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을 위한 여정에 응원을 보낸다 上
새로운 삶을 위한 여정에 응원을 보낸다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2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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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강의를 해 왔지만, 이날의 강의는 다른 어느 날보다 특이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우리 사회에서 한때 격리되고 소외되었던 분들에게 하는 강의였기 때문이다.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분들에게 새로운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겠다는 것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분들 앞에 서서 ‘바람직한 삶이란 어떤 것이며, 바르고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이어나갔다. 강의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닐 텐데도 강의 내내 이분들은 나의 말에 집중해 주었고, 빔프로젝터로 투사되는 스크린에 담긴 내용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강의를 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들의 깊은 심리적 내면 어딘가에 지금까지의 삶과 다른 그 어떤 삶에 대한 강렬한 무언가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나는 강의를 통해 이분들이 찾는 그 무언가를 돕고 싶었다.

과거 한때 정상인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고 해서 이분들의 삶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성급히 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분들의 처지에서 보면 일탈의 삶도 소중한 삶의 한 과정이란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분들이 속죄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섰다는 것이다.

중세 기독교 신학과 서양 철학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고백록』(Confessiones)의 저자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이 이를 증거한다. 그는 젊은 한때 기독교 보편교회의 신앙을 거부하고 한 젊은 여성과 동거하며 아들까지 낳았다. 당시의 기독교적 도덕 기준에 어긋나는 방탕한 일탈 행동이었고, 그 때문에 어머니 모니카의 절교 선언까지 받는 탕아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나 심한 내적 갈등을 겪은 후 성 암브로시우스 주교에게 세례를 받고 사제가 된 뒤부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종교 활동과 헌신적 봉사로 중세 기독교 최고 성인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기에 이른다. 그는 특히 루터(Martin Luther)나 칼뱅(Jean Calvin)의 종교개혁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기독교에선 회개의 중요성과 죄지은 사람에게도 내려지는 하느님의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강조하는 이야기로 ‘돌아온 탕아’ 이야기가 자주 인용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말에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각자의 생각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사람의 본질을 결코 가볍게 여기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 무게의 비중을 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죄를 지었다고 해서 인간 존재의 본질이나 인간의 의미를 백안시하고 지워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Leo Tolstoy)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도스토옙스키(Fy odor M. Dostoevskii)의 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의 내용이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고 외쳤던 니체(Friedrich W. Nietzsche)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 것도 생경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니체가 말한 ‘초인(超人)’의 의미를 지니는 위버멘쉬(Ubermensch)는 아니다. 더욱이 도덕적 완벽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존재 역시 아니다. 인간은 신처럼 완전무결할 수 없기에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래서 죄를 저지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영혼의 무게까지 가볍게 보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이어져 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삶에 나타나는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불안감, 그리고 새로운 삶에서 우러나는 기대와 희망, 이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이분들의 뇌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강의의 방향을 이렇게 잡아 보았다.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풀어주면서 기대와 희망도 동시에 품을 수 있도록 긍정의 마인드를 심어주기로 한 것이다. ▶下로 이어짐

이병철 법무부 법무보호복지공단 울산지부, 사회성향상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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