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출퇴근 사고, 산재로 인정될까?
[CEO 칼럼] 출퇴근 사고, 산재로 인정될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2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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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함께 근무하다 이직한 옛 동료와 안부 통화를 하다가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아침 출근길,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산업재해로 휴직 중이란다. 버스 운전자가 신호가 바뀔 때 미처 보지 못하고 앞 차량과 부딪친 모양이었다.

다른 차량과 달리 시내버스에는 안전벨트가 없으니 승객들이 급정거에 속수무책이지 않았을까. 시내(마을)버스는 정류소 간 거리가 비교적 짧고, 경로 곳곳에 신호등이 있어서 속력을 높일 수 없고, 좌석 외에 입석도 있는 점을 이유로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승객에게 손잡이만 단단히 붙잡으라고 하기보다 버스의 취약점을 보완해 좀 더 효과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근로자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 못지않게 출·퇴근 시의 안전도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을 본인 스스로 챙기는 것이라고 본다. 작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근로자 이동행태 실험적 통계’를 보면, 통근자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72.6분으로 출근 시간(34.7분)보다 퇴근 시간(37.9분)이 더 걸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83.2분으로 가장 길었고, 울산이 속한 동남권은 63.7분이었다.

이처럼 근로자들은 최소 1시간 이상을 출퇴근 길에서 보내야 하는 데다 이 시간대에 교통량이 많은 것도 사고 발생률이 줄지 않는 데 한몫한다고 본다. 코로나-19가 유행할 무렵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사례가 많았고, 이후 점차 재택근무가 사라지면서 교통량은 쉽사리 줄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젊은 층에서는 킥보드, 전기자전거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가 또 다른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산재’라 줄여 말하는 산업재해는 업무상 사유에 따라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노동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만약 다양한 수단으로 출퇴근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면, 근로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잘 챙길 필요가 있다. ‘통상의 출퇴근재해 보상제도’는 2016년 9월 29일을 기준으로 적용 범위가 달라졌다. 그 전에는 회사 차나 회사에서 제공한 차를 이용하다 발생한 사고라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준시점 후로는 대중교통, 자가용, 도보 등 통상적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까지 산재보상이 가능해졌다.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먼저,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여야 하고, 주거지∼취업 장소 사이의 이동, 한 취업 장소에서 다른 취업 장소로의 이동이어야 한다. 또 사회 통념상 인정될 수 있는 경로와 방법으로 이동하되 사적인 이유로 경로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근로자마다 사정과 상황이 무척 다양하므로 산재로 인정되는 여러 사유를 세심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애매한 정황으로 스스로 판단하기가 어렵다면 근로복지공단이나 노무·법률전문가의 조력을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식료품을 사러 가다 사고를 당했다면 산재로 인정되지만, 백화점에 들러 명품을 사러 가다가 그랬다면 인정되지 않는다. 퇴근길에 용접학원에서 수강하다 당한 사고는 인정되어도 취미 삼아 요가를 배우다 당한 사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또 출퇴근길에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다 그랬다면 인정되지만, 동호회장 선거에 참여하다 그랬다면 인정되지 않는다.

출퇴근 산재는 사업장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딱히 없다. 만약 출퇴근길에 사고를 겪었다면 혼자 속앓이하다가 자신의 권리를 상실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근로자 여러분 모두의 안전하고 행복한 출퇴근을 응원한다.

김정숙 울산여성경제인협회 총무이사,배광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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