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⑤]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제18회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⑤]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25 2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의 목적이 무엇인가?” 기성세대의 십중팔구는 이윤창출이라고 답할 것이다. 미국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시카고학파의 정신적 지주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1970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창출의 극대화”라고 정의했다. 케인즈학파에 대항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이 독트린은 오랜 기간 ‘절대 명제’가 됐다. 그러나 시대의 도도한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법. 주주자본주의를 신봉한 그의 철학도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빛이 바랬고, 수명 또한 다한 듯하다. 그 중심에 바로 ‘ESG 경영’이 있다.

최근 기업경영의 최대 화두는 단연 ‘ESG 경영’이다. ESG는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 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 nance)를 중시하는 형태의 경영이다. 환경을 지키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나아가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지닌 기업경영이 바로 ‘ESG 경영’의 핵심요소다. ESG가 지속가능 경영의 바로미터가 된 셈이다. E(환경)에는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사용, 폐기물 배출 등의 가이드라인이 있다. S(사회)는 노사, 산업재해, 개인정보보호, 사회공헌 등을, G(지배구조)는 이사회, 준법감시 등을 각각 측정한다. 개별 지표만 600가지가 넘는다.

그러면 기업 입장에서는 왜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될까? 바로 고객의 의식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주주의 생각도 달라졌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MZ 세대조차도 소비패턴에서 ESG 경영을 따지는 경향을 보인다. 눈대중하는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잰다. 기대수명 100세 시대를 살아가게 될 그들에게는 당연지사다. 향후 60~80년을 더 향유할 MZ 세대는 삶의 터전인 지구가 더 이상 더럽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과 멸종 생물이 급증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면, 인류 또한 종(種)의 보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MZ 세대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환경을 저해하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야기하고, 또는 CEO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기업은 도태되고 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ESG 경영과 기업 역할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70.3%가 ESG 경영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웃돈을 주더라도 ESG 활동이 우수한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응답 비율도 무려 88.3%나 됐다. MZ 세대는 더욱 가치소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주 입장에서도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기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ESG 경영을 하는 기업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ESG 경영을 등한시한 기업이 뭇매를 맞은 경우는 부지기수다. 나이키사는 파키스탄에서 일당 2달러로 12세 어린이를 고용해 축구공을 만드는 사진이 실린 후 세계적인 불매운동으로 곤욕을 치렀다. 아동의 노동력 착취로 돈을 버는 반사회적이고 부도덕한 기업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소탐대실한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CEO의 갑질 행태가 폭로돼 불매운동 등으로 뭇매를 맞은 기업들이 더러 있다.

ESG 경영은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미국에서는 올해부터 상장기업들이 의무적으로 ESG 활동을 공시해야 한다. EU는 한술 더 떠서 역내에 지사가 있거나 역내로 수출하는 기업, 수출기업의 공급망에 있는 업체까지 ESG 공시기준에 맞출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매출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부터 단계적으로 ESG 활동의 공시를 의무화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2020년 “ESG 경영이 미미한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회수하겠다”고 발표해 글로벌 기업들을 긴장시켰다.

3월 22일은 제18회 울산 화학의 날이었다.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울산지역의 모든 화학산업인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ESG 경영은 글로벌 수출기업과 잘 짜인 공급망으로 연결된 울산의 화학산업 분야의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도 발등의 불이 됐다. ESG 경영 트렌드를 빨리 읽고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끝 >

김영찬 울산지역산업진흥원 원장·정책학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