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진부한 이야기보다 뜻 깊은 가르침을
졸업식, 진부한 이야기보다 뜻 깊은 가르침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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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본사에서 잘 쓴 졸업식 축사를 수집하여 학부모에게 축하의 뜻을 전달하려고 하였다. 교장 선생님의 진솔한 바람이 담겨있는 축사, 철학이 있는 축사, 가슴을 울리는 축사, 기억에 남을 만한 축사를 찾으려고 하였다. 이런 축사가 있었겠지만 못 찾고 말았다. 상당수가 어느 특정한, 글 잘 쓰는 선생님에 의하여 쓰인 축사라고 한다. 나머지 상당수는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옛날 축사가 날짜만 바뀌고 그대로 낭독된다고 한다.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이라 우리 독자에게 송구스럽다.

옛날 졸업식에서 나오는 첫 번째 진부한 말은 영어의 commencement를 인용하며 졸업은 끌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을 한다. 새로운 세계로 출발하는 시작이라는 말이다. 흔히들 한자의 뜻풀이로 의미를 되새기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졸업식 날 한자의 졸업(卒業)은 군사 졸(卒), 일 업(業)하여, 여러분들이 이제는 작은 일들을 규정대로 잘 마치어 조금은 그런 일들에 숙달되었다는 것으로 풀이해준다. 졸업이라는 한자를 해자(解字, 파자(破字)하여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사실 卒을 해자하여 숨어있는 어떤 뜻을 좀처럼 풀어낼 수가 없다.

다음으로 진부한 말이 사회에 나가서, 대부분은 상급학교로 진학 하는데,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한다. 성실과 함께 큰 뜻을 품고 살아가라고도 한다. 정말 진부하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면서, 아마도 이명박 당선인을 인용하는 축사도 있을 법 하다. 환경미화원을 하면서도 대학 진학의 뜻을 품고 스스로를 도와서 하늘의 도움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느냐는 예를 들 수도 있다. 혹은 영국의 처칠을 인용하며 낙제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곁들일 수도 있다. 틀린 말이 아니지만 역시 진부한 졸업식 축사이다.

울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님들께서 자녀에게 오순도순 한 마디 해줄 말거리를 준비하였다.

첫째가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쓰는 행동을 쳐다보지도 말고 ‘무관심’하라는 말이다. 한 때의 유행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난잡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추잡한 행동임을 차분하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못 되고 잡스런 서양의 죄수들이 교도소 식당에서, 서양의 이유 없는 반항기의 돌 상놈들이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한다. 아직도 후석기 시대의 삶을 살고 있는 남태평양의 어느 종족은 반항의 사춘기가 없이 어른으로 성장하여 잘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이 사실을 어른들이 아무리 타일러보아야 단순한 사춘기의 반항심으로 더 어깃장을 놓기 때문에 친구들이 친구에게 비판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래도 친구의 말은 듣는 편이기 때문이다. 울산 시내를 비싼 외제 승용차를 타고 으스대며 다니는 사람을 우리가 두 번 쳐다보면 그만큼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뻐기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것이다.

둘째가 상급학교로의 개학을 약 열흘 앞두고 정말 해보고 싶었던 뜻 깊은 일을 하나쯤은 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중에서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혼자 여행하는 체험이다. 굳이 외국여행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친척 집이나 친지 집을 서로의 자녀들이 상호 방문하여 ‘우리 가정, 우리 부모의 소중함’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옛날 서양이나 우리 조상이나 여행처럼 중요한 학습거리가 없다고 하였다.

본보는 독자 여러분의 자녀들 졸업을 이 자리를 빌려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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