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②] 위기의 석유화학산업, 그 돌파구는?
[제18회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②] 위기의 석유화학산업, 그 돌파구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2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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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년간 중국의 고성장과 이에 따른 석유화학 수요 증가에 따라 동반성장을 이어온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온 중국의 자급률 확대와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생존을 위협받으면서 사업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연초 석유화학협회 신년회에서 신학철 회장은 “해가 바뀌면서 시장에 설렘과 걱정이 공존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석유화학업계도 다 어렵다. 어려울 때일수록 직원들은 대표의 얼굴만 쳐다보게 돼 있다. ‘재도약할 것이냐?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냐?’ 여부는 올해와 향후 2~3년간 우리의 대응 방식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다. ‘자구 노력’과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기에 미리 대처하는 교토삼굴(狡?三窟)의 지혜가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라도 석유화학업계가 당면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는 다음 3가지 전략이 되지 않을까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첫째, 중국의 대규모 증설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중국이 대량생산을 시작한 범용제품 비율을 줄이고, 차별화가 가능한 고기능성 수지 제품에 집중하여 생산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고기능성 수지 제품의 경우 물성과 강도 등의 문제로 재활용 플라스틱 및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어 단기적으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유럽과 일본의 석유화학기업들은 2000년을 전후하여 범용제품 생산을 축소한 후 정보전자소재(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 모빌리티 소재(경량 복합소재, 이차전지 소재 분야) 등의 기능성 제품 생산으로 사업을 전환하여 운전 중이다.

△둘째, 환경규제에 대응하여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의 자원순환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 2030년을 전후하여 유럽, 미국 등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재활용 폐플라스틱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제에 나서게 됨에 따라 플라스틱 자원순환은 석유화학기업의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부상했다. 현재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90% 정도가 물리적 재활용(Mechanical Recycle) 방식이지만, 적용 범위가 넓은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e) 방식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거나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도시유전’으로 불리기도 하며, 열분해 후처리, 해중합, 추출 등 3가지 방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로, 본격적인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셋째, 환경규제에 근원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분해가 가능하고 탄소 배출이 적은 원료로 전환할 수 있도록 바이오 플라스틱의 도입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 플라스틱보다 제한적인 물성, 높은 단가, 선별적 수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많지만, 궁극적으로 석유화학업체들이 나아갈 방향은 바이오 플라스틱이라고 판단된다. 기존 플라스틱은 자연분해에 약 100년 이상이 걸리는 반면, 바이오 플라스틱 중 생분해 플라스틱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5년 정도 걸린다. 현재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회용품 등 포장재, 소비재에 집중되어 제한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나, 기술적 발전과 경제성 개선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생분해 플라스틱은 고부가 제품 개발 노력으로 자동차, 항공, 전자부품 등 정밀산업 분야와 의료 분야의 수요가 증가하며 시장성이 더욱 밝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석유화학 친환경 사업 및 고부가가치화 지원, 플라스틱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고부가, 친환경 신시장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석유화학업체들도 자원순환 및 원료 전환 시험 사업을 진행 중이어서 향후 몇 년 안에 본격적인 상업생산이 예상된다. 또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대하고 환경규제에 대응한 신제품, 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적기에 이뤄진다면 현재의 위기는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제18회 울산 화학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위기 속에서 생존과 새로운 발전계획을 준비 중인 석유화학업체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최우진 SK지오센트릭 전무·생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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