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위트 월리스
드위트 월리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10.1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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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드위트 월리스’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 부상을 당한다. 후송되어 입원한 동안 메모하는 버릇이 있던 그는 수많은 잡지를 읽으며 수록된 기사를 본뜻이 어긋나지 않게 압축하는 연습을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1921년 어느날, <뉴욕타임스>는 ‘현대인들이 매년 접하는 정보량이 25년 전보다 50배 증가했다’라며 짤막한 기사를 내보낸다. 이 기사에서 힌트를 얻은 ‘월리스’를 포함한 16명의 지식인들은 서로 뭉쳐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만들기로 결의한다. 그러나 그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기자 ‘월리스’를 제외한 15명 전원이 영업보류를 신청했다. 그 15명에는 변호사, 기자, 작가, 편집자, 국회의원도 끼어 있었다. 창간 작업이 암초를 만난 격이었다. 그러나 잡지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던 ‘월리스’는 고향으로 돌아가 창간작업에 몰두했다. 하마터면 무산될 뻔 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 탄생의 불씨가 되살아 난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 온 ‘월리스’는 약혼녀 ‘라일라 애치슨’과 ‘리더스 다이제스트 협회’를 창설하고 결혼식날, 잡지 요약본과 지하창고에서 만든 구독 신청서를 수 천명의 사람들에게 우편으로 보냈다. 그런데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뜻밖에도 1천 5백 통의 구독신청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광고 전단을 우편으로 발송하는 형태의 사업이 성공을 거두는 첫 케이스였다.

1922년 2월, 드디어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창간되었다. 창간호는 불과 5천부였다. 독자들은 이미 다른 잡지나 신문에 실린 기사들을 간추려 쉽게 요약한 이 작은 잡지에 별다를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지식을 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맞춰 세계의 중요한 잡지나 단행본 속에서 흥미가 있는 것을 골라 꾸준히 요약·소개함으로써, 그 후 해마다 발행 부수가 증가, 미국 최대의 잡지로 성장하였다.

성공을 거둔 뒤 1930년부터는 독자적 기사도 게재하였다. 그러나 ‘다이제스트’라는 이미지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자체에서 준비한 원고를 먼저 타지(他誌)에 무료로 제공해 발표하게 한 뒤 그것을 요약·게재하는 방법까지 채택하였다.

인기가 치솟자 외국으로부터 주문도 늘어 1938년에는 런던에서 영국판이 창간되었고, 그 뒤 라틴 아메리카 독자를 위한 에스파냐어판을 비롯해 프랑스어판, 독일어판이 뒤를 이었다. 1946년에는 일본어판이 창간되고, 1950년에는 드디어 한국에서도 한글판이 선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8월, 영문판을 발행하는 미국 리더스 다이제스트사 사장이 “미국 사업에 대해 파산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광고수익이 25% 넘게 떨어지는 등 운영난이 심각했다고 한다. 놀랍고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주요 채권자와는 채무압축 등에 합의했으며 앞으로는 연방파산법 아래서 재건을 지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번 파산보호 신청은 미국 사업에만 국한됨)

낙천주의·행복주의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온 가족에게 행복을 일깨워 주는 잡지로 온 세계 평범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오던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 앞으로 회생기간을 거쳐 새로운 법인으로 탈바꿈하기를 기원하면서 이 잡지가 ‘20세기 최고 수필’로 꼽았던 ‘헬렌 켈러’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을 다시 요약해 읽어 본다.

‘내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첫날은 나를 가르쳐 준 고마운 앤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그 분의 얼굴을 보겠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과 풀과 빛나는 저녁 노을을 보고 싶습니다. 둘째 날에는 새벽에 먼동이 터 오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저녁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별을 보겠습니다. 셋째 날에는 아침 일찍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싶습니다. 점심 때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사흘간 눈을 뜨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 시인, 동서문화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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