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광장 문 활짝
건강한 삶, 광장 문 활짝
  • 정인준 기자
  • 승인 2009.09.2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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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생활체육 14년 튼실한 뿌리 내려
▲ 지난 24일 울산대공원 야외공연장에서 30여명이 에어로빅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3~4년된 베테랑도 있고, 몇개월 아안된 초심자들도 있다. 하지만 광장에 모여 신나게 흔들면서 건강을 챙기고 정도 나누며 삶의 여유를 누리고 있다.
“자, 워킹갑니다. 처음엔 살랑살랑 합니다” 렛츠고~!

흥겨운 음악과 함께 에어로빅 강사 최애남(48·여·주부·덕신리)씨의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이 소리에 맞춰 주부 40여명이 익숙한 동작으로 에어로빅을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8시에서부터 9시까지 울산대공원 야외공연장에서 5년째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이처럼 도심의 광장이 건강을 지키는 생활체육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소공원도 좋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능하다.

길을 지나다 참여할 수 있고, 개인사정에 따라 조절도 자유롭다. 동호회나 답답한 실내의 제약 등을 떠나 또 다른 ‘광장문화’로 정착해 가고 있는 것이다.

“3년째 에어로빅을 진행하고 있는 데 대부분 처음부터 같이 운동을 해왔던 분들입니다. 요즘 추석 때라 사람들이 좀 준 것처럼 둘쭉날쭉한 경우가 있지만 꾸준하죠. 한 분은 여기서 운동을 하다가 범서로 이사를 갔는데 그 먼 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것처럼요”

강사 최애남씨는 ‘생활체육’이 말그대로 광장을 통해 ‘생활화’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 간에 정이 흐릅니다. 운동을 같이 한다는 동료의식의 교감은 현대인의 고립에 따른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실제 우울증이 치료된 사례도 많구요”

최애남씨는 몸과 마음이 동시에 건강해 지는 게 ‘광장생활체육’의 효과라고 말했다.

동구 꽃나루공원 에어로빅 강사 홍금진(48·여·주부)씨. “우리 팀은 20여명이 꾸준히 운동하는 데 분위기가 화합형”이라며 “저녁에 모여 1시간은 춤추고, 1시간은 ‘아줌마들의 수다’를 통해 삶의 지혜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 달에 1회 정도 자발적 모임으로 친목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장에서 사적인 공간으로, 사적인 공간이 다시 광장으로 순환되는 사회의 순기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울산시 ‘광장생활체육’은 올해로 14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 96년 시작돼 97년 광역시 승격 이후 울산광역시생활체육회(회장 김철욱 시의원, 이하 생체협)가 설립되면서 본격화 됐다.

프로그램은 에어로빅과 같은 생활체조가 대부분 이지만 국학기공, 자전거와 같은 이색 종목도 있다.

참여인원도 2004년 7만4천여명(참가자 중복합산)에서 2008년 8만4천여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어 활성화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 하기엔 생체협의 지원이 조금 모자라는 점도 없지 않다.

현재 울산시 광장생활체육 장소는 18곳이다. 이는 16개 시도의 현황을 볼 때 제주도 14곳을 제외하곤 꼴찌에서 두번째다.

이에 대해 김철욱 생체협 회장은 “인구비례로 중앙에서 예산이 배정돼 운용에 어려움이 많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내년엔 울산시와 함께 예산을 증액해 더 많은 장소에서 시민들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실무를 맏고 있는 생체협 김동환(35, 사업과)씨는 장소 섭외의 어려움도 전했다. “광장이나 모임 장소를 관리하는 측에서 협조요청에 난색을 표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끄럽다는 민원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보다 공익적인 차원에서 배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광장생활체육은 더욱 뿌리를 튼튼히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73세의 나이에도 중구 청강사 뒤편에서 10년째 국학기공을 지도하고 있는 이상만씨 같은 분이 있기 때문이다.

생체협 활동비 지원은 4월부터 10월까지지만 오전 6시부터 7시까지 1년 365일이 한결같다.

“내 운동을 하면서 이웃과 같이 즐기는 거지. 홍익인간 정신을 실천하는 게야” 유선 전화기를 통해 낭낭히 들려오는 이상만씨의 목소리에서 정열과 광장생활체육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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