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한 삼각절벽은 울산관문 랜드마크
장중한 삼각절벽은 울산관문 랜드마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9.2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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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이 수직 절단된 典型
기하학적 패턴과 리듬 지녀

산의 자락이 수직으로 잘리면 삼각형을 나타낸다. 삼각말단면이라 부른다. 언양읍 반천리에서 구수리까지 2km 구간에 그런 도형이 중첩돼 나타난다.

고속도, 국도, 고속철과 연결된 이 지점은 울산의 관문역할을 한다. 울산에 들어올 때 깊은 인상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 지형은 단층작용으로 벌어진뒤 긴 세월 물길에 다듬어졌다. 기하학적 경관과 리듬을 보여준다.

태화강에는 이런 형상이 주로 강의 남쪽 8km 구간에 여러 곳 전개돼 있다. 가장 두드러진 곳이 언양읍 반천이다.

태화강 대숲공원에서 마주보는 남산로 위의 은월12봉 자락도 삼각말단면이다. 대암댐에 있는 롯데그룹 신격호회장 별장은 삼각말단면을 차경으로 활용한 빼어난 조경미를 갖추고 있다.

울산의 관문 경관을 다룰때 이곳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긴 세월 깎이고 다듬어진 절경

신격호 회장도 별장 조경 활용

1996년 봄 일본 총리를 역임한 나카소네와 호소카와씨가 롯데그룹 신격호회장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를 찾았다. 한나절 둘러보기위해 먼길을 왔다고 하므로 여러 궁금증을 낳았다. 일본 풍습에는 손님을 자신의 집에 초청하는 것이 가장 큰 환대라고 한다. 전 총리를 2명이나 모시고 온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됐다. 나는 신회장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과 그곳에 있는 별장의 경관을 보여주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회장 별장의 경관을 이루는 뼈대는 물과 산, 수평과 삼각도형의 조화다. 별장의 전면은 대암댐 호수면을 바탕에 깔고, 그 위에 삼각형 산이 솟구쳐 있다. 이 산은 한 변이 각각 120m 가량이다. 한 가정의 조경물로는 스케일이 매우 크다. 삼각형의 내부에는 수평으로 난 여러 가닥의 층리가 있다. 긴 세월 퇴적된 물질이 변화된 모습대로 굳어진 형상이다. 이 형상은 단순한 삼각형에 풍부한 느낌을 더해준다. 이집트인이 수평의 대지 위에 인위적으로 달성하려 했던 피라밋 구도와 비슷하다. 그러나 정감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다. 피라밋 처럼 인간의 피와 땀이 연상되지 않는 자연의 조형이다.

이 풍경은 신회장 별장 앞에만 있는것이 아니다. 신회장 일행이 고속도로에서 언양으로 빠져나와 둔기리 별장으로 오는 전 구간에 동일한 패턴이 펼쳐져 있다.

수평의 물과 삼각형 산으로 대표되는 이 패턴은 언양 구수리에서 신회장 집으로 들어가는 반천 잠수교까지 2km 구간에 펼쳐져 있다. 이 구간에는 다양한 크기의 삼각형 산이 40여개가 중첩돼 있다. 이 삼각형은 1억3천만년전부터 쌓였던 퇴적암이 융기된 뒤 다시 수천만년 물살에 깎여 생겨난 것이다. 장중하면서 다채롭다. 절벽의 높이는 140m로 비슷하다.

학자들은 이런 지형에 하식애와 삼각말단면이란 이름을 붙였다.

지금도 절벽 아래쪽에는 강물에 깎이고 있다. 그런반면 강물에 천렵을 즐기고, 절벽의 틈새에 벌꿀통을 걸쳐놓는 한가로운 모습도 섞인다.

언양의 농업고교까지 걸어 다녔던 신회장은 청소년때부터 이 경관은 뇌리에 새기고 있었다고 볼수 있다.

세계적 사업가는 삼각말단면의 하나를 자신의 별장 차경(借景)으로 삼았다. 20여개의 삼각말단면이 연속된 이 특이한 경관은 울산의 관문에 놓여있다. 울산시는 아직 이 경관에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도시의 관문에는 대부분 조경시설을 갖추거나 대형 조형물을 세워 도시를 상징한다.

반천의 장대한 삼각말단면은 울산의 지사(地史)와 경관을 상징한다. 도시 입구에 이만한 규모의 자연 상징물은 드물다.

빗살·물결·마름모는 삼각형의 변형

토기·기와·주름치마로 이미지 파급

생선을 발라 먹다가 오래도록 궁금했던 물결무늬의 원형을 조금 이해하게 됐다. 이날 식탁에 얹힌 생선은 붉은 도미 한 마리였다. 유채기름을 둘러 구운 생선은 살과 뼈가 잘 분리됐고, 살점은 물결무늬를 보였다. 생선을 먹다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무덤’을떠올렸다.

시인은 햇빛에 반짝이는 고요한 바닷물결을 ‘수많은 기와에 넘쳐나는 황금’이라고 표현했다. 다시말해 물결이 연속된 황금기와라는 것이다. 발레리는 지중해 연안에서 태어난 시인으로 명성을 얻을 즈음 한동안 시작을 멈추고 건축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해변의 무덤’은 1연이 6행이고 모두 24연으로 된 길고 긴 시다.

이 시의 첫 행은 ‘비둘기 걸어다니는 이 고요한 지붕’으로 시작하고, 마지막 구절은 ‘돛단배들이 모이를 쪼고있는 이 고요한 지붕’으로 끝맺는다.

수평선을 지붕으로 표현한 것과 물결에 흔들리는 배를 새가 모이를 쪼고 있다고 한 표현이 마음에 닿는다.

발레리는 물결에서 기와의 패턴을 봤다. 그리고 햇빛에 반사되는 모습에서 황금이미지를 얻었다. 물에서 탄생된 모든 존재는 물결을 보거나 몸을 맡기면 생기를 얻을 것이다. 여성이 치장할때 치마의 주름과 옷 소매의 장식 주름도 물결에서 파생된 이미지다. 신석기인이 토기에 즐겨 사용한 빗살무늬가 겹쳐지면 물결무늬다.

물결은 삼각형이다. 이 무늬는 중첩된 산의 이미지와 비슷하고 특히 삼각말단면에서는 극명히 나타난다.

물결무늬의 원형적 미는 다만 파도에서 나왔을까? 그렇지 않을수 있다. 생명체가 지닌 DNA는 나선이 꼬인 형태다. 이렇게 꼬인 형태는 물결무늬가 겹친 것과 같다. 또한 물결은 파동이다. 파동은 빛의 속성 가운데 하나다. 만상에 영향을 미치는 빛의 파동이야말로 삼각형이 겹치는 모든 문양의 원형일 수도 있다.

물결무늬는 천전리 바위그림에 나타난다. 단순한 물결무늬도 있고, 마름모 무늬는 더 많다. 그런데 마름모 조차 물결무늬를 겹친 형태다.

삼각말단면은 산의 대표적 형태미이지만 그것이 겹치면 물결무늬다. 천전리 암각화의 물결 또는 마름모 문양은 선사인이 산과 물결에서 느낀 미의식을 바위에 새긴 것이라고 생각할수 있다. 그 인상은 오늘날 우리의 의상이나 건축 디자인에서도 변형돼 나타나고 있다. 폴 발레리의 직관은 천전리에서 물결무늬를 그린 선사인과 동질일 것이라고 볼수있다.

빗살무늬의 원형을 이해하는 것은 삶을 탄탄하게 한다.

영산대 배병삼 박사(정치학)는 2008년 대학 신입생에게 주는 짧은 글을 썼다.

“고전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내는 샘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고전에 담긴 근원성과 고유성을 해석해 내는 힘이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멋대로 꾸며내는 망상이 아니라 그 속에 기본문법이 깔려있다. 이 문법이 험한 바다를 해쳐나갈 배의 용골이다”고 했다.

새겨 둘 조언이다. 자연은 고전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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