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혈관 뚫어 ‘기적처럼’ 목숨 살린다
심장혈관 뚫어 ‘기적처럼’ 목숨 살린다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0.01.03 2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강병원 심장혈관센터
심장은 심장근육으로 움직인다. 심장근육이 움직이려면 혈액이 공급돼야 하는 데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 한다. 이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느냐 천천히 막히느냐에 따라 심장마비인 급성 심근경색과 만성 심근경색으로 나뉜다. 급성인 심장마비는 초를 다투는 위급상황이지만 만성 심근경색은 그 경우가 다르다. 흔히 협심증으로 불리는 만성 심근경색은 1~3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천천히 관상동맥이 막히는 경우다. 이때 혈관이 막히면 죽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지만 인체의 신비는 하나의 혈관이 막히면 측면 혈관이 자라나 필요한 심장근육에 혈액과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그렇다고 위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만성인 경우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을 하게 된다. 의학적 용어로 완전히 막힌 경우를 ‘만성완전폐색병변(CTO)’이라 한다. 최근 만성폐색병변 치료술의 발달로 90% 이상 완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9시 동강병원(이사장 박영국·병원장 윤성문)에 두 사람의 반가운 손님이 왔다. 일본 토요하시 심장센터 키노시타 교수와 에비사와 교수가 심장혈관 질환인 만성폐색병변(CTO) 및 복잡한 중재적 시술Complex PCI)의 시연회를 위해 방문한 것. 이 두 교수의 방문은 동강병원 심장혈관센터(소장 이수훈)와 한일 의료기술을 교류하기 위한 것으로, 동강병원에서는 선진 의술을 습득하는 계기가 됐다. 동강병원은 그동안 3차례에 거쳐 시연회를 개최했고, 이번이 4번째다.

일본은 심혈관계질환 치료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일본은 90년대부터 만성폐색병변의 치료술을 개발해 현재 9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60~80%의 성공률이라고 학계는 밝히고 있다.

만성폐색병변의 치료 시술이 어려운 것은 고도의 의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심장혈관의 굵기는 큰 것 3~4mm, 작은 것이 1~2mm이다. 이렇게 얇고 연한 혈관을 뚫는 데는 안전하게 개발된 0.014인치의 철사가 사용된다.

특히 완전히 막힌 경우 조영제를 투입해 CT로 촬영을 해도 혈액이 다니는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혈관을 찾는 데는 오랜 경험과 감이 중요하다. 동강병원 심장혈관센터 김형준 순환기내과 전문의는 “완전폐색의 경우 혈관이 보이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며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감으로 시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동강병원이 이번 시연회에서 준비한 환자는 모두 4명. 만성폐색환자 3명과 무릎 뒤 말초동맥폐색 환자 1명이다. 동강병원은 일본 토요하시센터에 모두 6개 사례를 보냈으나 그중 난이도가 높은 4개의 사례가 선정됐다. 키노시타 교수와 에비사와 교수는 시술에 들어가기에 앞서 동강병원 심장혈관센터 의료진과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시술방법에 대해 회의를 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동강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10여명 참석했다.

이날 제일 난이도가 높은 시술은 K(남·51)씨. K씨는 방사선과 의사로 하루 담배 3갑을 피웠다고 했다. 술도 폭음에 가까워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았다. 7개월 전에 심장 오른쪽 혈관이 막혀 시술을 받았고, 이번엔 왼쪽에 위치한 혈관 두 곳이 막혀 시술을 받게 됐다. K씨는 “1년 전부터 심장에 간헐적으로 통증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K씨의 시술은 약 2시간이 걸렸다. 보통 혈관을 뚫는 데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데 두 곳을 뚫기 위해 시간이 더 소요됐다.<사진 수술전과 수술후 참조>

우선 시술준비과정에서 20분정도가 소요된다. 심장의 혈관을 볼수 있게 사이퍼(조영제)라는 약물을 투입하고 국소마취를 한다. 투입된 약물이 퍼지면 CT를 통해 모니터 화면으로 심장 혈관을 볼 수 있다. 막힌 혈관부위에 작은 구멍을 낸다. 이 구멍을 통해 ‘카테타’라 불리는 철사를 넣어 막힌 혈관을 뚫어준다. 뚫린 혈관에는 ‘풍선’을 넣어 혈관을 확장시키는 ‘풍선 확장술’과, 풍선으로 부풀려진 혈관에 스텐트라는 특수 금속 스프링을 삽입해 혈관벽을 고정하는 ‘스텐트 삽입술’이 있다. 스텐트는 볼펜심의 스프링처럼 생겼다. 혈관이 심하게 좁아진 곳이나 막힌 곳에 스텐트를 집어 넣으면 풍선으로 확장된 혈관을 지탱한다. 과거에 혈관을 단순히 풍선으로 확장만 시켰을 때 다시 혈관이 막혀버리는 경우가 30~50%에 달했지만, 스텐트 시술 후에는 20% 정도까지 줄었다. 스텐트는 1988년 유럽에서 처음 개발된 이래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170만건 이상의 시술이 이뤄졌다.

이날 동강병원에서 준비한 환자 4명의 시술은 모두 성공적이었다. 이수훈 소장은 “성공적 시술로 예후도 좋아 회복기에 들었다”고 밝혔다.

동강병원 심장혈관센터는 2004년에 문을 열었다. 센터는 그동안 관상동맥 조영시술 7천200건, 스텐트 삽입시술 1천여건을 합쳐 모두 2천여건에 달하는 심장혈관 관련 시술을 했다.<표 참조>

관상동맥 조영술로 혈관이 60~80%가 좁아진 게 확인되면 시술을 받는게 권장된다. 특히 동강병원은 다른 진료과 보다 심장혈관센터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06년과 2007년 잇따라 관상동맥 조영기를 도입하면서 2곳의 시술실을 운용하고 있다. 본관 2층과 응급실에서 운용되고 있는 시술실은 분초를 다투는 급성 심장질환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동강병원 윤성문 병원장은 “지속적인 국내·국제 교류를 통해 심장혈관센터 진료시스템은 1시간이내 모든 시술이 가능한 시술팀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울산 시민들의 24시간 심장지킴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정인준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