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대가는 더 많은 비용”
“졸속 대가는 더 많은 비용”
  • 김정주 기자
  • 승인 2009.11.11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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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특집방송 <문화도시 울산 그 미래로>가 시사하는 것 합의과정 거치면 마음에 안차도 비난 않아
최근 ubc 울산방송이 내보낸 <문화도시 울산 그 미래로>가 던진 메시지는 의미가 깊다. 학자와 큐레이터,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의사소통’과 ‘과정’ 그리고 ‘긴 안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국 런던 북쪽의 게이츠헤드. 타인강을 사이에 두고 뉴캐슬과 마주보는 인구 20만의 소도시 입구에는 높이 20m, 너비 54m의 거대한 조형물 ‘북쪽의 천사’가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 있다. 이 조형물은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결실이자 문화도시로 일으켜 세운 랜드마크였다.

린다 그린 문화위원의 설명은 울산 태화강의 오늘을 말해주는 듯하다. “산업의 중심지로 불결하고 오염됐던 타인강이 지금은 연어가 잡힐 만큼 깨끗해졌다.” “쇠락한 탄광도시를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던 프로젝트를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조각가 안토니 곰리는 중학교 미술교사들을 수십 차례 만나고, 주민과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했다.”

‘창조의 제국’ 저자 임근혜 큐레이터는 ‘북쪽의 천사’ 조형물 탄생 10주년 기념잔치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시당국이 모든 예산의 집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주민과 작가, 시당국 사이에 신뢰가 싹트면서 ‘북쪽의 천사’가 8년 만에 탄생했고 시민들은 반겼다. 공감대 형성 과정이 없었더라면 언덕 위에 방치된 채 흉물로 전락했을 것이다.”

‘문화도시’의 저자 유승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는 이렇게 주장한다.

“어떤 지역에서 랜드마크로 조각 작품을 하나 만들고 나면 100% 찬성하는 경우는 없지만 합의과정을 거쳤다면 다르다. 사람들은 마음에는 안 들어도 비난하지 않고 인정해 준다. 합의하고 의견일치를 보는 과정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는 뼈 있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는다. “문화도시 창조를 위해선 많은 아이디어가 모아져야 하고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드는 많은 시간을 억지로 줄이려 하면 나중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에 중요한 관계자들이 의견을 골고루 내고 열린 마음으로 합의하는 과정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구 60만의 글래스고. 이 도시의 문화체육국장 마크 오닐의 말도 귀 담아 들을 만하다.

“우리는 새로운 박물관을 세울 때 기획 단계부터 지역단체와 끊임없이 연결하고 소통한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에게도 어떤 박물관을 원하는지 꾸준히 질문하고 방법을 물어본다. 그 결과로 몰락한 공업도시가 문화중심의 건강한 도시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문화도시 울산 그 미래로>를 기획한 이민성 PD는 이렇게 말한다. “문화도시의 미래를 생각할 때 무엇을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 김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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