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미학·역사학… 온갖 상상 자극하는 이색지대
광학·미학·역사학… 온갖 상상 자극하는 이색지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11.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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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에서는
     
 
▲ 20008년 달천철장에서 울산문화재연구원이 매장문화재에 지표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인간이 작업한뒤 남긴 흔적조사에 치중하고 자연이 만든 지질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종결지었다.
     
     
 

달천광산 형성배경은 강력한 단층운동

플러스α

달천에 철광석이 생겨난 이유는 강력한 단층운동의 결과다. 격심한 파쇄현상으로 지각이 깊게 벌어지고 그 틈으로 철을 함유한 마그마가 솟구쳐 생겨났다는 것이다.
달천에 영향을 미친 단층은 울산단층, 양산단층, 동래단층이다. 달천광산은 모두 10만여평의 넓지않은 면적에 20여종의 암석이 얽혀있다. 이 암석들은 여러 겹의 동심원에 겹쳐놓은 것처럼 존재한다. 가장 가운데 우유빛이 나는 규장암이 있고, 철광석이 그것을 둘러싼다. 그 틈새에 방해석이 끼어있다. 또 그 철광석을 화산암과 화강암이 둘러싸고 그 외곽을 퇴적암이 둘러싸는 형태다. 그 틈새에 사문석이 섞여있다.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나오는 방해석은 쪼개면 6개의 모가 난다. 염산을 묻히면 이산화탄소가 피어난다. 암석이 하얗고 결정이 뚜렷하다. 이 암석은 예전 달천광산으로 가던 하천의 돌다리용으로 놓여져 있다.
이같은 다양한 암석과 광물이 생겨난 것은 벌어진 지각 틈새로 마그마가 원통형으로 솟구칠때 물과 탄산 같은 휘발성 물질이 철, 구리 아연 비소 크롬 주석 등의 여러 금속물질을 껴안고 나와 굳어진 것으로 분석돼 있다.그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19780년대까지 300미터를 파 들어가 사문석을 캐 포항제철에 납품했다. 광물조사를 위한 시추때는 650미터까지 연속된 것이 확인됐다.
2008년6월에는 지표면에서 삼국시대 초기 토철을 파낸 구덩이가 발굴되기도 했다. 달천광상이 생긴 특수성은 전국에서도 유례가 드물다. 철을 함유한 석회암 지질이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어떤 연구자들은 북쪽 120㎞ 떨어진 경북 영월지방의 석회암층이 이곳까지 밀려왔다는 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가기관에서 펴낸 지질조사서에서도 캠브리아-오도비스기(?)라고 표현한다. 의문부호를 달아두 것은 과학자들 스스로 볼때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석회암이라면 캠브리아기에서 오도비스기 해저환경이라야 이치가 맞지만, 울산 일대가 해저였다는 다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의문부호를 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뱀무늬돌과 세계 최고값의 그림

플러스β

울산 달천광산 터에서 세계 최고값에 경매된 화가 잭슨 폴록의 그림 세계를 만난다면?
아래쪽이 폴록의 추상표현주의 그림이고 위쪽이 달천에 나뒹구는 사문석 조각의 무늬다.
유사한 패턴이 있다.
폴록의 그림이 경매된 얘기가 화제가 돼있을 즈음 나는 달천 사문석 광산 터에서 사문석 조각 6개를 주웠다. 6개의 돌조각 무늬는 짙은 물결무늬와 가는 실선이 엉켜 복잡했다. 사문석은 본래 뱀의 무늬와 닮았다고 이름이 붙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물결무늬처럼 보였다.
검은 줄무늬 사이사이에 노란 점이 퍼져있었다. 혼란스러우나 아름답고 신비한 느낌이 있다. 폴록의 그림과 사문석 문양은 똑 같이 혼란스러우면서 신비롭다. 현장 답사 동행자는 “처음 본 순간 스카프나 넥타이 문양으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폴록의 그림 `Number 5, 1948’은 2006년 11월4일 미국 소더비경매소에서 회화 사상 최고값인 1억4천만달러(약 1313억원)에 멕시코 출신 금융업자에게 팔렸다.
이 그림의 경매소식은 국내외 신문방송에 화제의 그림과 함께 소개됐다.
폴록의 그림의 주요 패턴은 흰 바탕에 검고 붉고 노란 물감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이 그림은 종이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줄을 친뒤 물감통을 걸치고, 구멍을 낸뒤 무의식 상태에서 몸을 부딪쳐 흘러내리는 대로 표현된 것이다. 이 그림이 어떤 가치를 지녔기에 최고값을 주고 샀을까? 뉴턴이 만물이 끌어당기는 법칙을 발견할 때 착상을 줬다는 ‘사과’가 보존돼 있다면 그 사과값은 얼마일까 상상하는 것이 빠르겠다.
우선 이 그림을 산 사람은 그림에서 자연에 내재된 패턴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케플러의 타원궤도나 아인슈타인의 빛의 휨 현상을 발견한 것에 비견되는 가치를 부여했을 수도 있다. 화가 박수근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화강암 질감을 화폭에 가장 먼저 확실히 반영함으로써 우리나라 화가로는 가장 비싼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생각된다.
폴록이 교통사고로 숨진 1956년 이후 40년이 지나 현대물리학자들이 최신이론으로 그의 작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연현상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카오스(Chaos.혼돈)와 프랙탈(Fractal.자기유사성)’이론을 반영한다고 풀었다. 카오스와 프랙탈 이론은 폴록의 그림이나 사문석 무늬의 한 부분을 오려내 확대하면 전체 패턴과 동일하다는 것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또 이 이론은 혼돈스러워 보이는 은하계가 일정한 규칙을 지니고 운행하듯 우주전체의 얼개도 같은 규칙이 지배하며 그 속에 있는 만상도 유사한 규칙 아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체계이다.
호주의 뉴 사우스 웨일즈대학의 리처드 테일러박사팀은 호주 국가가 2백만달러를 주고 영구임대한 폴록의 작품 `Blue Poles, Number 11’을 컴퓨터 파일로 옮긴뒤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실타래처럼 엉켰으나 나름의 질서를 지녔으며, 그의 그림 속에는 자연이 통째로 들어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냈다.
나아가 보통의 그림과 폴록의 그림을 120명에게 보이고 설문한 결과 113명이 폴록의 패턴이 아름답다고 답했다는 보고서도 발표했다.
사문석에 나타난 무늬는 지각을 쪼개는 막대한 힘과 섭씨 600도가 넘는 고온이 작용하고, 극히 작은 원소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달천 사문석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여러개의 단층이 교차하는 파쇄대다. 단층 틈새로 지하 마그마가 올라오면서 뜨거운 물과 결합해서 사문석이 생겼다.
특히 철과 마그네슘을 많이 지닌 감람석 마그마가 원통형으로 솟구쳤고 사문석은 그 둘레를 따라 형성됐다. 마그네슘이나 실리콘 이온의 반경에 따라 무늬의 휘어짐(만곡도)이 다르게 나타났다. 그 패턴은 동일하게 반복됐다.

색깔은 감람석의 양에 따라 변화됐다.
사문석 문양패턴은 자연을 구성하는 광물입자가 단층이란 거대한 힘에 의해 형성된 모습이다. 폴록의 그림이 폴록이 (무의식적으로) 부딪는 힘에 의해 물감이 떨어져 형성된 것과 같다. 우리는 자연이 만든 한 패턴을 보고, 또 한 작가가 그것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을 봤다.

논문 30편 냈으나 여전히 미궁
학자의 견해

울산철광산의 탄산염암과 사문암의 성인(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 김규한 박재경, 이화여대물리학과 양종만, 일본 토야마대학 지구과학과 요시다 나오히로)
극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논문이다. 달천에 존재하는 방해석, 석회암의 출처를 규명하기 위해 무려 120㎞ 떨어진 영월지방의 석화암층이 달천까지 이동했다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결론은 달천지역 규모의 땅덩이가 옮겨온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일본 학자까지 가세해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은 유난히 달천에만 존재하는 탄산염암의 출처를 마땅히 밝힐 방안이 없었기 때문을 보인다. 탄산염암은 바다에서 생겨난다. 바닷물속에 녹아있는 탄산칼슘이 침전되거나 조개껍떼기 등이 쌓여 만들어진다. 이 해저 퇴적암이 융기돼 육상에 떠오르면 석회암이나 대리암 등으로 변형되거나, 지하에서 고온의 물이나 가스와 접촉해 철과 사문암 등을 만든다.
석회암 분포지역은 한정돼 있다. 경북 청송군과 평해지역에 고생대 바다밑에서 형성된 석회암층이 소규모 분포한다. 울산에는 그같은 해저환경이 전제될 소지가 없다.
그런데도 석회암이 존재하는 이유가 뭐냐가 이 연구팀이 캐려던 목적이었다. 양산단층의 동쪽 땅덩이, 즉 울산 울주군 서부를 제외한 전 지역이 120㎞ 남쪽으로 이동된 것으로 해석했다.

산광산에 분포하는 탄산염암체의 성인에 관한 연구(부산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양경희 황진현, 경성대 물리학과 옥수석. 2001 암석학회지)
이 논문은 이 지역의 연구서로는 최근의 작품이다. 논문의 토론 부분에서 이 지역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런데 그 방법이 논문으로는 특이하게 한 편의 시나리오처럼 작성됐다. 연구자들은 토론의 시작에서 “많은 부분이 분명하게 해결되지 않고있다”고 말한다. 이 일대 지질의 형성이 그만큼 기이하다는 뜻이다. 시나리오를 읽어보자.

“백악기에서 신생대초 경상분지는 화산 심성활동이 활발하여 지각 내부는 온도가 일정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동해가 형성되면서 경상분지에는 초염기성암(지금의 사문암체)이 관입하게 되었다. 기반암(퇴적암)에 위치하고 있던 석회암이 용융하게 된다. 초염기성암이 먼저 관입하고 뒤를 이어 탄산염 마그마가 초염기성암을 뚫고 관입했다.
그리고 이 지역의 관입모습이 깔떼기 모양인 것은 마그마가 상승할때 조용히 솟구친 것이 아니라 회오리바람처럼 나선형으로 솟구친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1990년 김규한 등이 주장한 고생대 석회암의 이동설을 납득할수 없다고 밝혔다. 압축 습곡작용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120㎞나 내려올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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