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향기] 두려움과 걱정은 이제 안녕!
[아침향기] 두려움과 걱정은 이제 안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24 2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다 보면 종종 두려움과 마주할 때가 있다. 두려움은 느끼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걱정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 90%가 된다”고 말한다. 걱정과 두려움은 그 실체를 알고 나면 허탈할 만큼 대수롭지 않을 때가 많다. 직면하기 힘들어 눈을 감아 버리거나, 곁눈으로 외면해 버리면 두려움이란 놈은 기세등등 몸집을 키워간다. 두려움과 정면으로 맞서보면 오히려 작아질 수도 있다.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두려움은 때론 자신을 삼키기도 하고 결과에 대해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어른이 된 후에도 그 두려움은 점점 커져가니 놀라운 일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작아지는 괴물’이라는 책을 읽어준 적이 있다. 주인공 겁쟁이 미오비는 우연히 숲에서 곤경에 처한 토끼를 구해주게 된다. 은혜를 입은 토끼는 미오비에게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동굴에 괴물이 살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 괴물에게 잡아먹힐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미오비는 토끼가 알려준 대로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내가 괴물을 잡아서 눈으로 볼 거야” 스스로 용기를 내어 동굴 앞에 섰지만, 미오비는 두려움에 몹시 떨었다. 동굴 속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너무나 무서웠기 때문이다.

동굴 안에 괴물과 가까워질수록 괴물의 그림자는 점점 작아졌다. 미오비는 그때야 알았다. 괴물은 실상 개구리만 했고, 그 무섭던 소리는 가르릉 애교 부리며 다가오는 귀여운 울음소리였다. 두려움이란 가까이 갈수록 작아지는 것을. 그 괴물의 이름은 근심이라고도 때론 걱정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한심한 사람들은 두려움이라고 부른다. 아이 때 누구나 가지는 두려움이 있다면 어른의 시간에 접어든 우리에게도 두려움은 여전히 자라고 마침내 가늠할 수 없는 크기가 된다. 우리 세대는 백 살 넘어 살 수 있다. 지금 바라보아도 살 날들이 너무나 많다.

얼마 전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사)테크노섬나회에서 함월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밥퍼 봉사를 나갔다. 국산 식자재로 준비한 점심은 양질의 식사였다. 많은 어른의 허기는 배고픔보다는 어울림에서 기인한다. 복지관에서 제공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여가 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이 그분들에겐 가장 중요한 일과다. 세상이 변했고 어르신들의 삶도 달라졌으며 우리도 달라졌다. 그들이 젊었을 때는 기운도 용기도 그리고 친구도 있었을 터. 이제는 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말벗이 절실하다.

사회적 두려움을 이길 방법은 무엇일까. 마오비처럼 당당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맷집을 키워가는 것이다. 사회적 참여가 그 당당함의 한 방법이다.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 뒷방에서 처진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세상일에 두려움 없이 나서자. 키오스크 앞에서 무기력하게 작아지지 말고 배워야 한다. 노년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려면 스마트폰쯤은 배워야 한다.

어른의 시간에 또 필요한 것은 저마다의 할 일이다. 필자가 속한 울산문인협회에는 70세가 넘어 글쓰기에 도전하고 작가로 등단하는 어르신이 많이 있다. 그분들은 소싯적 문학소녀, 문학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오랜 꿈을 이룬 것이다. 이제 그 어르신은 남은 시간이 두렵지 않다. 일이 주는 활력으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두려움이 보람의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크고 작은 두려움 그리고 걱정 속에서 살아간다. 미오비처럼 두려움을 직시해서 그 크기를 줄여가야 한다. 만약 지금 당신 앞에 두려운 문제가 놓여있다면, 에둘러 회피하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종란 (주)한솥밥푸드서비스 대표·시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