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 단상] 울산 3곳에서 울려 퍼진 105년 전의 함성
[보훈 단상] 울산 3곳에서 울려 퍼진 105년 전의 함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2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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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설렘으로 가득한 2024년의 봄이 돌아왔습니다. 105년 전 바로 이 무렵, 일본의 압제에 항거하고 나라를 되찾으려는 기운에 동참하고자 나라 잃은 백성이 소리 높여 외친 일이 울산에서도 있었습니다. 무려 세 군데에서 “대한독립 만세”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던 것입니다.

대한독립 만세운동은 신분, 직업, 성별, 종교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계층, 온 나라 백성이 참여했습니다. 1919년 3월, 서울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곧바로 전국 각지로 퍼졌고, 울산에서도 그해 4월 언양, 병영, 남창 세곳에서 거사가 있었습니다. 이 세곳의 만세운동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독립 만세운동이 제일 먼저 일어난 곳은 언양이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천도교 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밤새 태극기를 만들며 거사를 준비했습니다. 언양 장날인 105년 전 4월 2일 아침, 우국지사들은 언양과 상북, 삼남, 두동, 두서 등 5개 면에서 몰려든 수천명의 민중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며 독립 만세운동에 앞장섰습니다. 그러나 일본 경찰의 무자비한 총칼에 수많은 애국자가 순국하거나 체포·투옥되는 희생이 뒤따랐습니다.

후손들은 나라를 되찾으려는 선열들의 숭고한 얼을 기리고 그 업적을 후세에 전하려고 만세운동이 처음 일어났던 언양 시장 터 부근에 ‘3·1 독립운동 사적비’를 세웠습니다. 후손들에게 본보기로 삼게 하려는 뜻에서였습니다.

두번째로 일어난 병영 독립 만세운동은 1919년 4월 4일, 일신학교(현 병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높게 차서 올린 것을 신호로 대대적인 시가행진으로 이어졌습니다. 학생과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병영주재소 앞까지 행진시위에 나서자 일경은 무자비한 진압으로 많은 우국지사를 체포하고 시위를 강제로 해산시켰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난 건 아니었습니다. 체포를 면한 병영청년회 간부들이 2차 시위를 준비했고, 마침내 4월 5일 시위를 다시 시작했고, 시위현장에서는 많은 희생이 뒤따랐습니다. 일경의 무차별 사격으로 선두에서 앞장서 가던 엄준, 문성초, 주사문, 김응룡 열사가 현장에서 순국하고 만 것입니다. 후손들은 우국 청년들의 죽음을 무릅쓴 독립운동의 모습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자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의 글이 새겨진 ‘삼일 충혼비’를 만세운동 현장 가까이에 세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어진 운동은 남창 독립 만세운동이었습니다. 고종황제의 인산에 참여했던 분이 독립선언서를 몰래 가져온 덕분에 서울의 3·1독립만세운동 소식을 접하게 된 남창의 우국지사들은 장꾼들이 많이 모이는 남창 장날을 거사 날짜로 정하고 비밀리에 거사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거사 당일인 1919년 4월 8일, 남창 장날에 모인 이웃 마을 장꾼들과 민중들이 힘을 합쳐 만세운동을 펼쳤으나 이곳에서도 십여 명이 일경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러야 했습니다.

의거에 참여한 많은 우국지사가 징역형을 살거나 모진 고문을 받았지만, 울산의 4월 만세운동은 이분들의 희생으로 민족혼을 일깨우는 데 엄청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후손들은 이 고장 출신 독립유공자들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그 당시 주재소 자리에 ‘남창 3·1의거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105년 전,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졌던 “대한독립 만세”의 함성. 일경의 총칼에 맞서서 벌였던 만세운동의 과정에는 수많은 우국지사의 희생이 숨어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울산에서는 그날의 결기를 되새기고 선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매년 4월이 되면 언양, 병영, 남창 세 곳에서 대한독립 만세 재현행사가 열립니다. 기념식과 만세삼창, 행진으로 이어지는 재현행사에는 주변 학교와 유치원의 어린이와 시민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해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게 될 것입니다.

꽃샘추위도 한풀 꺾이고 가족, 연인, 친구들과 나들이 떠나기 좋은 따뜻한 4월 초 봄날에 언양, 병영, 남창을 찾아 ‘대한독립 만세’의 함성과 열기를 느껴보고 현충 시설도 둘러보며 우리 고장의 독립운동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요?

김우영 울산보훈지청 보훈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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