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내재된 질서가 만든 기하학
자연에 내재된 질서가 만든 기하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12.2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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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자연에 내재된 질서가 만든 기하학

열차 침목같은 바위들이 줄지어 눕거나 서 있다.

해변에도 있고 바다 속에 바위섬으로 놓여있다.

주로 5각형과 6각형으로 된 긴 기둥 모양의 바위가 겹쳐져 있다.

마치 꽃잎 모양을 보이는 절벽도 있다.

신생대 제3기(약 2,000만년 전)에 분출한 용암이 냉각하면서 열수축 작용으로 생성된 주상절리이다. 길이는 7∼10m에 이르며, 하나의 기둥을 잘랐을때 긴쪽 대각선의 길이는 50㎝정도이다. 주상체 횡단면은 기하학적 무늬가 겹쳐있는 모양인데 꽃의 모습과 같다. 이 마을의 이름인 ‘화암(花岩)’은 여기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답사기

용암이 급속히 식혀질때 형성

이곳은 내가 울산의 지질을 공부하게 한 계기를 준 곳이다. 2006년 바닷가를 거닐다가 이 바위를 보게됐다. 처음에는 제주도나 울릉도에나 있을 주상절리가 왜 이곳에 있는지 의아했다. 나중에 울산과 포항 울릉도 일대가 동일한 시기인 신생대 3기때 지질인 것을 알게됐다.

이 마을 이름은 화암(花岩)리. 나는 마을 이름이 돌의 무늬에서 생겨난 것임을 직감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 절리는 해안을 따라 길이 400m, 너비 100m 규모로 펼쳐져 있으며 해안에서 150m 떨어진 섬에서도 같은 형태의 절리가 발견됐다. 수만평이 주상절리로 깔려있을 것이란 짐작에 마음이 설랬다.

이 절리는 울릉도 지삿개나 금강산 총석정의 주상절리처럼 수직으로 서있는 형태가 아니다. 마치 철도 침목을 쌓아놓은 것과 같은 형태다. 안산암질 현무암으로 이뤄진 이 절리는 6각·5각 기둥으로 길이는 20~40m로 다양하다.

지금은 울산시지정기념물이 돼 있지만 내가 처음 이 지형을 봤을 때만 해도 아무런 해설이나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 지형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분의 안내를 받았다. 당시 신라대에서 지형학을 가르치던 반용부 교수는 “이곳의 절리는 신생대 제3기 때 형성된 것으로 보고 드러누운 것은 지각변동에 따른 것”이라고 친절히 설명해줬다.

아울러 주상절리는 분출한 용암이 급속히 식혀질때 만들어진다는 원리도 알려줬다. 나는 여름이면 이곳에 들러 스노클링을 하며 해저환경도 둘러봤다. 바다 밑에도 마찬가지로 매끈한 침목이 깔려있었다. 매끄러운 표면에 붉은 명주도박이 붙어 검고 매끄러운 바위와 어울렸다.

몸을 부비는 느낌이 좋았다.

그러면서 바위가 형성된 각도와 배열이 주는 기하학적 질서에 마음이 깊이 끌렸다. 나는 그 기하학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해 보려고 노력했다.

화암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경북 양남면 하서리 해안에서도 주상절리를 봤다. 이곳보다 훨씬 넓고 다채롭다. 같은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여겨졌다.

플러스α

대칭성은 자연의 본성… 삼라만상은 이 규칙을 따른다

수학자 이안 스튜어트는 “강은 흐르는 물이 만든 나무 모양이며, 강의 본류는 줄기와 같고 지류는 가지이며 상류의 시냇물은 잔가지와 같다”고 했다.

플레이페어란 지형학자의 하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하천은 무질서하게 가지를 치는 것이 아니라 1, 4, 16, 64…로 늘어나는 등비수열을 가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자연에 기하학이나 수학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파악한 이래 우리는 자연을 한층 분석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눈의 결정구조에 매료되고 나뭇잎의 대칭에서도 신비를 느낀다. 또 물이 깎은 하천의 곡선과 주상절리의 다각형에 주목한다.

이론물리학자 하이젠베르그는 그의 저서 ‘부분과 전체’에서 “유기체들은 자연이 수십억년간 지구상에서 양자역학적인 법칙의 테두리 안에서 연습시키고 익힌 그러한 형태들”이라고 했다. 나아가 그는 “자연의 대칭성은 입자보다 더 기본적”이라며 대칭성이 자연의 본성임을 강조했다.

하이젠베르그의 말은 철학적이다. 그에 반해 강원대학교에서 지질화학을 가르치는 유재영교수가 정리한 내용은 실감난다.

유교수는 “이온반경을 통해 분자 또는 결정의 구성 원소간 기하학적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고 쓰고 이온반경비와 배위수의 경우에 따라 바뀌는 기하학적 모양을 직선, 삼각형, 사면체, 사각형, 육면체 등으로 열기했다.

삼라만상은 이 기하학적 규칙안에 있다는 말로 이해된다.

가장 기본적인 결합형태가 기하학적 모양을 띄므로 그것으로 구성된 거대한 물체도 같은 기하학을 띌 것이라 생각할수 있다.

반대로 그것이 깨질때도 결합력에 따라 규칙성 있을 것이란 생각도 가능하다.

미국 하바드대학 영상예술센터 교수였던 루돌프 아른하임은 ‘엔트로피와 예술(질서와 무질서에 관한 시론)’이란 책에서 두명의 물리학자의 실험을 소개했는데,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는데 적절한 사례였다.

먼저 미국 물리학자 조셉 톰슨의 사례로, 물위에 띄운 얇은 코르크 원반에 자성을 띤 바늘을 꽂아 같은 자극끼리 서로 밀쳐내도록 했다. 이어 강한 자석을 물위에 설치해서 떠다니는 바늘들이 한쪽으로 몰리도록 했는데, 그 모이는 형태가 가장 단순한 모양을 띠었다는 것이다. 즉 바늘이 셋이면 정삼각형을 구성하고, 넷이면 정사각형, 다섯이면 정오각형이었다. 이 질서정연함은 배타적 힘들이 겹친데서 생긴 것으로 해석했다.

또 하나는 벨기에 물리학자 조셉 플러토가 1873년에 발표한 실험이다.

진공 유리병에 밀도가 같은 맑은 기름과 물감을 탄 물을 넣은 뒤 유리병을 흔들면, 물감을 탄 물은 여러 가지 모양을 갖지만, 이것을 가만히 놔두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둥근 공 모습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수정 꽃 동물 몸체의 대칭형이 생겨나는 것을 설명했다. 무생물계에서도 대칭성을 갖춘다는 것이다.

아른하임 교수는 ‘제대로 된 질서는 좋은 기능의 전제조건이며 그래서 인간이 얻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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