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날도 연기하는 철의 여인
방학날도 연기하는 철의 여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1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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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중학교 윤석순 교장선생님
박문태 논설실장이 만난

열정어린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②

본보는 박문태 논설실장이 직접 교육 현장을 찾아 열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취재한 ‘열정어린 선생님’을 매주 수요일 교육면에 연재, 스승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에 사도(師道)의 큰 빛을 비추고자 한다. <편집자>

▲ 남창중 윤석순 교장선생님.
오래 전에 경기도 어느 고등학교에서 여자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하여 학교의 면학분위기부터 교사들의 근무태도에 이르기까지 매사를 철저하게, 끈덕지게 챙기니까 선생님과 학생들로부터 불평이 쌓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이 교장선생님이 교무실에 들렸다가 본의 아니게 난롯가의 불평소리를 들었다. “이놈의 학교, 못 해 먹겠어. 열심히 가르치라고 악을 쓰는데 실험할 약품이나 제대로 대주고 해야지!” 다른 선생님들이 눈짓을 보낼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예, 알았습니다. 이년의 학교, 즉시 대령하겠습니다.”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자리를 떴다. 그러고서 ‘그 년’의 학교는 소문난 모범학교로 발전해 갔다.

울산의 남창(南倉)중학교가 이런 학교이다. 윤석순 여자 교장선생님이 매사에 철저하여 면학 분위기가 쇄신되었고, 호랑이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다.

전임교인 ‘신일중학교의 도서실’이 윤 교장의 철저함을 증명해준다. 면담 약속을 하려고 교장실에 전화했을 때, “교장 선생님, 지금 교내 순시(방학 중인데도) 중인데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제가 메모해 놓고 교장 선생님 오시면 전화해드리겠습니다.”라는 철저함이 학교운영에 그대로 나타난다. 울산에서는 보기 드문 친절이다. 모든 기관이 참고할 사항이다.

훌륭한 분들이 남창중학교를 많이 졸업하였다. 지금도 활발히 움직이는(?) 사람은 박성화(19회졸) 올림픽 축구 국가 대표 감독이다.

박 감독보다 대 선배인 이두철 회장(9회졸, 울산 상공회의소 회장, 삼창기업 회장)은 아직도 정열적으로 활동하며, 모교에 매달 8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울산의 1사1교 자매결연의 하나로 삼창 기업은 남창중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윤 교장의 학교운영철학은 ‘끝맺기의 철저함’이다. 남창중학교 학생들이 학기 초에 두발(頭髮)규정을 따르도록 지시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때에는 방학도 연기할 수 있다고 약속하였다. 방학 하는 날 7, 8명의 학생이 이 규정을 어겼다. 약속대로 다음 날 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등교할 때까지 방학을 하루 연기했다.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가족들의 여행계획을 망치게 되었다고 항의를 받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교육은 이래야 되는 거야’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학교장의 이런 식의 강행에 불만이 있는 교사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교사들은 자신을 밝히지 않고 뒤에 숨어서 ‘세(勢)불리기’에 열중한다. 심지어 철모르는 학생들까지 동원하여 상급기관에 투서하는 따위의 문제를 일으킨다. 대학에도 흔히 있는 일이다.

윤 교장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침묵이다. 일컬어 동양의 미덕을 갖춘 선생님들이다. 그러나 바른 일이라면 바른 선생님들의 바른 소리가 크게 나와야 한다.

윤 교장 선생님과 약속한 시간은 30분이었는데 그만 이야기에 빠져서 1시간 30분을 보냈다. 학교가 3학급 증설로 인해 그렇게 철저한 교장 선생님의 바쁜 시간을 가로 채어 무척 미안했다. 그러나 흐뭇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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