 그리고 지자체가 함께하는 문화·관광 도시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어느 한 쪽도 빠지면 안돼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고래관광 테마사업은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닦아 놓은 바탕을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높여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동권이나 울주군 진하 마리나항 등 해양관광사업도 울산발전에 한 몫 할 겁니다. 개인적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인데요. 언양권을 축으로 하는 선사, 청동기 유적 발굴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업과 함께하는 ‘메세나’ 운동도 지금보다 더 활성화 돼야 합니다. 공업도시 울산에서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 올해 기획 과제로 ‘환 동해 경제권과 울산발전 전략’을 택하셨다는데.

우리 연구원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보고 울산경제 발전을 위한 밑 그림을 그려주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울산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또 울산이 선점할 수 있는 테마는 환동해경제권입니다. 한반도의 동해안지역과 중국 동북 3성, 일본의 서해안 지역 그리고 러시아의 극동 지방을 연결하면 새로운 국제 경제권이 하나 형성됩니다.

물론 울산은 이 경제권에서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 지역입니다. 중국, 러시아 쪽에서 나오는 에너지 자원과 천연자원을 활용하면 울산은 새로운 국제도시로 부상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울산은 이런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야 국제화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 동해 경제권과 울산을 함께 조명해보기로 한 겁니다.

-문화재 발굴기관들이 지역사회에 부정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울발연 문화재 센터는 어떻습니까.

문화재 발굴은 필요한 과정입니다. 역사적으로나 학술적, 예술적으로 따져도 그 만큼 중요한 건 없죠. 그래서 그 발굴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개발을 하는 사업자들 입장에선 다르죠. 까짓 것 대충해서 빨리 끝내면 될 일을 시간만 끈다고 생각하는 거죠. 우선 이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문화재 조사는 법에 의해 반드시 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설 발굴기관들도 문제는 있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조사를 완료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물론 발굴단 측에선 정당한 이유를 대겠죠.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국가가 비용의 일부 또는 상당부분을 제도개선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연구원 문화재 센터도 이런 불편, 불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불평, 불만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공공기관 아닙니까. 최대한 빨리 끝 내지 않으면 민원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빨리 끝내지 않을 수가 없죠. 조사가 완료된 후에는 발굴 비용을 철저히 정산해 돌려주기까지 합니다.

/ 글=정종식 기자

/ 사진=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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