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자의 발효 이야기 ⑧] 누룩의 역사, 그 길고 긴 여정
[이인자의 발효 이야기 ⑧] 누룩의 역사, 그 길고 긴 여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2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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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한국어: 누룩. 일본어: 코지, 중국어: 麴菌 qu)이 역사 기록에 처음 나타난 것은 BC 2세기경 중국 주나라 <주례(周禮)>의 ‘하관 사마(夏官 司馬) 편’이다. 여기에는 엷게 썬 고기를 햇볕에 말려 소금과 누룩에 버무려 항아리에 100일 동안 술로 숙성시켰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때 사용한 누룩은 수수(기장)를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누룩의 개발은 동아시아 식문화의 기념비적 사건이다. 이 누룩 기술이 훗날 발효식 문화(장. 간장, 미소된장. 식초. 단술. 일본의 Sake 등)의 기본 틀이 되었기 때문이다.

몬순형 기후조건의 동아시아권에 속하는 우리 조상들의 문헌에는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 걸쳐 콩으로 만든 된장, 간장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여러 곳에 나온다. 예를 들어 이병도가 번역해서 1996년도에 출판한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의하면 AD 683년에 된장과 간장이 왕실 결혼식의 예물교환에 등장한다.

일본에서는 나라(奈良) 시대(AD 710~794) 초기에 술을 빚는 체계가 확립되었고, 이때는 쌀누룩을 이용해서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AD 725년 하리마(Harima, 播磨)국 풍토기(風土記)에는 중국 밖에서는 처음으로 누룩균(코지균)에 대한 언급이 나타난다. 이 기록에는 8세기 초 공기 중에 떠도는 자연상태의 누룩균을 이용해서 누룩을 만들었다는 기술이 있다.

누룩은 곡물(쌀, 보리쌀, 현미, 콩 등)에 열을 가하고 적절한 습도와 온도가 유지되는 공간에서 곡물의 영양분으로 미생물(특정 곰팡이균)을 번식시킨 것이다. 이러한 누룩은 우리나라의 막걸리나 중국, 인도네시아 템페(Tem peh) 등지에서 사용하는 쿠모노스(Rhizopus) 계열과 일본에서 사용하는 에스퍼질러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 계열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 밀을 빻아 만들어 막걸리 제조용으로 사용하는 누룩은 쿠모노스 계열로 병국(餠麴)이라고 하며, 일본에서 사용하는 코지(Koji)는 쌀, 보리, 콩의 낟알 하나하나에 누룩균을 번식시켜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코지는 미소된장, 감주, 술, 식초, 간장, 요리 술과 같은 발효식품의 원료가 된다.

누룩은 균사(菌?)의 끝(열매)에서 전분이나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다양한 효소를 생산·방출한다. 증식의 바탕은 고두밥 또는 찐보리밥의 전분과 단백질을 분해해서 생성되는 포도당(Glucose)과 아미노산으로, 균은 이를 영양원으로 삼아 증식한다.

누룩균이 생성한 각종 분해효소의 작용을 이용해 막걸리, 미소된장, 식초, 간장, 소주, 감주, Sake와 같은 발효식품을 만들 때 이용한다. 누룩의 이용은 히말라야 지역과 동남아시아를 포함하는, 벼(稻)를 재배하고 습도가 높은 동아시아권 특유의 발효기술이다. 발효식 문화권에서 누룩은 우리들의 식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셈이다.

이인자 <하늘밥상 소금누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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