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초조에 소화불량·불면증까지 생기는 ‘약 없는 병’
불안 초조에 소화불량·불면증까지 생기는 ‘약 없는 병’
  • 정인준 기자
  • 승인 2009.10.0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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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 ‘사랑과 전쟁’의 갈림길
▶결혼 7년차 이경호(가명·42·울주군 천상리)·김옥정(가명· 37) 부부

마음의 짐 나눴으면…

명절만 되면 ‘아내의 눈치 보랴, 어머니 심기 살피랴’ 아주 파김치가 됩니다. 장남이 무슨 죄인처럼 된 세태가 원망스럽습니다. 둘째와 셋째는 추석 일찍 왔다 차례만 지내고 갑니다. 조상들 산소 돌보는 것부터 마을 어른들께 인사 다니는 것까지 모두 처리하고 나면 앉을 새도 없지요. 차라리 직장에 명절 특근을 신청하고 핑계를 대볼까도 했지만 그도 못하겠더라구요.(집사람은 좋아하겠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차안에선 찬바람이 붑니다. 아내의 고생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일년에 명절이 한 두 번인데 마음의 짐을 같이 나눴으면 합니다.

친정 생각에 남편이 미워…

명절 때만 되면 친정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결혼 후 시댁에만 신경 쓰고 친정에는 소홀하는 게 부모님께 꼭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아요. 명절 한 달 전부터 마음이 불안하고 울렁거리는 게 고통스럽죠. 그냥 남편이 밉고 못마땅한 게 마음에선 이게 아니다 싶어도 따뜻하게 대해주진 못하죠. 시댁에서 제수를 장만하는 일은 모두 제 책임이죠. 또 친척들이 방문하면 그 때마다 상을 차려야하는 번거로움 등, 동서들은 하는 시늉만, 또 시어머니의 시누이 편애 등 불편한 게 한 두 가지 겠습니까?

명절증후군이란?

많은 가족들이 함께 따뜻하고 평안한 시간을 보냈을 이번 추석에도 한 편에선 이른바 `명절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예년보다 연휴가 짧았기에 고향을 다녀오는 마음이 더욱 분주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명절 증후군의 악화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

명절 증후군이란 평소 접촉이 드물었던 가족과 친지를 만나면서 겪는 정신적 불편함과 과도한 가사 노동, 장거리 운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각종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통칭하는 용어다.

신체적으로는 소화가 안 되고 구역질이 나며 식욕이 떨어지는 소화기계 장애, 두통과 어지러움에 시달리는 신경계 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평소 요통과 같은 만성 통증 질환이 있었던 사람들은 통증의 악화를 호소하기도 한다.

정신적 증상은 불안감, 두근거림, 답답함, 초조함, 걱정, 무기력감, 불면증 등이 동반된다. 특히 평소 시댁과 소원한 관계였던 젊은 주부들은 명절이 오기 전부터 미리 부정적 갈등 상황을 염려하는 `’예기 불안’ 증상도 보인다.

우리 명절은 전통적인 가부장제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 요인을 제공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특히 여성들은 짧은 기간 과도한 가사 노동에 시달리게 되므로 대부분 크고 작은 명절 증후군을 앓게 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실제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명절 증후군이 흔하게 나타난다는 점은 여러 통계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그러나 가족 또는 친척들과 잠재된 갈등이 있을 경우에는 남성들 역시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년층의 경우에는 오랜만에 찾아온 자녀와 친척들이 명절 연휴에 썰물 빠지듯 떠난 뒤 극심한 허전함과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명절 증후군은 명절이 끝난 뒤 일상에 복귀해 일주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없어지지만 2주 이상 불면증, 식욕부진, 무기력감, 우울감, 부적절한 분노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진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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