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e-book)
전자책(e-book)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12.2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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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의 영역을 넘보는 전자책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지난 10월, 세계 출판계의 주요 무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등장한 출판전시물의 40% 가까이가 디지털 콘텐츠였다고 한다. 또한 미국 공공도서관들이 디지털 시대의 독자들을 위해 전자책 구비를 늘리며 변신에 나서고 있다는데, 미국의 5천400여 개 공공도서관들이 전자책과 디지털 방식으로 다운로드가 가능한 오디오북을 도서관 이용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바 있다.

현대의 책은 제2차세계대전 후 출판선진국들에서 페이퍼백(paper back) 형태로 성행하였는데, 전자공학이나 광학 등의 급속한 발달로 정보처리의 개념과 방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 전자출판물 등 새로운 형태와 기능의 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전자잉크(e-ink) 디스플레이 기반의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kindle)을 불쑥 내놓았다. 그간 기존 단말기의 단점으로 꼽히던 눈부심, 콘텐츠 부족, 타 매체와의 호환성 부족을 극복한 획기적인 상품이었다. 전자책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을 이용해 책을 읽을 때면 너무 밝은 디스플레이 때문에 5분 이상 집중하기 어려웠으나, 이 제품의 출시로 인터넷처럼 화려하지 않고, 책처럼 지루하지도 않은 그 중간의 편안함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가히 전자책 시대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삼성전자가 전자책 단말기 SNE-50K(일명 파피루스)를 출시했다.

이 제품에는 실제 종이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전자종이가 채택됐다. 이에 따라 실제 펜으로 종이에 쓰는 듯한 느낌으로 메모가 가능하도록 했는데 5인치 화면이 적용됐으며 200g의 무게로 휴대성도 높였다. 또 400권의 책 또는 8천장 분량의 메모를 저장할 수 있는 512MB 메모리가 내장된 것이 특징이다.

이어서 아이리버라는 업체가 선보인 ‘스토리’는 특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사용으로 페이지를 넘길 때에만 전력이 소모되어 충전 없이 약 3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데 외장 메모리 사용시 최대 수만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다는 큰 장점도 갖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엄청난 분량의 책을 휴대하고 다니며 여러 장르의 내용을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

이미 전자책 전쟁은 시작되었다. 아마존의 킨들과 아이팟 터치를 비롯, 구글은 소니와 제휴를 맺고 전자책 단말기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디지털교보문고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시장은 2006년 약 2천100억원 규모에서 2010년 1조6천억원, 2012년 2조3천8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아이리버 등이 통신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준비 중이고 내년 1분기 내로 예스24, 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들도 SK텔레콤, LG텔레콤 등의 무선인터넷망을 바탕으로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할 야심찬 계획을 내놓고 있다.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온라인 구매를 통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필요한 부분만 별도로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독서를 하면서 동영상 자료를 보거나 배경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PDA나 휴대용 단말기 등에 저장하여 언제 어디서나 쉽게 원하는 책을 찾아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미래에도, 인간과 기본적으로 친숙한 종이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도 우세하다. 종이책이 주는 독서의 매력과 자유로움, 소장물로서의 가치 등은 아직 전자책이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전자책의 보급률이 차츰 확대되면서 대중화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앞으로 종이책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전자책이 나올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밤중에 종이책을 읽는 엄마 곁에서 아이가 입체동영상 전자책을 보며 잠드는 모습이,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김부조

시인·동서문화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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