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명절음식, 송편보다 둥글죠”
“베트남 명절음식, 송편보다 둥글죠”
  • 김정주 기자
  • 승인 2009.09.2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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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제’사랑방 결혼이주여성들의 ‘따뜻한 추석 빚기’
중국과 베트남에서 시집온 ‘울산 큰애기’ 열일곱 명이 2층 방 길게 줄지은 탁자 주위에 둘러 앉았다.

25일 오전 11시 울산시 동구 동부동(남목1동) 270-2번지. 옆집 언니 같은 김희자(동구 남목3동)씨가 선 채로 송편 빚는 방법을 일러주기 시작했다. 강의 재료는 쌀가루반죽과 손바닥과 엄지손가락.

“엄지를 꾹 눌러서 이렇게 돌리면 돼요. 만두처럼 하지 말고 조개 모양으로 빚어야 해요”

“물을 바르면 질어지고 떨어져서 안 돼요. 자꾸 문지르면 부드러워지죠, 이렇게” 직접 만들어 보기는 대부분 처음이라 했다.

베트남에도 송편 같은 명절음식이 있느냐, 누군가가 물었다. “비슷한 건 있어도 모양이 둥글죠”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이가 길어서 명절음식이 지방마다 다를 거예요” 임신 5개월째라는 예비엄마도 있다.

“송편 예쁘게 빚어야 예쁜 아기 가진대요”

하지만 아가 엄마든 아니든 솜씨가 서툴다 보니 송편 모양도 거의 다 어설프다. 그러나 이게 어딘가! 한국에 뿌리 내릴 여인네로서 한국의 전통 명절음식을 손수 만들어 봤다는 이 사실! 반대기(皮) 만들기가 끝나면 소를 넣는 순서. 단 호박에 붉은 콩도 들어갔다. 만들기에 열중하는 동안 모양이 갖추어진 예비송편들은 솔잎 가득한 찜통으로 향한다.

“집에서 먹는 한국 음식은 참 잘 만들어요. 그래서 가족들 건강엔 자신 있어요”

한국 생활 4년째에 딸아이 하나를 둔 베트남 여인 ‘레피쭉’(24, 동구 화정동)씨는 한국어교실 1년 수료한 학생답게 우리말이 유창했다.

이날 행사는 동구 출신 울산시의회 이은주 의원이 운영하는 교육문화공동체 ‘하제’의 개소식 식전행사로 마련된 프로그램. ‘모두가 따뜻해지는 추석 빚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 자리에 모인 결혼이주 여성들은 동구가정폭력상담소(소장 강진희) ‘한국어교실’에서 한국말을 배우는 여성들. 상담소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오전 10시부터 1시간 반 동안 한국어를 익힌다.

수요일에는 요리교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월 한 차례 소통의 시간 부부모임 때는 배우자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배운다.

“처음엔 이주여성 수강생이 30명을 넘었는데 신종플루 영향으로 지금은 3분의 1이나 줄었어요.”

강진희 소장의 말이다. 쌀가루 반죽을 주무르는 이주여성들의 표정도 강 소장처럼 무척 밝다. 남편들이 대부분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아니면 그 협력업체 직원들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나이는 스물에서 스물다섯 사이.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가 사회적 고민거리였던 90년대 중반만 해도 중국 조선족 동포와 필리핀, 몽골, 우크라이나 출신이 두루 섞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한족과 베트남 여성이 그 빈 자리를 메운다고 했다.

/김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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