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마다 손수레엔 음식보따리 가득
일요일마다 손수레엔 음식보따리 가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10.13 2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청년들의 어머니’ 송영희 권사중국인 신자들 돌본지 어느덧 6년째…
일요일인 11일 아침, 송영희(70·남구 신정동) 권사는 언제나 그랬듯이 손수레를 끌고 집을 나섰다.

교회에 가는 길이다. 손수레에는 음식 보따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송 권사가 다니는 울산남부교회(당회장 김대현 목사)에 예배를 드리러 오는 중국인들에게 줄 간식거리들이다.

이 날도 울산남부교회에는 중국인 신자들이 20여명 출석했다. 중국인 신자들은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정도 성경공부를 하고 12시부터 중국어 동시통역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오후에도 자치모임과 한글교실 강의가 이어졌다. 송 권사는 이들에게 수시로 삶은 계란, 과일, 차 같은 간식이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송 권사가 중국인 신자들을 돌본 지도 어느덧 6년째가 된다. 울산의 기업체에 산업연수생으로 와 있던 중국인 청년들이 어느 날 남부교회를 찾아오면서 시작된 일이다.

중국 산동성 출신인 이들 7명의 청년들이 우연한 기회에 남부교회를 알게 됐던 것이다.

송 권사는 기독교를 전혀 모르던 이들을 조선족 출신 교인의 도움을 받아 돌보기 시작했다.

송 권사는 때때로 이들의 숙소를 찾아 반찬거리와 옷가지는 물론 위생과 건강 상태까지 살폈다. 중국인 청년들도 송 권사를 어머니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이 2년간의 연수를 마칠 무렵에는 모두 기독교인이 되어 세례를 받고 귀국했다.

남부교회에 나오는 중국인들은 차차 늘어났다. 이들은 대부분이 근로자이지만 결혼이주여성도 몇 명 있다. 교회는 이들을 담당할 부서를 신설했다.

봉사자들이 충원됐고 동시통역 체계와 한글 교실까지 갖췄다. 남부교회는 당회장 김대현 목사의 각별한 관심 하에 전 교인들이 이들에 대한 복음전도와 뒷바라지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추석연휴에는 중국인 목사를 초청해 2박3일간의 중국인 수련회를 열어 성황리에 마쳤다.

송 권사는 “우리가 중국인 형제자매들을 섬길 수 있는 것도 모두가 하나님 은혜다.”라며 “이들이 한국에서 복음을 들어 새로운 소망을 품고 귀국해 그들의 가족과 함께 복을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송 권사의 손에는 여느 때처럼 빈 손수레가 쥐어져 있었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