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괴 솟구치는 세계적 희귀 해역
냉수괴 솟구치는 세계적 희귀 해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11.0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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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길 절벽있는 기묘한 해저지형이 울산바다 특징
▲ 온산읍 강양 앞 바다에서 잡은 멸치를 삶아 말리는 모습. /정동석 기자
찬물 뒤섞여 만든 플랑크톤이 귀신고래 불러들여

최고의 생산성 자랑하는 용승해역 가치 활용필요

플러스β

울산 앞 바다를 고래바다라 불렀다. 고래 경(鯨)과 바다 해(海 )또는 나루 진(津)을 사용한 명칭인 경해 또는 경진이 그것이다. 그렇게 불렀던 까닭은 울산 앞바다의 절묘한 해저 지형에 답이 있다.

동해분지라 불리는 매우 깊고 특이한 바다 가장자리에 포항과 울산이 있다. 그리고 포항과 울산 바다 경계에 천길 해저절벽이 있다.

포항 앞 동해의 수심은 2,000~800m이고 울산앞은 150~100m이다. 동해분지 바닥에 흐르는 섭씨 1도 가량의 차가운 물이 이 절벽에 부딪쳐 솟구친 것이 냉수괴다. 솟구친 찬물이 남해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물과 섞인다. 뒤섞인 물이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낸다. 냉수괴가 확산된 띠를 냉수대,냉수대가 형성된 넓은 해역을 냉수역이라 분류한다.

동해와 남해의 어종들이 만나는 접촉지점이다. 다시 말해 한류성 어족인 청어와 난류성인 멸치가 함께 사는 곳이다. 유난히 풍부한 어장이 형성된 까닭이다.

냉수괴는 울산이 지닌 해저지형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현상이다. 울산 말고는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이 보고 돼 있다. 해외 다큐멘터리 방송(2009년5월5일 Q채널의 ‘놀라운 야생천국’)에서는 이 바다를 ‘용승(Upwelling)해역’이라며 흥미로운 먹이사슬을 방영했다. 이곳에서도 먹이사슬 정점에 귀신고래가 소개된다.

▲ 사할린 해역에서 포착된 귀신고래. 이 고래가 울산해역에 내려온다.

2001년 7~8월 충남대와 부경대 해양학과 학자들은 울산 앞 바다에 출현하는 냉수괴와 플랑크톤의 분포상황을 조사했다. 연구대상이 된 것은 그만큼 울산해역의 특이성이 주목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먹이사슬에 중요 역할을 하는 플랑크톤인 요각류가 대한해협의 다른 지역 보다 2~10배 많았다. 플랑크톤은 찬물이 솟구친 뒤 3일 부터 급증했다. 수치로 보면 울산 앞 바다가 바닷물 1㎥에 50~200개로 이는 대한해협 평균 출현량 20~30개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다.

어류의 먹이 가운데 가장 아래 단계인 플랑크톤에서 울산바다의 높은 생산성을 알수 있다. 이같은 환경은 필연적으로 풍부한 어류를 몰려들게 한다. 울산바다가 고래바다였던 까닭도 여기에서 찾아진다.

그같은 가설을 실제로 계산해본 사람이 있다.

울산에서 오랫동안 어업지도를 한 울산지방해양항만청 수산지도사 김종헌씨다.

김씨가 1998년 한해동안 울산 북구 강동동 정치망(우성수산)에서 건져올린 어류의 종류와 양을 계산한 결과 채집된 어류는 고등어 전갱어 멸치 전어 망성어 정어리 눈통멸 등 모두 89종이었다. 이는 충청도 천수만의 64종 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특히 2~4월에는 청어.대구, 6~8월에는 날치, 8~12월 돌돔, 6~12월에는 방어 등이 많이 잡힌 것으로 조사했다.

그런데 세월이 조금지난 뒤 조사한 결과는 유감스럽게 `물산 풍부한 울산’이란 명성에 흠이 갈만한 결과가 나왔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2006년 11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 러시아 어류생태 전문가 솔로마토프 박사와 함께 우리나라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주문진에서 울산까지 총 7개 해역에 대한 어획시험 및 어장환경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출현한 어류의 종류는 평균 30종이었는데 그 중에 울산이 가장 적은 14종이었다. 그리고 채집한 어류의 총량은 1㎢에 77㎏으로 평균 382㎏의 20% 수준이었다. 포항 699㎏, 감포 1039㎏에 비해 너무 떨어져 있었다.

울산에서 위로는 월성원전이, 아래로는 고리원전이 터빈을 냉각시킨 뒤 나오는 막대한 양의 더운 배수를 쏟아내고 있다. 해양환경에 교란이 있다는 신호다. 울산.온산공단이 확충되고 있기 때문에 천혜의 바다를 두고도 어자원이 감소되는 국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특이한 바다를 이렇게 다뤄도 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발생원인 숱한 학자 관심

해저지형과 풍향 관계 해석

찬물 떠오르면 울산바다 온도 무려 10도 차이 나

바닷물 10도 변화는 육지서 100도 차이 효과

여름철 남서풍 3일 이상 불면 어김없이 발생


학자의 해설

하계 동해연안역에서 발생하는 냉수역의 시공간적 변동특성(2001년 서영상 장이현 황재동 국립수산진흥원 해양연구과. 한국수산과학회지 34권)은 서론에서 동남해안 냉수괴를 연구한 1969년부터 1990년대까지 주요 연구를 간략히 정리함으로써 냉수괴의 개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1960년대에는 북한한류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생겨난 것으로 이해했다. 70년대 들어 포항 앞은 깊고 가파른 반면 울산 앞은 얕고 평탄한 해저지형이 찬물이 솟구치는 작용을 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아울러 지속되는 남서풍도 영향을 주며 초속 3미터의 남서풍이 7일간 계속되거나, 초속 4미터 남서풍이 3일 이상 불면 냉수괴가 형성된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이 논문에서 기존의 연구에서 나아가 냉수대 발생뒤 시공간적 변동양상을 살핀 결과를 내놓았다.

1983년부터 1997년 사이 15년간 연안수온을 측정한 결과 7월 평균수온이 섭씨 16도였다. 이는 인근해역의 정상적 수온값보다 섭씨 5도 가량 낮은 것이다. 1997년 8월 울기-감포 연안의 온도는 11.5도까지 나타났다.

1995년 NOAA 위성영상으로 분석한 결과 동해 먼바다 표면수온은 23-26도이고 울산 감포 연안은 13도였다. 바람의 영향은 초속 3m 이상의 남서풍이 우세했을때 수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98년 9월과 12월에 발신기가 달린 표류부이를 바다에 던지고 흘러가는 위치를 위성관측한 결과 부산에서 벗어나 기장 울산 감포 연안으로 접안하지 않고 먼바다로 멀어진뒤 장기갑쪽으로 다가갔다. 즉 동한난류가 바깥으로 비켜감으로써 북한한류나 해저심층수가 솟아오르기 쉽게 된 구조다.

하계 한국 동해안 냉수대 발생의 시공간적 분포특성(서영상·황재동 국립수산과학원, 2005년 한국환경과학회지 제14권 제10호)은 울산과 감포 바다의 표면 수온이 냉수대 발생 전과 후의 온도차가 무려 섭씨 10도까지 나는 것으로 보고했다. 2001년에서 2005년 사이 관측한 냉수대의 강도와 소멸될때 수온의 시간별 변화를 분석했다.

바닷물 1도의 변동은 육지에서 10도 차이가 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해수온도차가 10도라면 육지에서 무려 100도 차이란 셈이다.

냉수대 발생때 바닷물 온도는 15-17도이며 지속기간은 10일 안팎이다.

냉수대가 형성되거나 소멸되는 시간은 점진적인 것이 아니라 하룻동안 4-5도의 진동폭을 가지며 급격히 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문에 양식장 어류의 경우 혹독한 스트레스를 유발할수 있다. 하계 한국 남동해안의 용승구조(이재철 부산수산대학 해양학과. 나정렬 진해기계창, 1985년 한국해양학회지 20권)는 영문 논문으로 ‘Sructure of Upwelling of the Southeast Coast of Korea’로 발표됐다.

이 논문에는 울기-감포 해안에 발달한 동한난류로 인한 등온선의 불규칙한 기울기를 들었다. 또 감포 울산 부산에 이르는 평탄한 연안 해저지형이 저층냉수를 솟구치게 한 요인으로 풀이했다. 동한난류의 불규칙한 기울기는 울기-감포 해안에 가장 강하게 나타나며 이로인해 얕은 대륙붕 위로 저층냉수가 편중돼 나타난다. 따라서 표면 가까이 용승에 의한 냉수괴가 존재하며 결국 울기-감포해안에서만 여름에 바람에 의한 용승으로 표층수온이 낮아진다.

감포-울기 연안해역에서 발생하는 냉수대 현상과 해상풍과의 관계(이동규 권재일 한상복, 1998년 한국수산과학지)은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보다 정밀하게 연구한 자료다

한국 동해남부 연안생태계 연구(이준백 한명수 양한섭, 1998년 한국수산과학지)는 ‘1994년 9월 식물플랑크톤의 군집구조와 1차생산력’이란 부제에 목적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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