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아버지 태도 자녀 정신세계에 큰 영향
다문화가정 아버지 태도 자녀 정신세계에 큰 영향
  • 김정주 기자
  • 승인 2009.11.10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남교육청 ‘Wee 센터’ 상담사례에서 드러나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은 원만하지 못한 부모관계와 가정환경에 따라 성격이 비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 측의 애정이 깃든 상담 활동은 이들의 성격을 원만하게 바꿀 수 있고, 특히 다문화가정에서 아버지의 태도는 자녀의 정신세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강남교육청 Wee 센터 송현주 상담교사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부모의 갈등, 가족간 소통 부족, 또래와 다른 외모 및 관계 갈등 등 다양한 문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하고 “이로 인한 낮은 자존감과 학업성취, 적극적인 갈등 해결방법 부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가족 상담과 치료 과정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아버지들의 인식 변화와 중요하고 다문화가족들에 대한 주위의 이해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강남교육청의 ‘Wee 센터’는 몇 가지 상담 사례를 통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따뜻하게 끌어안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Wee 센터 전문상담사가 관내 초등학교 3곳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상담한 세 가지 사례. / 김정주 기자

■상담사례1

초등생 11명 심리전문 상담

“아버지 무섭고 어머니는 약해”

울주군 OO초등학교에서는 4월 24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상담을 실시했다.

일본, 태국과 중국 출신 어머니를 둔 학생들이 그 대상. 1차 대상은 1,2,3학년 7명이었고, 2차 대상은 4,6학년 4명이었다.

전문상담사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11명에게 집단활동 참가 약속, 별칭 짓기, HTP검사(성격검사/집, 나무, 사람 그리기) 및 KFD검사(=Kinetic Family Drawing, 동적 가족화)와 그림치료, 활동소감 나누기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전문상담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그림에 구름과 굴뚝을 많이 표현하고, 아버지의 모습을 숨기거나 옆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아버지는 무서운 대상으로 인식하고, 특히 결혼이민자인 어머니는 약하고 감정적인 존재로 바라보기도 했다.

학생들은 아버지를 권위적이고 어려운 대상으로, 어머니는 상대적인 약자로, ‘양가감정’(=미움과 사랑이 한데 얽힌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상담사는 학교의 상담업무 담당 교사에게 학생들의 그림과 소감에서 나타난 공통 사항을 설명하고, 부모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한, 결혼이민자인 어머니에게 ‘건강가정지원센터’와 같은 지역의 유관기관을 통해 사회적응력 향상과 부부 및 부모자녀 관계 개선을 위한 교육·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전문상담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인 아버지들의 인식 변화”라고 지적하고, “올바른 부부 및 부모자녀 관계 형성을 위한 대화법 이해와 가족 상담을 안내하지만, 상담 및 교육 장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상담사례2

가정에서 제대로 인정 못받아

점점 고립… 충동성에 도벽까지

남구 OO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은 물론 어머니도 상담하기로 하고 5월 13일~7월 14일 사이 3학년 A모(10)군과 그의 어머니를 모두 5차례 상담했다. 학생에게는 심리검사를 실시했고, 어머니에게는 부모용 아동·청소년 임상 면접지를 작성하게 했다.

이 학생은 산만하고 도벽이 있었고, 학교생활 적응이 갈수록 어려지자 어머니가 상담을 요청해 왔다. 학생의 아버지는 40대 회사원, 어머니는 중국 출신 30대 주부였고, 6살 남동생을 두고 있었다.

이 학생은 상담과 심리검사 과정에서 산만함과 충동성을 보였다. 가정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데다 부모 간의 잦은 갈등, 동생과 다른 양육방식(부모가 동생을 편애)과 체벌로 자존감이 떨어져 있었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고, 인터넷게임 중독 증상을 보였다. 이 학생은 초기에 상담 장면을 힘들어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상담을 받으면서 어머니의 양육 태도에 변화가 오고, 이는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졌다.

현재 남편과 생활이나 양육 방식에서 갈등이 잦고 이로 인한 감정이 아이에게 투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원해서 상담이 원만하게 이루어졌다. 어머니는 현재 남편과도 원만하지 못한 가운데 두 아들의 양육 방법에 대한 어려움까지 겹쳐 지친 상태였다. 남편의 인식과 태도 변화가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상담사례3

부모와 대화 단절… 무관심

친구들 괴롭히며 과격한 행동

울주군 OO초등학교에서는 3월 20일~5월 26일 사이 3학년 B모 남자어린이에 대한 상담이 7차례 이루어졌다. 이 학생은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둔 어린이로, 자기는 친구들을 괴롭히면서 친구들이 자신에게 놀리는 일은 못 참고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화가 나면 학습에 참여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일이 잦아 학교 상담업무 담당교사가 상담을 요청한 경우이다. 아버지는 회사원, 어머니는 영어학원 강사이고, 아래로 여동생 2명을 두고 있다.

이 학생은 다소 키가 작고 마른 체형으로 까무잡잡한 피부에 짙은 쌍꺼풀을 지녔다. 친구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놀리거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특히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하는 어머니와 소통이 없고 자신의 불편한 마음과 어려움을 나눌 대상이 없었으며, 학교에서도 친한 친구 없이 지내다가 억압된 감정이 충동적인 행동으로 자주 나타났다. (문을 쾅 닫고, 책을 구기거나,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고 있거나,

또래와 싸우거나 했다.) 상담 초반에는 단답형 답변만 하고 자기 개방을 하지 않았다.

이 학생은 전형적인 비자발적 내담자로 자신에 대한 표현을 거의 하지 않아서 미술치료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는 방법을 사용했다.

무엇보다 부모에게 학생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가족 상담이 필요하다며 담임교사를 통해 안내를 부탁했으나 거부하는 바람에 학생 상담만으로 마무리됐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