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많이 먹고, 돈 많이 벌어야제!”
“아가 많이 먹고, 돈 많이 벌어야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9.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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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할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마음 따뜻해져
이철영 (44·중국 출신·울산시 중구 반구동)

처음 한국에 나왔을 땐 울산이란 도시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울산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현대중공업에서가 아니라 신랑이 울산에 있는 친정 오빠의 소개로 한진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때 신랑은 울산에서 일하면서 울산으로 이사 오라고 많이 설득했지만 나는 결심을 내리지 못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처음 울산에 있는 신랑을 보러 왔을 때 오빠는 우리 가족을 데리고 대왕암으로 놀러 갔다.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는 순간 동백꽃이 활짝 핀 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이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왕암에서 현대중공업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오빠는 그때 나를 보고 “저기 보이는 게 현대중공업”이라고 소개하면서 현대자동차와 미포조선도 울산에 있다고 말했다.

세계 제일의 조선소가 울산에 있다는 것을 그때야 알게 되었다. 솔직히 중국에 살면서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삼성, LG는 알아도 어느 도시에 있는지는 몰랐다. 울산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래도 이사 올 결심은 내리지 못했다.

울산에 머무는 동안 오빠하고 구 역전 시장엘 갔었다. 오빠가 콩나물 파는 할머니를 가리키며 “이 집 콩나물이 참 맛있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콩나물을 너무 좋아해서 콩나물을 샀다. 콩나물 팔던 할머니가 내가 말이 서투른 것을 알고는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솔직하게 “저는 중국에서 왔어요.” 했더니 혼자 왔느냐고 다시 물으셨다. “아니요. 가족과 다 함께 왔어요.” 그랬더니 “오, 그래.” 하시면서 콩나물을 듬뿍 담아 주시면서 저보고 “아가야 많이 먹어.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서 잘 살아.” 하셨다. 물론 평범한 한 마디였지만 난 너무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사람들은 내가 말이 서툰 것을 알고는 중국에서 왔다고 무시했다. 그러나 할머니처럼 나를 대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할머니의 그 따스한 정 때문에 나는 울산에 이사 오기로 결심했다. 그 뒤로 나는 자주 할머니의 콩나물을 사다 드렸다.

우리 집이 반구동이어서 걸어서 가자면 거리가 좀 멀다. 그래도 할머니를 한 번 더 보려고 자주 다니다 보니 어느새 단골이 되었다. 지금은 할머니를 어머님처럼 생각하고 할머니도 나를 언제나 딸처럼 대해 주셨다. 나의 마음속에는 할머니가 항상 고마우신 분이다. 그래서 매번 어버이날이나 추석 명절이면 작은 음료수라도 들고 가서 인사를 드린다.

아쉬운 것은 내가 아직도 그 할머니의 성함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저 “이모야!”라고 부른다. 물론 지금은 내가 바빠서 자주 가지를 못한다. 하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항상 어머니로 남아 있고, 나는 콩나물 할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분을 통해 나눔의 행복을 더욱 느끼게 되고, 나도 지금은 나눔 덕분에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도 나는 중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한다. “나는 세계 제일의 중공업과 자동차, 미포조선 그리고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항만청, SK에너지가 있는 울산에 살고 있다고….

그리고 우리 선조의 지혜와 정성이 들어 있는 옹기, 울산의 12경, 울산의 맛, 울산 중구에 있는 관광의 거리, 구 역전시장에 있는 콩나물 할머니를 울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많이 홍보한다. 또 그들을 데리고 갤러리 전시, 전통 공연문화 체험 등의 행사에 가서 시각적으로 느끼면서 한국을 알린다. 울산의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가정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그분들을 도울 수 있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작은 노력이 울산에서 생활하는 많은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민자에게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 지금 나는 울산 시민으로서 자랑스럽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잘 사는 아름다운 울산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울산 중구에 있는 구역전시장을 가시면 꼭 그 콩나물 할머니를 찾아가서 사랑과 정성이 담긴 콩나물을 사가시기를 바란다. 아주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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