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원 샛강 오염, 지나친 비료 때문인가
국가정원 샛강 오염, 지나친 비료 때문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2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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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을 때 비료를 너무 많이 뿌리면 하천의 수질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태화강 국가정원 내 샛강의 수질도 지나친 비료 살포 때문은 아닌지, 울산시 차원의 조사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과다시비(過多施肥)’의 영향에 관한 연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주도했다. 과학원은 전국을 850개 소유역(小流域)으로 나눈 뒤 ‘양분(질소와 인) 수지’가 하천·지하수의 양분 농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연구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여기서 ‘양분수지(養分收支)’란 일정 기간, 일정 범위에 투입된 양분과 산출된 양분의 차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연구에 따르면 면적의 10% 이상이 농지인 소유역 695곳 가운데 48%(332곳)가 질소 수지와 하천 총질소 농도 사이의 상관성이 높았다. 질소 수지와 지하수 질산염 질소(=오염된 물속 유기질소 화합물이 질산화 세균에 의해 산화020분해돼 무기화한 최종산물, NO3-)의 상관성이 높은 소유역은 7%였다.

양분 수지가 음(-)의 값이면 땅이 메마를 수 있고, 양(+)의 값이면 필요 이상의 양분이 녹아들어 남은 양분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은 양분은 녹조(綠藻)의 원인인 ‘하천 부영양화(富營養化)’와 같은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9~2021년 조사에서 한국은 농경지 1ha당 연간 질소 초과량이 229.91㎏로 조사 대상 38개국 중 압도적 1위였다. 2위인 네덜란드도 초과량이 165.80㎏에 그쳤다. 이는 한국에서 화학비료나 가축분뇨로 생산한 퇴비·액비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연구 결과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내 샛강(길이 1.1km) 수질 오염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샛강 주변의 비점오염원이라곤 철 따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텃밭(꽃밭)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에서는 이 텃밭에서 자라는 초화류(草花類)가 꽃을 탐스럽게 피우도록 때에 맞춰 비료를 뿌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샛강 중·하류의 상당 부분은 겉보기에도 오염 정도가 심하고 그 원인이 비료 때문일지 모른다는 짐작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아직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개인이나 단체는 보이지 않는다. 이 소식을 들은 수질 전문가 김진홍 중앙대 명예교수는 26일 이런 견해를 밝혔다.

“‘영양염’이라고도 불리는 질소와 인은 하천에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조류(藻類)가 적절히 자라 어류를 비롯한 수생태계(水生態系)의 먹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영양염이 너무 많으면 부영양화로 인해 수질이 나빠진다는 점이다.”

김 교수나 과학원이 경계하는 것은 지나친 비료 주기일 것이다. 시는 서둘러 문제점 파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가정원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샛강의 오염은 뒷전에 둔 채 국가정원을 자랑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져드는 일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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