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사회가 남긴 것
신년인사회가 남긴 것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0.01.0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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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치르는 통과의례지만 울산상공회의소가 울산롯데호텔에서 마련한 ‘2010년 신년인사회’는 한결 신선하고 돋보이는 행사로 기록될 만했다. 대체로 매끄러운 진행이 그랬고, 구투를 벗어 던진 단상 내빈들의 절제된 태도 역시 그랬다. 행사에 참여했던 한 지역 인사는 이를 ‘진화’라고 표현했다.

식전행사로 축하무대에 올려진 3인조 여성 전자기타 연주단(‘퓨전 일렉트릭 아리아스’)의 경쾌한 음악과 무대매너 및 연주솜씨, 뒤이어 등단한 울산KBS어린이 합창단의 깜찍하고 발랄한 율동과 가창실력은 신년인사회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듣기에 손색이 없었다.

달라진 것은 또 있었다. ‘절단식’에서는 해마다 올리던 축하케이크 대신 축하시루떡이 처음으로 올랐다. 고명으로 ‘울산의 미래, 우리의 힘으로!’라는 메시지를 새긴 큼직한 시루떡이었고, 여성 하객들은 두어 토막씩 잘게 자른 떡을 ‘봉승’으로 받아갔다.

축배주로 태화루 막걸리가 테이블에 올라온 것도 상큼한 느낌을 주었다. 본행사를 일정표에 맞추어 정확히 오전 11시 3분에 시작한 것도, 첫 번째로 잡혀 있던 상의 회장의 신년사 순서를 시장과 시의회 의장의 뒤로 돌린 것도 인상적이었다. 호텔 2층 크리스털볼룸 곳곳에는 울산상의 관계자들의 땀의 흔적들이 손때처럼 묻어 있었다.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든 또 다른 이유에서든 직접적인 대면이 전제되는 ‘만남’은 긍정적인 효과가 갑절이 된다. 직접 소통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초에 마련되는 만남의 장은 연중 그 어느 시점의 만남의 자리보다도 소중하다. 서로의 변고 없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고 새 부대에 넣을 새 술을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초대받은 인사,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어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각계각층 지도급 인사들의 표정에는 어두운 구석이 없었다. 사회적 지위, 정치적 이념, 경제적 형편이 아무리 달라도 이날만큼은 얼굴에 덕담 한 마디씩 담고 모두가 하나 된 분위기였다. 신년인사에서는 고위 인사들은 저마다 희망의 메시지를 바이러스처럼 퍼뜨렸다.

박맹우 시장은 “지난해 경제위기 극복의 중심에 우리 울산이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 “올 연말이면 KTX 개통으로 울산이 경부(京釜) 축에 편입됨으로써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중심축에 자리를 잡게 된다”고 소망스러운 의미를 부여했다.

윤명희 의장은 ‘더 나은 꿈과 더 큰 소망, 더 밝은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한 해, 용맹한 호랑이처럼 거침없이 전진하는 경인년’이 되기를 축원하고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 온 울산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자”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이번 행사를 마련한 최일학 상의 회장은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공동체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된다”며 공동체의식을 강조하고 “새해를 맞아 맑고 깨끗한 기운을 듬뿍 받으시고 나날이 새로운 날들이 되시기 바란다”고 덕담을 선사했다. 신년인사회가 열린 연회장은 덕담과 함께 화해도 봇물을 이루었다. 평소 등을 돌리거나 적개심을 드러내던 인사들끼리 활짝 웃는 낯으로 악수를 청하는 흐뭇한 장면은 드물지 않게 목격이 됐다. 유난히 불어난 해학도 이번 신년인사회의 새로운 풍속도였다.

세 번째로 축배를 제의한 조무제 울산과기대 총장은 장신의 체격에 어울리잖게 “다 함께 고 고 고!”를 주문했고, 서먹한 분위기를 풀어주려던 서동욱 시의원은 리셉션 음식에 손이 가는 몇몇 지인에게 “요새 어려운교? 여기서 식사 다 해결하고…”라는 식으로 농담을 건넸다.

신년인사회에 처음 모습을 선보인 이정훈 신임 삼창기업 사장(이두철 전 울산상의 회장 자제)은 “아버님을 만났더니 ‘트레이닝복 입혀줬으니 알아서 열심히 뛰겠지’라는 말씀 하시더라”는 덕담 성격의 전언을 듣기도 했다.

이날 누구보다 가슴을 움직인 초청인사는 심완구 전 울산시장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암과의 투쟁에서 끝내 승리를 쟁취한 그는 매우 건강해진 모습으로 각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그리고 끝까지 행사장을 지켰다. 전·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와 재경울산향우회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는 심완구 전 시장은 새해의 연세가 보통나이로 올해 이른 셋이라 했다.

2010년의 울산을 여는 신년인사회는 여러 면에서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진화의 지속가능성을 최일학 울산상의 회장의 신년인사에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가오는 변화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지역경제 발전과 화합을 위해 보다 많은 열정과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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