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단상] 마음을 듣는 공감복지, 내가 만들어가는 희망복지
[행정단상] 마음을 듣는 공감복지, 내가 만들어가는 희망복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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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6살 새내기 남구 사회복지 공무원이다. 1년 4개월이라는 짧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발령 났을 때만 해도 가장 어려웠던 일 역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었다.

복지업무를 하다 보니,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과 사연을 들어야 한다. 때론 나를 붙잡고 울기도 했고, 나에게 화를 내기도 했으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기도 했다.

선암동에 처음 근무할 때의 일이다. “남 주사가 내 손녀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하루에 한 번씩 동에 찾아와 본인 이야기를 하시던 어르신이 한 분 계셨다. 아마도 지금까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은 사람 중 한 분일 것이다. 때로는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셨고, 본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 늘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다 내 업무가 바뀌며 출장소로 가게 되어 더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을 일이 없어졌다.

그러고 나서 한 달이 지났을까?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고, 바쁘다는 이유로 더 많이 더 따뜻하게 이야기를 못 들어준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나이도 한참 어린 나에게 당신께서 살아온 길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듣는 나보다 훨씬 힘들었을 것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그 일이 있은 뒤 나는 상대의 마음을 듣는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남구청 복지지원과에서 통합조사업무를 맡고 있는 나에게 이런 경험과 다짐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통합조사 업무는 동과는 달리 대부분이 유선 상담인데, 민원인의 비언어적 행동을 관찰하기가 어려워 더욱 더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떨리는 목소리, 기운이 없는 목소리, 빨라지는 말…. 수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민원인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들의 사연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차 민원인 입장에서 생각하고, 더 많은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찾아보고, 안내해주게 됐다.

사실 통합조사업무는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를 조사하고 결정하는 업무여서 복지급여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도 하지만, 보장이 어렵다는 말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도 많다. 유선으로 민원인을 위로하고 이해시키기엔 어려움이 많지만, 이 또한 민원인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공감해주면 잘 해결될 때가 더 많았다.

한번은 우리 구로 전한 복지대상자가 한 분 있었는데, 가구 구성이 달라지면서 기초생활수급이 중지된 상황이었다. 민원인은 쉽사리 이를 수긍하지 못했고 몇 날 며칠을 화가 난 그의 이야기를 들어줘야만 했다.

나 역시 민원인이 처한 상황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법과 지침을 근거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에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내 마음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그 민원인의 전화를 10번이면 10번을 다 받으면서 차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이런 나의 노력을 민원인도 이해해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기초생활수급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았고, 민원인에게도 만족스러운 답을 줄 수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화를 내던 민원인에게 “남 주사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민원인의 처지에서 고민하고 끝까지 노력한 나 자신에게 듬뿍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또 한 번 깨달았다. 나는 공무원이기에 법과 원칙에 따라 행정을 처리해야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순간, 다양한 방법으로 행정처리를 할 수 있고, 더 많은 복지서비스를 구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이처럼 “더 누리는 남구의 희망복지”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더 공감하고, 더 노력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남도희 울산 남구청 복지지원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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