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던진 의미
‘마지막’이 던진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11.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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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란 낱말이 던지는 의미에는 명암이 교차한다. 때론 처연해 보일 수도 있고 때론 치열해 보일 수도 있다.

지난 16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제4기 울산광역시의회의 마지막 행정사무감사에는 이 두 가지 의미가 한꺼번에 교차하고 있다. 계절을 닮아 때론 늦가을의 숙연한 분위기가, 또 때론 초겨울의 쌀쌀한 분위기가 한데 녹아들기도 한다.

시의원 19인 가운데 비례대표 3인에게 다가오는 마지막 감사의 느낌은 유별한 데가 있어 보인다. 이들 중에서도 민주노동당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이현숙 의원의 감회는 사뭇 남다를지 모른다. 부군이 속해 있는 진보신당의 새 옷으로 갈아입고 지역구를 찾아 출마 채비를 해야 하고, 그러자면 행정사무감사의 종료와 함께 의원직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에게 마지막 감사는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로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비단 이 의원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두 분의 비례대표는 물론이요 내년 6월의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직에 재도전하거나 혹은 단체장 후보로 말을 갈아타야 하는 의원들에게도 이번 행정사무감사의 의미는 매우 특별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마지막 감사’에서는 불꽃이 자주 튀고 있다. 튀는 정도가 아니라 화염으로 변해 가물 때의 산불처럼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기도 한다.

감사 초입 단계에서부터 초선인 민주노동당 이은주 의원의 활약상은 화염을 연상시켰다. 울산대공원을 비롯해 울산 전역의 이름 있는 공원마다 독성이 강하다는 제초제까지 수도 없이 마구 뿌려졌다는 폭로성 정책질의는 집행부의 반격을 사흘째 몰고 왔다. 태화강 생태공원의 산책로에 설치된 합성목재 데크에 발암성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주장 역시 거센 반발을 불러 왔다.

태화강의 수량을 불리기 위해 지하수 끌어올리는 시설 문제를 다룬 같은 당의 윤종오 의원이나 단체장 공약사항인 ‘임대아파트 1천 세대 건설’의 허구성을 주장한 이재현 의원의 정책질의에 대한 반박 또는 해명 자료 역시 유례없이 강하고 상세한 것들이었다.

집행부의 역공은 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나라당 의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천명수 의원이나 홍종필 의원의 정책질의에도 집행부인 울산광역시는 보도자료 모양새로 또박또박 답변을 내놓았다. 울산시의 이와 같은 적극적인 대응은 전에 없던 일이라는 게 의회 주변의 지배적인 견해다.

보도자료를 통한 해명과 반박 말고도 해당 부서의 실장, 국장이나 과장, 계장이 직접 기사 송고의 공간을 들락거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기도 했다. 집행부 공보관실을 의회 프레스센터로 옮겨놓았나 하는 우스갯말까지 흘러나오게 한 것은 수장의 불호령 때문이란 귀띔도 있었다.

아무튼 이 모두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시점에 펼쳐진 ‘마지막 행정사무감사’가 가져다준 파급효과라는 분석이 존재한다. 어찌 보면 내년 선거를 의식해서 벌이는 치열한 사활의 전투일 수도 있다.

마지막 감사는 또 다른 변화를 몰고 왔다. 서포터스(도우미들) 제도가 한나라당 울산시당에 의해 도입됐다는 사실이다. 처음엔 오합지졸로만 보였던 20여명의 서포터스는 시간이 갈수록 눈빛이 달라지고 있다.

“오리엔테이션이라도 받고 임했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한나라당 소속 김기환 의원 연구실을 배당받은 이명숙 씨의 말 속에는 느낌표가 들어있었다. 밖에서 체험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그녀의 소감은 의회의 면모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청량제일 수도 있다.

‘마지막’이란 용어의 의미가 점철되고 있는 울산광역시의회. 마지막 감사에 즈음해 의회에는 이제 새로운 시작,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는 변화의 바람이 한창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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